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 전경. SK그룹 제공.
서울 중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 전경. SK그룹 제공.

올해 2월 기준 계열사 수가 200개를 넘어서며 계열사 최다 타이틀을 단 SK그룹이 최근 경기 불황과 업항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계열사 재편에 나섰다.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을 4대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2025년까지 그룹 시가총액을 140조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데 따라 핵심 사업을 위해 다른 분야는 정리한다.

먼저 그룹 내 디지털 및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이끄는 중간 지주회사 SK스퀘어가 변신에 나섰다. 자회사 체외진단 업체 나노엔텍과 정보보안 업체 SK쉴더스 매각을 빠르게 추진 중이다.

SK스퀘어는 EQT파트너스에 SK쉴더스 구주 일부를 처분해 8464억원을 현금화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4500억원은 EQT파트너스에 대여해주기로 했으며 기존 FI였던 맥쿼리자산운용 컨소시엄의 투자금 회수를 돕고 유동성을 확충하는 동시에 SK쉴더스에 대한 경영참여 권리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화학업체였던 중간지주회사 SKC는 대대적인 개편에 들어갔다. SKC는 자회사 SK엔펄스의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는 본래 SK엔펄스의 전체 매출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부서로, 반도체 식각공정에 들어가는 소모성 부품인 실리콘, 쿼츠, 알루미나 등 다양한 파인세라믹스 제품을 제조하는 곳이었다. 그러나 SKC가 추진하고자 하는 반도체 소재 사업과는 거리가 있어 과감히 정리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SK엔펄스는 이전 SK솔믹스에서 현 사명으로 교체하며 반도체 소재 사업 강화 방침과 2025년 기업가치 1조5000억원 달성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매각 이후 CMP패드, 블랭크마스크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소재에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아울러 SKC는 반도체·배터리 소재와는 거리가 먼 폴리우레탄 원료(폴리올)를 제조하는 자회사 SK피유코어도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히 SKC는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반도체 소재 사업을 비롯해 동박·실리콘 음극재 등 2차전지 소재, 생분해플라스틱(PBAT) 등 친환경 소재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2020년부터 종합건설사에서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사업 재편을 진행한 SK에코플랜트도 자회사 7곳의 합병을 결정했다. 대원그린에너지를 주축으로 친환경 폐기물 회사들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합병 이유는 그간 분산 운영됐던 소규모 환경기업들을 통합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시너지를 창출해 환경사업 본연의 전문 사업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별도의 사업본부 없이 운영돼 왔던 SK온은 오는 8월에 실행할 조직개편에서 설립 이후 처음으로 사업본부를 신설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경쟁사와 유사한 형태의 사업본부를 3개 안팎으로 만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그룹은 그간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정유부문(SK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실적을 쌓아왔으나 반도체 업황 악화와 정제마진 축소로 인해 실적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274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3292억원) 대비 88%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 미미,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로 정제마진이 급락한 탓이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올해 2개분기 연속 수조원대 적자를 보일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손실은 2조8827억원, 당기순손실은 2조7523억원으로 예상되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5.8% 급감한 6조1009억원으로 전망된다. 적자폭은 전분기에 비해 축소됐으나 회복이 크게 더딘 상황이다.

이처럼 본래 SK그룹이 기대던 사업들이 주춤하자 계열사 재편으로 신사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중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인포스트(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며 "그동안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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