기아의 첫 파생 PBV '니로 플러스'. 기아 제공
기아의 첫 파생 PBV '니로 플러스'. 기아 제공

완성차업계가 다양한 사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사업을 새 먹거리로 삼고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도 나서는 만큼 초반에 시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PBV는 향후 차량 공유(카 셰어링), 물류, 휴식, 이동형 병원 및 식당, 호텔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완성차 업체들에게 주목받는 사업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한 자동차 판매를 넘어 이동공간 판매까지 노리는 것이다.

PBV는 일종의 '맞춤형 자동차'로, 사용 목적에 초점을 두고 설계된 새로운 개념의 이동수단이다. 소비자의 요구나 목적에 맞게 차량 내부 구조 제작이 가능하고 제공되는 서비스도 다르게 할 수 있다. 승용차나 화물차, 택시 등 용도에 따라 차체를 구성하고 카페나 식당, 병원 등 자동차를 생활 공간으로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이 더해지면 더욱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사람간 거리가 발생하면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고 개인공간을 향한 요구가 커지면서 PBV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등을 차량 바닥에 배치 가능해 내연기관 차량보다 더 넓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전용 플랫폼 개발로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해 PBV에 더욱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전기차 시대 도래에 따라 PBV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경영연구소가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PBV 시장은 2020년 32만대 수준에서 오는 2025년 130만대로 확대되고 2030년에는 2000만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PBV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 세계 가전·IT(정보통신) 전시회 'CES 2020'에서 도심항공교통(UAM), 허브(Hub, 모빌리티 환승 거점)와 함께 PBV를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바 았다.

현대차와 기아 중에서는 특히 기아가 진작에 PBV를 새 먹거리로 점찍고 지난해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위한 전략 중 하나로 'PBV 시장 세계 1위'를 목표로 제시하는 등 PBV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간 PBV 차량 100만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기아는 기존 양산차 기반의 파생 PBV인 레이 1인승 밴, 택시와 모빌리티 서비스 전용 모델 '니로 플러스'로 시장 개척에 나선 상태다.

기아의 첫 PBV인 니로 플러스는 첫 출시 당시 4개월여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높은 수요를 보여주고 있으며 올해도 상반기 내내 꾸준한 인기로 2000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며 기아 실적을 견인했다.

또 쿠팡과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여러 물류 업체도 고객사로 확보해 물류·유통에서 PBV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차량 호출(카 헤일링) 전용 PBV 연계 서비스 개발도 할 예정이다.

아울러 경기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생산 규모 15만대의 PBV 전용 공장도 신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기아가 국내에 26년 만에 짓는 새 공장으로, 2025년 7월부터 중형급 PBV를 양산할 예정이다.

첫 전용 PBV가 될 중형급 PBV SW(프로젝트명)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eS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종류의 차체를 유연하게 결합할 수 있다. 배달, 차량 호출, 기업 간 거래 등 각종 비즈니스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전용 공장을 짓는 만큼 향후 일반 물류, 신선식품 배송, 다인승 셔틀바스, 이동식 회사(오피스)와 가게(스토어)로 활용이 가능한 대형 PBV는 물론 소형 PBV,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중형 로보택시까지 산업군별로 최적화한 전용 PBV 제품군을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PBV 관련 해외 스타트업 발굴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 버클리대와 PBV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위한 산학 협력을 진행하고 현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와 협업을 통한 개방형 혁신 기업 공모로 배송·물류, 차량 내 공간 디자인, 수요 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등 13개 분야에서 우수 스타트업을 선정했다.

이스라엘에서도 물류 전문 PBV 스타트업 50여 곳을 추렸는데, 기아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1년 인수한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연계해 이스라엘 최대 물류 기업 UPS ASC와 협업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에 이어 현대차는 지난 16일 공항 픽업용 PBV 테스트벅(사용성 검증을 목적으로 사전에 자작하는 모형)을 선보이며 PBV 개발 방향성을 보여주는 등 시장 진출을 알렸다. 해당 PBV는 조수석을 없애고 트렁크도 없애 차안의 생활공간에 한발 더 나아간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울산공장에서 '퍼스트 PBV 제조 CFT(교차기능팀)'를 신설하는 등 본격적으로 PBV 시장 진출 채비를 마친 모습을 보였다. 이번 CFT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만든 전동화 관련 PBV 생산 조직으로, PBV 사업성을 검토하기 위한 실증차원으로 기획된 것이다.

겨냥하는 분야는 PBV를 활용한 물류·배송 시장으로, 4년 가량 CFT를 운영하면서 울산공장의 유휴부지를 활용해 PBV 차량 시범 생산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PBV 사업 수익성 등을 따져본 뒤 사업 본격화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기아와 현대차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글로벌 PBV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PBV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어 시장 주도권 잡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 PBV 시장 플레이어 중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전기 상용차 전문 브랜드 '브라이드 드롭'을 출범하고 자사 전기차 플랫폼을 활용한 PBV 차량 'EV600'을 생산하기 시작,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나 월마트 등에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 토요타도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휠체어를 탄 승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셔틀 전용 PBV를 선보인 바 있다. 향후 이를 확장해 아마존, 피자헛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도 아마존과 협력해 10만대의 PBV를 2030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도 최근 PBV에 관심을 표하며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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