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및 신사업 위한 자금 수혈...기존 주주가치 희석 '고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집중...한화오션 "부채상환 아닌 성장동력 확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한화오션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신사업개척을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 조단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인데다 자칫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그룹의 핵심 사업 성장을 위해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1조143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했다. 미래 대비가 목적으로, 증자 대금의 70% 이상을 미래 에너지 관련 투자와 연구개발(R&D)에 활용하고 나머지를 채무상환에 활용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부천대장지구에 배터리 및 신규 그린사업 관련 R&D 캠퍼스 조성 5422억원 ▲수소·암모니아 에너지 기술 개발 924억원 ▲폐기물 가스에너지 생산 투자 2244억원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투자 924억원 등에 투입하고 나머지 3500억원을 채무상환에 쓴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난 11~12일 이틀간 우리사주조합과 기존 주주(신주인수권증서 보유자)를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청약률이 87.66%에 그치며 실권주가 발생한 탓에 오는 15일까지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추가 공모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특히 배터리 사업 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계열사 SK온이 지난 1년간 외부로부터 조달한 자금이 10조원을 넘어섰는데, 향후 SK가 중국을 견제하고 차세대 배터리 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추가 실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011년부터 SK가 배터리 사업을 위해 국내외 공장 건설에 투자한 액수는 14조5719억원에 달해 향후 10조원 이상을 추가로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SK가 선제적인 투자로 재계 2위로 오른 사례도 있는 등 SK이노베이션의 향후 투자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K는 현재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중심의 신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중으로, 핵심 자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청사진을 꾸려갈 전망이다.

한화오션도 대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3일 총 2조원 규모로 실시할 예정임을 밝힌 가운데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853억원을 투입했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임팩트는 각각 1900여 억원, 1500여 억원 등을 수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2조원의 자금으로 ▲방산부문 투자 9000억원 ▲친환경 선박 개발 6000억원 ▲해상풍력 2000억원 ▲인력 감소 대비 '스마트야드' 투자 3000억원 등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의 부채금이 큰 상황이지만 조달한 자금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만 사용하겠다는 포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화오션이)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한국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의 영구전환사채 상환이 아닌 전량 신규 투자를 위해 사용된다"며 "특히 한화그룹으로 편입 이후 주주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특수선 부문에서 해외 생산 거점 확보 및 건조 역량 확대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화오션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달성해 미래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Global Ocean Solution Provider)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선3사 경쟁구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가운데 후발주자로서 앞서나가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단 기업 입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무조건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주주들의 반발을 사거나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 심화로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서 채권 등을 활용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미래 대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유상증자는 이자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본금을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필요한 유상증자라고 하더라도 기존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한 결정과 완벽한 자금활용 계획이 필요하다"라며 "(현 상황에서)유상증자가 최적의 자금조달 방안임을 주주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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