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러시아 하바롭스크발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들이 검역 절차를 밟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러시아 하바롭스크발 여객기를 이용한 승객들이 검역 절차를 밟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당장 여행과 외식 관련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이미 지구촌을 짓누르고 있는 인플레이션 해법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가 얼마나 강력한지, 백신의 예방효과를 뚫고 얼마나 많은 사람을 감염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가 겪을 고통의 무게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국이 오미크론 확산을 막겠다며 국경을 걸어 잠그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여행 제한조치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지 못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오히려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

WH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 대응 지침에서 "국경 봉쇄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은 막지 않고, 사람들의 생계에만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행 제한은 각국이 자국 내 변이 발생 보고를 꺼리게 만들고, 역학조사 결과나 바이러스 분석 데이터 공유도 주저하게 할 수 있다"며 "결국 전 세계 보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을 보고하는 국가가 '여행 제한 대상국'으로 불이익만 받게 된다면 보고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WHO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행 제한 조치를 도입한 국가는 56개국에 이른다. 오미크론 변이는 현재 약 20개국에서 확인됐다.

WHO는 "각국이 감시를 강화하고 코로나19 유전체 분석을 늘려가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더 많은 나라에서 발견될 것"이라며 "여행 관련 조치를 도입한다면 증거와 위험 정도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건강이 좋지 않거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60세 이상 고령자, 심장질환·암·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은 해외여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국은 여행과 관련한 권고와 규정 강화를 검토 중이다. 미국 내 4개 주요 공항에서 특정 국제선 입국자의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감시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여행을 가능한 한 안전하게 할 방법을 찾고 있다.

미국에선 아직 오미크론 환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연설을 통해 확진자 발생이 거의 불가피한 일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비시민권자가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처를 지난달 26일 발표했다. 이튿날에는 이들 8개국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 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 금지'로 격상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니제르, 파푸아뉴기니, 폴란드,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최고 단계인 4단계로 올리고 여행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캐나다도 입국 금지 국가를 늘리고 외국인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말라위를 입국 금지 국가로 추가한 상태로, 이들 국가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국가의 감염자가 최근 방문하거나 거쳐 간 곳으로 지목된 곳이다.

캐나다는 지난달 26일 보츠와나와 스와질랜드, 레소토, 모잠비크, 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등 7개 나라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막은 바 있다.

캐나다는 또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을 제외한 캐나다 밖에서 입국하는 모든 여행객을 상대로 입국 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 조치하도록 했다.

아시아권 국가들의 방역규제 완화 움직임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현재까지 아시아권에서 확인된 오미크론 감염 사례는 홍콩에서 3건, 호주에서 5건 등으로 많지 않지만, 기존 백신이 무력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만으로도 심각성을 낮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달 30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올해 말까지 전면 금지한다. 비즈니스 목적 입국자와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이달 8일부터 제한적으로나마 국경을 개방했던 것을 불과 20여 일 만에 백지화하고 다시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호주 정부도 지난달 29일 비상안보회의를 열어 이달 1일로 예정됐던 국경개방 일정을 보류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인에 대해 20개월 넘게 국경을 통제했던 호주는 1일부터 기술자와 학생, 백신접종을 완료한 한국과 일본 국적자의 입국을 허용할 예정이었으나, 자국 내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오면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브라질 정부는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29일(현지시간)부터 아프리카 6개국 항공편을 금지했다.
브라질 정부는 오미크론 감염자의 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달 29일(현지시간)부터 아프리카 6개국 항공편을 금지했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문호개방에 적극적이었던 동남아 국가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달 중순 관광 목적의 외국인 입국을 허용한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30일부터 내외국인 해외입국자 격리 기간을 기존 3일에서 7일로 연장했다. 특히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온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주변 국가들, 홍콩을 방문한 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선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태국 정부도 1일부터 남아공, 보츠와나, 에스와티니, 레소토, 모잠비크, 나미비아, 짐바브웨, 말라위 등 아프리카 8개국 발 입국을 제한한다. 싱가포르는 남아공 등 아프리카 7개국을 방문한 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이들에 대해 28일부터 입국과 환승을 금지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 국가에 대한 무격리 입국 허용 방침도 연기하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호주와 싱가포르 등은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간주해 장기적으로 규제를 완화한다는 기조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중국은 수도 베이징의 경우 입국자에 대해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3주 시설 격리를 시행하고, 확진자가 발생하면 인근 지역을 모두 봉쇄하는 방식의 고강도 방역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의 국내 유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해외유입 확진자를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이 가능한 검체는 모두 분석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부터 오미크론 변이 발생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등 조치에 나섰다. 국가별 위험도와 확산 정도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평가해 입국 제한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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