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시장 후발주자…개인고객 중심 월지급식 상품으로 점유율 급증
BNP파리바와 지분관계 정리…KB출신 조재민 사장 신한에서 승승장구

화이팅을 외치는 신한자산운용 조재민 사장(출처=신한자산운용)
화이팅을 외치는 신한자산운용 조재민 사장(출처=신한자산운용)

금융업계엔 각 업권별 1등 회사들이 있습니다. 견고한 성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판을 흔드는 회사는 꼭 1등 회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강자로 올라서려는 ‘메기’가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가 그 메기들의 도전과 응전의 현장을 찾아갑니다.<편집자 주>

상반기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였던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테마성 주식투자가 한풀 꺾이며 하반기 들어 자금들이 증권사 발행어음 등 대기성 자금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 연준의 매파적 성향과 맞물려 유가 상승, 임금 부담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장기화 조짐, 중장기적인 금리 하락에 베팅하는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등 주식시장이 매력을 잃고 있다.

하지만 횡보하는 주식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이 발을 빼지 않는 곳은 ETF시장이다. 주식이 아니더라도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활용한 국내외 채권, 금리형 상품 투자도 거래가 손쉬운 ETF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기준 미래에셋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ETF(357870)’가 한국거래소 상장 ETF 중 순자산 1위를 차지한 것은 현 투자시장의 현 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ETF 시장 점유율에서 1위 삼성자산운용(40.71%)과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7.03%)이 양강구도를 이룬 가운데, 3위 KB자산운용부터 8위 NH아문디자산운용까지 박빙의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7월 중순까지 8위에 처져 있던 신한자산운용의 부상이 예사롭지 않다.

신한자산운용은 ETF시장의 선도주자가 아니었다. 일찌감치 제일 먼저 시장에 진입한 삼성자산운용이나 글로벌 ETF운용사를 적극적으로 M&A하며 코로나19 시기 빠르게 정상권까지 올라간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과 달리 2014년이 되어서야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ETF 시장내 존재감도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는 BNP파리바와의 동맹관계(지분50%)를 청산하고 명장 조재민 대표를 2022년 영입하며 상황이 달라진다.

1996년 IMF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 ‘신한투자신탁운용’으로 문을 연 신한자산운용은 2002년 글로벌 운용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BNP파리바가 지분 50% 참여하며 신한BNP파리바자산투자신탁운용으로 사명을 바꾼다.

이후 홍콩법인 설립, 다양한 상품 출시 등의 노력을 했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산관리 분야에 강점이 있는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등 관계사를 보유해 이들을 활용한 액티브 펀드 판매에 주력했을 뿐 패시브상품(지수추종형 상품)인 ETF시대의 도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2014년에야 ‘스마트ETF’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발을 들인다.

하지만 1,2위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내주고 확고한 3위자리 마저 운용업계 최고 실력자로 불린 조재민 사장이 이끄는 KB자산운용에 양보한 채 변방으로 밀려났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운용사가 굉장한 노하우를 갖고 있을 것 같지만 이미 국내 회사에도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인재가 많고, 한국시장만의 치열함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외국 회사와의 합작이 성공을 이룬다고 보장하기 어렵다”며, “상품 기획이나 운용 방향에 있어 오히려 합작회사는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려 빠른 시장 대응이 어려운데, 신한자산운용의 경우 홀로서기를 하고 조재민 사장을 영입하며 빠르게 본 궤도에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BNP파리바와 결별하고 신한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새출발한 신한자산운용은 KB자산운용을 빅3 운용사로 성장시킨 조재민 사장이 2020년 말 임기를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되자 이를 놓치지 않고 영입에 나섰다.

2021년 말경 조재민 사장의 신한자산운용 CEO 내정설이 나오자 시장은 술렁였다. 임원급에서는 경쟁사간 이동이 있어왔지만 정상의 위치에 있는 KB자산운용 전임 CEO가 큰 시차를 두지 않고 경쟁사 CEO로 이동하는 전례 없는 파격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 만큼 신한금융의 조재민 사장 영입은 절박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서 신한은행을 옆에서 도와줄 비은행 부문, 특히 투자부문의 엔진 역할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충암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거친 조 대표는 자본시장의 중심인 월가에 위치한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끝으로 씨티은행 자금부 딜러로 이력을 쌓았다. 이후에도 크레디아그리꼴 엥도수에즈 홍콩, 스탠다드차타드 홍콩 등 주로 외국계에서 ECM과 DCM, 세일즈를 넘나들며 폭넓은 경험을 했다.

