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순방 중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회사의 배당 자율성 보장”
수확의 계절 맞아 금융주 배당 관심↑…”KB금융, DB손보, 키움증권 주목”

현지시간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년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에서 외국인 투자자 앞에 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출처=금융감독원)
현지시간 지난 1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3년 금감원·지자체·금융권 공동 투자설명회'에서 외국인 투자자 앞에 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출처=금융감독원)

“한국 금융회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배당 자율성을 보장하고 일관된 시장친화적 방식으로 금융회사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지시간 13일 영국에서 열린 ‘인베스트K-파이낸스 런던IR2023’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감독당국의 안정성 요구로 배당여력이 있음에도 배당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심을 표한 외국계 투자자 앞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놓은 말이다.

통상 PBR이 1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그 회사의 주가를 전부 더한 시가총액이 회사의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주의 PBR은 0.3배 남짓한 수준이다.

코로나19 기간 금리상승기를 거치며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이익이 커지면서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이를 의식한 금융회사들도 전례없던 분기배당에 나서는가 하면 회사가 정한 일정 이익을 넘어가는 수준의 이익 잉여가 있을시 이를 주주환원으로 돌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지속 확대되고 기업들도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체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당국은 경기대응 및 스트레스 완충자본을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부과하는 등의 카드로 주주환원을 자제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주요 금융지주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 주주로 구성된 상황에서 투자시 배당정책을 중시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었다.

당국의 이와 같은 전향적 자세와 더불어 최근 주가가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자 고배당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고배당주로 손꼽히는 금융이나 IT 업종내 특정 종목을 사는 것보다 이들 종목을 두루 담은 ETF 투자로 배당주 투자에 나서는 방법도 일반화되고 있다.

8월 이후 부진했던 코스피 흐름 대비 견조한 고배당주ETF(출처=유안타증권)
8월 이후 부진했던 코스피 흐름 대비 견조한 고배당주ETF(출처=유안타증권)

유안타증권 강대석 연구원은 “8월 이후 부진한 주가지수의 흐름과 달리 고배당과 관련된 ETF의 가격은 완만히 우상향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견조한 가격 흐름의 배경에는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들의 수급 환경도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6~8월 순매도 후 9월 소폭 순매수 우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은행, 자동차, 통신, 보험과 같은 배당수익률이 높은 업종들이 순매수 업종에 다수 포함되었음이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고배당주에 집중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출처=유안타증권)
고배당주에 집중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출처=유안타증권)

계절적으로도 9월은 추석이라는 이벤트와 함께 ‘결실’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게 한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로는 확인되고 있지 않지만 정부는 올해 ‘상저하고’의 경제 흐름을 강조해왔고, 실제 반도체 가격 등이 바닥 확인을 시도하는 흐름을 보이며 관련 주식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가 상승할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을 경우 저배당 종목은 고금리 장기채권 등에 투자자의 관심을 내줄 수 밖에 없다. 다만 금융주처럼 정부 당국의 눈치를 봤거나, 회계제도의 변경(IFRS17) 이슈로 이익에 대한 투명성이 부족했던 우량 보험주, 거래대금 축소에 따라 눌려있던 증권주 중 고배당이 기대되나 주가 흐름이 부진했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강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에 비해 채권형 자산으로의 대체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라며, 그 이유로 “한국 국고채 10년물 기준 3.95%를 상회하는 배당수익률을 가진 주식이 코스피200 내에서만 51개로, 비율로 치면 미국의 두배”라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배당주 수요가 커질 요인으로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개선, 시총 상위주에 대한 관심의 쏠림에 따른 낮은 가격 부담 등으로 고배당주 투자는 유효하다는 전망이다.

주요 금융회사 2023 예상 배당수익률(출처=대신증권)
주요 금융회사 2023 예상 배당수익률(출처=대신증권)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배당시즌 금융주 투자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각 금융업권별 최선호주로 KB국민은행, DB손해보험, 키움증권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도 연간 배당률 각 9%와 10%로 우수하나, 은행권의 핵심예금이 감소하고 있고 정기예금 수요도 증가해 마진 압박이 지속될 것”이라며, “KB금융은 최근 내부 출신 CEO가 선임되며 지배구조의 순조로운 이양, 마진방어 우수, 3분기 NIM(순이자마진) 유지 및 개선 가능성, 8월부터 시작된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등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연구원은 보험업과 관련해서는 손해보험 상위사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삼성화재는 신계약 규모 및 수익성이 비약적 개선 중이며, DB손해보험의 경우 운전자보험 기반 업계에서 가장 높은 보장성보험 CSM배수를 기록했고, 현대해상은 2분기 실적발표 후 과도한 낙폭이 워낙 커 PBR 0.31배로 저평가됐다고 평가했다.

증권주와 관련해서는 “금리상승으로 증권사의 레버리지(지렛대) 투자가 제한될 수 밖에 없어 올해 증권사 실적은 리테일 실적에 좌우될 것”이라며, “키움증권은 자기자본이 4조원을 상회함에 따라 배당성향 상향을 고려중인데 2022년 배당성향이 14.7%로 낮은 편이었으나 업계 평균인 20~25% 수준으로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숨가쁘게 성장하는 가운데 고객, 주주, 임직원 등 이해관계자(Stakeholder)에 대한 배려와 소통에 소홀한 부분이 없었는지 돌아보고 있다”며, “주주배당정책 제고, 회사의 성장을 앞에서 이끈 고위 임원들에 대한 은퇴 프로그램 마련 등 전방위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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