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울릉군 합작 울릉샘물, 환경부 반대 부딪쳐
환경부 "수도법 위반" 울릉군 "원수는 수돗물 아냐"
생수시장 성장세...여러 업체 뛰어들며 경쟁 격화

LG생활건강이 추진 중인 생수사업 ‘울릉샘물’이 환경부와 입장 차이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울릉군이 지난 9월 LG생활건강과 친환경제품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울릉군 제공
LG생활건강이 추진 중인 생수사업 ‘울릉샘물’이 환경부와 입장 차이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울릉군이 지난 9월 LG생활건강과 친환경제품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울릉군 제공

LG생활건강이 추진 중인 생수사업 ‘울릉샘물’이 환경부와 입장 차이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환경부가 수도법 위반을 이유로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수백억대 투자금과 고용창출 효과가 물거품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울릉샘물은 LG생활건강과 울릉군이 520억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생수 사업이다. 울릉군은 2013년 샘물개발 허가를 취득했고 2017년 LG생활건강을 샘물 개발사업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LG생활건강은 ‘제2의 삼다수’를 목표로 2018년에 울릉군과 함께 합작법인 '울릉샘물'을 설립했다. LG생활건강은 개발·제조·판매를 맡고 울릉군이 공장 부지와 인허가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LG생활건강과 울릉군의 울릉샘물 사업과 관련해 수도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을 최근 전달했다.

환경부는 울릉샘물에 대해 ‘수도법 13조’을 들었다. 이 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수돗물을 용기에 넣거나 기구 등으로 다시 처리해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사기업이 임의로 취수해 판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환경부의 입장이다. 정수장을 통하지 않았더라도 원수 수조에서 분기된 수도관을 이용했기에 울릉샘물은 수돗물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울릉도 북면 추산용출소에서 분출되는 용출수로 생산될 울릉샘물은 취수관을 거쳐 정수장을 통해 수돗물로 사용된다. 울릉군 측은 취수관을 거치더라도 정수장을 통과하지 않은 상태는 원수이기 때문에 수돗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수원지에서 발생하는 9000톤의 물은 수력발전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역시도 상업용으로 쓰이고 있어 모순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추산 용천수의 수원지인 울릉도 추산 송곳봉 전경.
추산 용천수의 수원지인 울릉도 추산 송곳봉 전경.

이전에도 울릉샘물은 환경부의 반대를 직면했다.

LG생활건강은 추산 용천수의 수원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하려고 했으나 환경부는 해당 지역이 2011년 12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민간 시설을 설립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보호구역 밖에 생산공장을 두고 별도의 수로를 통해 물을 공급받는 방안으로 사업 계획을 변경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도의 수로를 통해 물을 공급받더라도 수돗물로 해당될 수 있다는 환경부의 입장이 나오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울릉샘물의 생산공장은 9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이는 등 사업 마무리 단계에 위치했다.

사업이 무산될 경우 앞으로 10년간 기대되는 생산유발효과 3200억원, 부가가치유발 1400억원, 고용창출효과 1300명, 세수증대 50억원도 사라지게 된다.

한편 LG생활건강은 울릉샘물 외에도 강원평창수, 휘오 다이아몬드, 휘오 순수 등 생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인 해태htb의 평창수도 있다.

국내 생수 시장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고 1인 가족이 늘었으며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수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0년 4000억원대에 불과했던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2023년에는 2조 3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 삼다수
제주 삼다수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생수시장 1위는 제주 삼다수다. 제주 삼다수는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며 생수 시장 브랜드별 점유율 조사에서도 38.1%다. 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개발공사는 4년 단위로 판권 입찰을 실시하며 다른 회사에 유통을 위탁하고 있다.

이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13.3%, 농심 백산수가 8.5%, 강원 평창수가 4.4% 순으로 집계됐다.

해외 수출도 증가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생수 수출액은 2017년 714만 9000달러에서 2019년 836만달러로 늘었다. 특히 중국에서 생수 소비자들이 늘면서 국내 생수 업체들은 중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등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자체상표(PB) 생수 브랜드를 내며 저가 전략을 펴고 있다. 이마트의 국민워터, 롯데마트의 온리프라이스 미네랄워터, 홈플러스의 바른샘물, GS25의 지리산맑은샘물, CU의 헤이루 미네랄워터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현재 제조사 70여곳에서 만든 생수 브랜드 300여개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200개 브랜드에서 1년 만에 약 100개나 늘어났다.

현재 정부 정책으로 생수의 라벨을 떼어내는 ‘무라벨’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새로운 브랜드가 경쟁할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조성됐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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