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미스터피자, 낮은 기업윤리에 결국 몰락
"CEO 부족한 윤리의식, 기업 위기 빠트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불가리스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 4일 불가리스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장영일 기자] 남양유업이 결국 사모펀드에 매각되면서 창업주 일가의 58년 경영이 막을 내렸다. 대리점 갑질부터 최근 불가리스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대표 유제품 회사가 몰락하는데는 수 년이 걸리지 않았다. 과거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로 사모펀드에 매각된 미스터피자처럼 CEO의 부족한 윤리의식이 기업 최대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경영참여형 PEF인 한앤컴퍼니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지분 51.68%를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 53.08% 전량을 3107억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남양유업은 1964년 홍 전 회장의 부친 홍두영 창업주가 설립하면서 국내 대표 유제품 회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사건이 터진 2013년부터 올해 불가리스 논란까지 끊이지 않는 불매운동으로 고통 받아왔다.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밀어내기식 영업을 벌이다 불매운동 역풍을 맞고 고꾸라졌다.

지난해 매출은 9489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대가 무너졌고, 영업이익은 771억원 손실, 당기순손실도 535억원에 달했다.

올해엔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멸 효과 발표가 치명타가 됐다. 홍 전 회장은 과거에 불거졌던 논란에 대해서도 함께 사과하며 회장 직에서 물러났고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했던 MP그룹도 남양유업과 비슷한 사례다.

정우현 전 회장은 2016년 경비원에 대한 폭행과 치즈통행세 등으로 업계 1위에서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걸었다. 정 전 회장이 가맹점에 치즈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동생 회사를 끼워넣고 가맹점주들에게 비싼 치즈를 매입할 것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150억원 가량의 통행세를 거뒀다는 논란이었다.

정 전 회장은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미스터피자는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사모펀드에 150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도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기업회생절차를 밝고 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소유한 이스타항공은 오랫동안 자본잠식 상태에 허덕이다 결국 매물로 나왔다.

그러나 인수합병(M&A) 추진 과정에선 이 의원 자녀들의 편법증여 의혹도 불거져 나오면서 M&A가 불발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업계와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이 의원 일가의 책임론을 강도높게 주장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CEO리스크는 기업의 존망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 테라노스는 한때 기업가치가 9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투자자 소송과 연구소 폐쇄 등 몰락의 수순을 걷고 있다.

회사를 위기에 빠트린 것은 창업주인 엘리바베스 홈즈다. 홈즈는 몇 방울의 피만으로도 질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실리콘밸리의 신화로 부상했다.

그러나 그녀가 만든 진단키트는 작동하지 않았고, 자산 10조원이 허공으로 증발해버렸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테라노스와 홈즈를 상대로 주식사기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50만달러의 벌금과 홈즈의 테라노스 의결권을 박탈했다.

또 2000년대 일본의 유가공업체 1위였던 유키지루시는 식중독 집단 사태에 진정성 없는 대응으로 일관하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결국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시장에서 명성을 얻는데는 수십년의 세월이 필요하지만, 잃는데는 몇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면서 "CEO의 부족한 윤리의식은 결국 기업을 위기에 빠트리게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