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바이오 업계 인재풀에서 각사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부족한 바이오 업계 인재풀에서 각사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과 SK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성공하면서 롯데, CJ 등 재계도 바이오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바이오 인재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부족한 국내 인재풀에서 서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1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경쟁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상대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는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직원들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영업 비밀 등을 가져갔다는 논란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부터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해 왔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직한 직원에 한해서만 영업비밀침해 금지 가처분을 했으나 이를 롯데바이오로 확대시켰다는 점이 주목됐다.

롯데바이오가 지난해 공식 출범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의 상당수 인력이 롯데바이오로 이직했다. 실제로 롯데바이오의 수장인 이원직 대표도 삼성바이오 출신일 정도다.

양사간의 분쟁을 지켜본 바이오 업계 관계자가 “바이오 업계가 좁다 보니 임직원들이 서로 친분이 있을 정도”라며 “회사 차원에서 문제가 아니라면 서로 불편해질 이유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다만 바이오 업계는 이번 인력 유출 논란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부족한 국내 인재풀에서 인재 유치난이 격화된다면 업계 차원에서도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바이오협회가 개최한 지난 14일 개최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코리아 2023’에서 바이오산업 인력난 관련 세션이 따로 마련될 정도였다. 토론 참석자들은 입모아 국내 바이오 인력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생긴 문제라고 언급했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 상무는 “회원사 400여개를 대상으로 채용 관련 설문을 진행했다. 신규 채용 3000여명 중 1800여명 이상이 경력직”이라며 “바이오텍은 당장 실무에 투입할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간 양성이 어려워 경력직 위주로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석 종근당 연구기획실장은 “허가와 세포유전자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늘고 있으나 아직 국내 인재는 부족하다”며 “다만 수요가 커 회사에서 육성하더라도 연봉을 올려 이직하는 경우가 잦다”고 토로했다. 이은정 SK바이오사이언스 TM팀 팀장은 “바이오 업체간 인력을 뺏고 뺏기는 전쟁터가 됐다”이라며 “앞으로 2년 내에 바이오 대기업들이 송도로 몰릴 때 다시 대규모 인력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은 인력난 해결을 위해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의 산학협력 방향성 선회와 글로벌 인재 확보다.

먼저 산학 소통이 더욱 강화되고 정부도 산학협력 지원을 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광수 GC녹십자 팀장은 “정부 차원에서 직무 적합성 향상을 위해 다방면의 실무교육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채용의무 등 기업의 고충도 있어 제도적 보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석 종근당 연구기획실장은 “예전에는 산학연 프로그램을 통해 학계와 산업계 사이에 소통이 잦았지만 최근에는 학교는 학교대로 제약사는 제약사대로 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이 많다"면서 "산업계의 관점을 학생들이 알 수 있는 교양강의나 산학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봉 등 처우와 관련해서는 매칭 펀드 등 정부의 제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글로벌 인재 영입도 제안됐다. 이은정 SK바이오사이언스 팀장은 “글로벌 인재들은 한국에 이주해 거주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비자발급 프로세스 단축을 비롯해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융자금 혜택, 국제학교 문제 해결을 제시했다. 김진형 딜 영업 상무는 “IT분야에서 인력 자원을 확보할 때 한국 이주를 고집하지 않고 해외 거점을 두는 고용 방식도 활용 중”이라며 “해외 거점을 둔다면 현재 글로벌 인재 영입에 있어 거론되는 여러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오 업계도 인력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신입 직원을 채용해 교육하는 시도를 이어가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바이오 업계가 신입 교육과 인력 유출 부담감으로 경력 직원을 높은 연봉으로 당겨오려는 시도만 하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IT업계가 주목받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개발자 채용공고를 내면서 ‘1억 연봉 보장’을 제시하며 고연봉으로 인재 영입에 나섰던 사례와도 유사하다.

경기 불황이 거듭되면서 IT업계는 신입 개발자 채용부터 중단하고 있다. 신입 대신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 개발자를 선호하면서 신입 채용도 사실상 사라졌다. 바이오 업계가 현재 주목받으며 인재가 몰리고 있지만 업황이 악화된다면 IT업계처럼 채용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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