자기 비즈니스에 대한 꿈을 안고 IMF구제금융 발발 직후인 1999년 설립한 마이다스자산운용을 이끌며 10년간 시장 내에서 존재감을 입증하자 대형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KB자산운용에서만 연임을 이어가며 두차례에 걸쳐 4년씩 8년간 CEO를 맡은 경력은 그의 실력에 대한 평가가 어떤 지를 보여준다.

신한자산운용의 조재민 영입 카드는 적중했다.

2021년 말까지 ETF 운용자산 5948억원으로 7위 한화자산운용(1조7583억원)의 3분에 1 수준이던 신한자산운용은 조재민 대표가 영입된 2022년부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침투, 지난 14일 기준 2조310억원을 기록하며 1년 9개월 만에 운용 규모를 3배 이상으로 키워냈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두 달 전인 7월 14일까지, 운용자산 1조 6787억원으로 엔에이치아문디자산운용(1조7279억원)에 밀려 8위를 달리던 신한자산운용은 이를 역전시키며 두 달째 7위의 자리를 지킨데 그치지 않고 9월 14일 현재 5위 한화자산운용(2조7749억원)과 6위 키움자산운용(2조6897억원)을 바짝 뒤쫓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에서 지난해 6월 국내 최초로 선보인 ‘SOL 미국S&P500’를 상장을 시작으로 매월 수익금 분배가 이뤄지는 월배당 ETF 시장은 신한자산운용의 오늘을 있게 한 효자 상품이다. 월배당ETS는 상위 8개사가 33개의 상품을 운용 중이며, 지난 12일 기준 3조 336억원 규모의 거대한 ETF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익숙한 월배당 ETF 중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불리며 ‘솔미당’이라는 애칭까지 붙은 ‘SOL 미국배당 다우존스’ ETF가 그 흥행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11월 상장 이후 두 달 연속 매도 기록 없이 개인 순매수를 기록하며 올해 국내 월배당 주식형 ETF 중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상품이다.

배당 투자자들의 투심을 공략한 ‘솔미당’은 상장 당시 순자산 80억원 대비 36배 성장하며 순자산 2890억 규모로 커졌다. 환헷지형(H)까지 포함하면 SOL월배당 ETF 시리즈는 단 3개 상품만으로 지난 14일 기준 순자산 4000억원을 돌파했다.

월배당 강자로 자리매김한 신한자산운용은 해외 주식형에 더해 채권형, 혼합형 등 다양한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해 월배당 상품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의 우량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최초의 ETF인 SOL 소부장 ETF의 순자산도 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4월 동시 상장해 상반기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성장한 ‘SOL 반도체 소부장 Fn(종목코드: 455850)’과 ‘SOL 2차전지 소부장 Fn(종목코드: 455860)’에 이어 지난 8월 동시 상장한 ‘SOL 의료기기 소부장 Fn(종목코드: 464610)’과 ‘SOL 자동차 소부장 Fn(종목코드: 464600)’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결과다.

신한자산운용 김정현 ETF사업본부장은 “SOL 소부장 ETF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 종목 접근이 어려운 국내 우량 소부장 기업을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으로 성과 측면에서도 SOL 반도체 소부장과 SOL 2차전지 소부장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20.39%, 10.65%로 동일 테마 중 전체 1위를 기록했다“며 “다양한 투자자들의 큰 관심 덕분에 소부장 ETF는 곧 SOL ETF 라는 이미지가 잘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자산운용은 ETF뿐 아니라 연금관리의 핵심 상품이 된 TDF부문에서의 자금유입 등 전통자산 부문을 이끄는 조재민 대표와 함께 합을 맞춰 대체자산부문을 이끄는 김희송 대표의 투톱 체제에 힘입어 운용자산 4위에 안착했다.

2021년 말까지 99조906억원(일임포함)을 기록 중이던 한화자산운용에 한참 모자란 57조8819억원을 기록하던 운용자산도 현재 108조3153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며 삼성, 미래에셋, KB와 함께 빅4 운용사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번 굳어지면 그 흐름을 바꾸기 어려운 운용 업계에서 적극적인 시장 대처와 상품 기획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지를 신한자산이 증명하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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