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투자용 신용대출·역전세 대출 3중고
자산가치(부동산·주식) 상승 기대에 꺾이지 않는 빚투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초입에 도열한 주요 은행 ATM기(사진=장석진 기자)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초입에 도열한 주요 은행 ATM기(사진=장석진 기자)

50년 만기 주택담도대출 자격 강화 등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공조해 가계대출을 억제에 나섰지만,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기준 20개월 만에 신용대출마저 증가하는데다 역전세 해결책으로 등장한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도 점차 늘어 가계부채가 전방위로 경고음을 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81조6216억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원)보다 8096억원 늘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로, 현 추세가 이어지면 9월 증가 폭이 8월(1조5912억원) 보다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출 종류별로는 가장 우려가 큰 주택담보대출이 보름 사이 6176억원(514조9997억원→515조6173억원) 증가했다.

이달 들어 은행별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연령 제한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을 통한 한도 축소가 시작돼 증가세는 지난달(2조1122억원)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그동안 잠잠했던 신용대출이 3445억원(108조4171억원→108조7616억원) 늘었다. 이달 하순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1년 11월(+3059억원)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증가하게 된다.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 6조9000억원, 6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증가 폭(6조9000억원)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자격요건이 강화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여전히 인기다.

지난 달로 판매 중단을 선언한 NH농협은행을 제외하고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4일 기준 50년 만기 상품의 대출 잔액은 3조9749억원으로 이달 들어서만 1조1739억원 더 늘었다. 지난달 말부터 금융 당국이 각 은행에 인력을 파견해 '가계대출 현장 점검'까지 벌인 점 등을 감안할 시 놀라운 수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3일 당국이 공식 규제 방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이달 1일부터 50년 만기 상품의 DSR 산정 과정에서 만기를 40년으로 제한해 한도 축소 노력을 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13일부터 같은 방향으로 기준을 바꿨고, 하나은행은 14일 오후 6시부터 보금자리론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줄였지만 대출 축소 흐름은 아직까지 뚜렷하지 않다.

여기에 신용대출까지 다시 살아나는 배경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투자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다시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자산 가치가 반등하자 다시 투자에 나서기 위한 자금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역전세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수요도 가계대출 관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 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 수준보다 낮은 '역전세'가 급증하면서, 재계약 도래에 따라 하락한 전세금 만큼 보증금을 내주기 위한 집주인의 대출이 올해 하반기 이후 크게 늘어날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잔존 전세 계약 가운데 역전세 위험 가구의 비중은 서울, 비수도권, 경기·인천 지역에서 각 48.3%, 50.9%, 56.5%에 이른다. 전세값이 평균 7천만원 정도 적어 그만큼 대출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전세 상태 계약 가운데 만기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각 28.3%, 30.8% 집중돼 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전세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도 올해 1월 4717억원에서 8월 7255억원으로 54%나 불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