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빌딩 10층에 탄환 남아있을 수 있어" 발굴 조사 필요

'M60 기관총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37년만에 공식화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기총소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기총소사는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을 시민들에게 무차별 난사했다는 의미로, 계엄군이 얼마나 잔인하게 광주 시민들을 학살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국과수는 또 탄흔이 발견된 전일빌딩 10층 천장에 당시 계엄군이 쏜 탄환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판단, 추가 발굴 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12일 국과수는 광주시에 전달한 법의학 감정 보고서를 통해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탄흔의 총기 종류를 검토한 결과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만으로 확실한 판단 근거가 없어 사용된 총기의 종류를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추형의 탄흔의 경우 '5.56㎜나 7.62㎜ 소총탄에 의한 탄흔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국과수는 '5·18 당시 현장 주변을 기동한 헬기는 UH-1 500MD 기종으로, 두 헬기의 무장은 7.62㎜ 실탄을 사용하는 M60 계열의 기관총이나 M134 미니건(minigun) 계열의 기관총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흔의 크기로만 보아서는 M16 소총의 가능성을 우선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탄흔의 숫자가 최소 150개 이상인 점과 M16 소총의 탄창이 20발 또는 30발인 점으로 볼 때 1인이 탄창을 교환하며 사격했거나 2인 이상 다수가 동시에 사격한 정황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탄흔의 생성 방향은 한 지점에서 좌우 방사형으로 펼쳐진 형태이며 이는 기관총 사격에서 나타날 수 있으나 다인의 동시 사격에서는 나타나기 힘든 형태의 탄흔'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수는 '탄흔의 밀집 정도로 보아서는 M134 미니건의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있으나 천장 텍스에서 식별되는 탄흔의 생성 방향으로 보아서는 UH-1 헬기의 양쪽 문에 거치된 M60 기관총의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계엄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했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국과수는 총기 종류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일부 탄환이 전일빌딩 10층 천장 슬라브(slab)와 텍스 사이 공간에 남아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국과수는 '만약 이 곳에서 탄환이 발견된다면 사용 총기류에 대한 규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는 수많은 목격자 증언에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사진 등 증거가 없어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군 당국도 37년 동안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고(故) 조비오 신부와 1980년 당시 광주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아놀드 피터슨 목사, 적십자대원으로 활동했던 이광영씨 등은 계엄군의 기총소사를 증언해왔다.

정수만(71) 5·18연구소 비상임연구원(전 5·18유족회장)은 "1980년 5월21일 공중에서 '드르륵' 기관총을 쏘는 소리를 듣고 숨었다. 기총소사를 목격한 증언도 넘쳐날 정도로 많다. 이 보고서가 80년 5월의 진실을 밝히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37년만에 공식화 한 가운데 5·18기념재단이 12일 오후 광주 서구 기념재단 시민사랑방에서 헬기사격을 증명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2017.01.12. (사진=5·18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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