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의 A321NEO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의 A321NEO 항공기. 아시아나항공 제공

한 여름에도 살얼음판을 건너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강경한 파업을 예고했던 노조와 잠정 합의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늦어지면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아 순항에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9일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노조가 잠정 협의안을 도출했다. 이에 따라 조종사노조는 이날부터 모든 쟁의행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내주 중으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를 거쳐 쟁의행위 중단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양측은 지난해 기본급·비행 수당 인상률을 2.5%로 잠정 합의하고, 중소형기 조종사들의 추가수당 지급 기준을 하향하기로 결정했다. 본래 주장해왔던 임금 인상률은 조종사노조 10%대, 사측은 2.5%였으나 노조측에서 의견을 굽혀준 셈이다.

추가수당은 일정 시간 이상을 운항하면 조종사들에게 지급돼왔는데 장거리 운항에 따라 대형기 조종사들에게 유리하게 설정돼있던 것을 중소형기 조종사들에 한해 그 기준을 낮추기로 했다.

이밖에도 잠정 합의안에는 안전 장려금 50% 지급, 부가적 복지 혜택 확대 등이 담겼다.

아시아나항공 노사는 그간 임금인상을 두고 입장을 좁히지 못해왔다. 큰 갈등을 빚으며 노조는 지난달 7일부터 준법 투쟁을 벌여왔고 실제로 오는 24일에는 파업에 들어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늦어지면서 실적이 좀처럼 개선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나, 코로나19 기간 약 4년 동안 강제 삭감에다 동결되다시피 한 임금에 노조도 참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노사측은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 3년간 휴직을 강제하고 정상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동안 1조2000억원의 영업이익(2021년 4559억원, 2022년 7416억원)을 기록했음에도 직원들에겐 4년간 2.5%, 연 0.625% 인상을 제시하며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국내 항공업계가 저마다 채용인원을 늘리며 몸집을 확장해가는 반면 아시아나항공만은 3년째 '무(無)채용'이기 때문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 앤데믹 이후 되살아난 여행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신규 인력 확보 경쟁에 나섰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부터 100명 신입 객실 승무원 채용을 진행한데 이어 지난달 150명 규모의 신입 객실 승무원 채용을 실시했다.

LCC(저비용항공사)들도 인력 채용에 적극적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과 6월 100여 명의 객실 승무원을 채용했으며 이달에도 3차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진에어는 지난 2월 상반기 채용에 이어 올해 2번째 모집으로 약 120명의 신입 객실 승무원을 채용할 계획이며 티웨이항공도 지난 5월 신입·경력사원을 채용하는 등 규모를 키우는데 한창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채용 소식은 2020년 1월 이후로 끊겼다. 올해 채용 준비 소식도 전혀 들리지 않는 가운데 오히려 직원 수는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기준 직원 수는 8248명이다. 지난해 12월(8348명)보다 96명 줄었으며,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1분기(9119명)와 비교하면 871명이나 회사를 떠난 상태다.

이 같은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합병 지연으로 자금 수혈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총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수혈할 계획이었다. 이중 신주인수 계약금 3000억원과 중도금 4000억원 등 7000억원은 미리 투입됐고 나머지 8000억원은 합병 심사가 완료 된 후 투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EU(유럽연합)·일본 등 3곳의 합병 심사가 이뤄지지 않아 나머지 자금 투입이 미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갚아야 할 돈도 많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12조8147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013.9%에 달한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도 2조5770억원이다.

부채가 많다보니 이자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이 지불한 이자비용은 1089억원으로 집계됐다. 매 분기 1000억원 이상이 이자비용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항공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데도 실적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부채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였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23.0% 감소한 1074억원이다. 자금조달 문제 해결과 실적 개선이 급선무인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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