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일부.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일부.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상반기 국내 4대 그룹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하며 질주하고 있다. 타 업종 한파 속 국내 수출 부진을 자동차로 든든히 견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하반기에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먼저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2일 부분 파업을 실시하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파업에 동참했다. 오전조(1직) 2시간, 오후조(2직) 2시간씩 총 4시간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이번 부분 파업으로 현대차는 약 1500~2000대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같은 날 현대차에 전자장치를 포함한 모듈 등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 모트라스 조합원들도 주야간 4시간씩 총 8시간 파업하면서 현대차 생산 차질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몇년간의 코로나19를 지나 부품 수급이 안정되면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를 중심으로 높은 실적을 쌓아가는 중이다. 지난 1분기에 현대차·기아는 합산 영업이익 6조4667억원으로 삼성전자를 압도적으로 앞섰으며 2분기에도 다른 기업들을 크게 따돌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1~6월) 현대차·기아의 누적 판매량은 365만73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아는 157만5920대를 판매,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잘 봉합되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한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생산에 속도를 내며 판매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에 노조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지난 5월 기아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EV9 등 2700대 가량 생산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현대차는 이번 파업에 대해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에 의한 불법 정치파업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법적 책임을 묻고 파업 참가자에 대해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 임단협(임금·단체 협상)에서도 노사간 강대강 대치를 벌이면서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노사는 정년 연장, 성과급 등 주요 현안을 두고 극명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최근 전기차 충전단자 표준화도 현대차그룹에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표준으로 여겨졌던 CCS1/2 대신 테슬라 자체 규격인 NCSA를 기본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전기차 충전단자는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CCS1이 사실상 표준이었고 유럽은 CCS2, 일본과 중국은 차데모와 GB/T, 차오지 등 독자 규격을 개발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의 독자 규격으로 미국 내 상당수 전기차 업체들이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에 직격탄에 맞으면서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에서 제외돼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상황인데, 충전단자 규격 관련으로도 소비자들의 선택받지 못하게 된다면 판매가 더욱 저조해질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올해 상반기에는 현대차와 기아가 리스 등 상업용 차량의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 2위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리스는 IRA와 상관없이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RA 압박도 지혜롭게 해쳐나간 만큼 충전단자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테슬라 충전단자 규격으로 넘어가는 추세여도 어댑터만 있으면 CCS1 규격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기도 하다.

다만 내부에서의 노조 갈등과 더불어 IRA, 충전단자 규격 등 외부 걸림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반기에는 여러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게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전기차 등 신규투자에 있어 노조와 협상을 별도로 고려해야만 하는 처지다.

현대차 단체협약 조약은 신차종을 양산할 때 생산량과 투입인력을 노조와 사전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해외 공장 시설 투자시에도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때는 고용안정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기아 단체협약 조항 역시 현대차와 동일한 상황에서 '노사 의견을 일치시켜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실제로 기아 노사는 경기도 화성에서 목적기반차량(PBV)을 생산할 전기차 전용공장을 착공하는데 1년 가까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국내외 전기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생산 확대에 나서야 하는 가운데 여러모로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에 대해 "상반기 대비 손익 관점에서 부정적 요인들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하반기에도 다양한 신차들을 출시하며 높은 실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중형 SUV인 5세대 싼타페와 제네시스 GV80 부분 변경 및 쿠페형 모델, 더 뉴 아반떼 등 수익성 높은 기대작들이 대거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5N을 1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열리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최초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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