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연합뉴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백화점, 마트, 편의점 업계는 늘어난 오프라인 수요를 상당수 흡수했다. 지난해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이들 업계가 온라인 채널과 매출이 강화됐다면 올해에는 오프라인 실적·성장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백화점, 올해 매출도 패션·명품이 주도

백화점 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실적이 향상됐다. 이는 소비의 양극화 영향이 컸다. 소비의 양극화란 값비싼 명품이나 리빙 제품은 백화점에서 구입하고 소용량 생필품은 집 근처 편의점에서, 이커머스를 통해서는 대량 생필품을 사는 경향을 뜻한다.

백화점의 실적 향상을 이끈 부분은 역시 패션과 명품 부분이다.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는 여성패션과 남성패션, 아웃도어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여기에 코로나19 코로나19 장기화에 다수의 소비자들이 ‘보복 소비’를 위한 명품 구매가 늘어난 가운데 엔데믹 시대에도 이러한 소비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 그룹 광주 스타필드 이미지.
신세계 그룹 광주 초대형 쇼핑몰 이미지.

광주 초대형 쇼핑몰 유치경쟁에 신세계·현대 뛰어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광주광역시 복합쇼핑몰 사업 유치에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 그룹이 뛰어들었다.

신세계그룹은 쇼핑·문화·레저·엔터·휴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체류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광주'(가칭)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후보자로 어등산 부지를 꼽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연간 3000만명 고객과 방문객 유치를 목표로 ‘더현대 광주’를 조성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광주에 초대형 쇼핑몰을 유치해 무안, 목포, 나주 등의 상권을 흡수하겠다는 목표다

홈플러스의 반값치킨인 '당당치킨'
홈플러스의 반값치킨인 '당당치킨'

PB내세운 대형마트, 초저가 가격 경쟁 펼쳐

대형마트 업계는 연초부터 시작된 높은 물가 상승 속에 소비 활동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했다. 이에 소비 진작과 물가 안정을 위한 최저가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들이 직접 혹은 업체를 통해 생산하는 PB(자체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자주 찾는 품목을 PB제품으로 생산해 판매하는 형태다. 여기에 올해 중순부터 ‘반값’ 열풍이 불면서 치킨을 시작으로 피자, 양장피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제품보다 저렴한 PB식품을 판매했다.

동시에 초저가 마케팅을 강화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마트 3사는 고물가 속 초저가 경쟁에 돌입하면서 최저가격 보상제를 도입했다. 경쟁사의 상품 가격을 비교해 자사의 제품이나 타사보다 비쌀 경우 차액만큼 보상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공회전 계속

대형마트의 의무휴업과 야간 영업을 금지한 유통산업발전법이 올해 개정될 가능성이 컸다. 의무휴업 규제 완화의 경우 정부가 국민 투표 안건으로 도입했으나 부정투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표가 무산됐다.

그러나 정부가 이달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제도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등 개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늦어도 다음해에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제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폐지반대 목소리도 크다.

지난 9월 대전 현대아울렛에서 불이나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초기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 대전소방본부 제공
지난 9월 대전 현대아울렛에서 불이나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화재 초기 검은 연기가 치솟는 모습. 대전소방본부 제공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대형 악재로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지난 9월 대형 화재가 발생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화재로 사망한 이들이 하청·용역업체 직원이였다는 점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크게 비난받았다. 이 사고로 인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직접 유족을 만나 사과하고 김형종 사장이 입건될 정도였다.

여기에 현대아울렛을 비롯한 복합쇼핑몰의 40% 이상이 안전성에서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화재와 안전조치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했다.

세븐일레븐의 미니스톱 인수, 편의점 3강 체제 구축

국내 편의점 업계는 출점 제한으로 인해 시장 자체를 크게 키울 수 없는 구조다. 이에 롯데그룹 산하에 있는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 인수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코리아세븐은 미니스톱 인수에 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올해 3월에 인수를 마무리했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CU가 점포수 1만 5855개, GS리테일이 1만 5499개로 양강 구도를 구축 중이다. 여기에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점포 수가 1만 3969개로 늘면서 3강 구도가 구축됐다. 후발 주자인 이마트24는 업계 4위에 위치했다.

코리아세븐은 영업과 점포개발 조직과 차별화 상품 통합작업에 나서면서 각종 제반 시스템의 일원화, 표준화, 고도화를 통해 사업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 비닐봉투. 연합뉴스
편의점 비닐봉투. 연합뉴스

비닐봉지 사용금지 등 환경규제 강화

편의점이 주요 유통채널로 성장하는 가운데 정부가 나서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닐봉지 판매 금지가 있다.

환경부가 올해 11월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 금지 정책을 편의점 등 소규모 소매점에도 확대시행했다. 동시에 식당에서도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제도의 도입으로 편의점 4사는 일회용 비닐봉지 발주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대체용으로 준비했던 종이봉지나 다회용 쇼핑백 등의 사용을 유도했다. 그럼에도 비닐봉지 전면 사용 금지가 시행됐으나 소비자와 판매자의 불편이 고조됐다. 당분간 비닐봉지 판매 금지로 인한 불편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고조…소비 위축 본격화 우려

백화점, 마트, 편의점 업계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리오프닝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그 기대감은 빠르게 식어갔다.

연초부터 시작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올라 유통업계의 부담이 커졌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 미국과 유럽의 금리 인상 여파의 영향이다.

다음해에도 이러한 악재가 풀릴 기미가 없어 소비 위축이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불경기가 장기화된다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매출이 선방한 백화점, 편의점 업계에도 악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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