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심야·새벽 배송 담당하던 이모씨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심야·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이모씨의 사망과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 쿠팡에서 심야·새벽 시간대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쿠팡 택배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돼, 사망 원인 등 정확한 사실관계를 두고 노동자와 사측의 공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택배 노동자의 사망 원인이 과로가 명백함을 주장하며 사과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들은 "처참한 심야·새벽배송이 부른 '예고된 과로사'가 또 벌어졌다"면서 "쿠팡이 공식 사과하고 보상·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유가족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대책위와 경찰 등에 따르면 쿠팡 송파 1캠프에서 심야·새벽배송을 맡았던 40대 이모씨는 지난 6일 낮 12시 23분께 서울 송파구의 한 고시원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배우자 신고로 출동해 시신을 찾았다. 고시원 방은 안에서 잠겨 있었으며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검 결과 '뇌출혈이 발생했고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는 1차 소견이 나왔으며, 이씨가 평소 지병이 없던 점 등으로 볼 때 과로사가 명백하다는 게 대책위 측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지난해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심야 업무 노동자가 숨진 뒤 과로사 대책을 쿠팡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씨 과로사는 쿠팡에 의한 간접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지난해 초 쿠팡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오후 9시부터 오전 7시까지 주 5일을 근무했다. 이씨의 한 동료는 "쿠팡이 이씨 근무시간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물량을 모두 처리하도록 강요하며 1시간인 무급 휴게시간마저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을 하게 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정부가 쿠팡을 중대재해다발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며 시민사회와 정부, 국회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것도 제안했다. 

쿠팡 측은 이번 사망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 쿠팡은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고인의 사망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 협력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기 위해 모든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한 국내 물류센터 전경
쿠팡 한 국내 물류센터 전경

쿠팡은 다만 과로사 의혹에 대해선 근로시간은 낮은 수준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쿠팡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월 24일 마지막 출근 이후 7일 동안 휴가 및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지난 4일 복귀 예정이었다.  

지난 12주간 이씨의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이었으며, 근무기간은 약 40시간이었다. 이는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가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합의기구가 권고한 주당 60시간 근무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는 게 쿠팡 측의 주장이다.  

쿠팡 관계자는 "고인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당국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회사도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다"면서 "쿠팡은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더욱 철저히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산업재해 논란이 쿠팡의 대외적 기업가치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에서는 지난해 4건, 올해 2건의 과로사가 발생했다. 쿠팡은 이르면 오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쿠팡은 투자 위험 요소로 공정거래법을 언급한 바 있다.

쿠팡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수정 상장 신청서류에서 상장 주체인 미국기업 쿠팡주식회사(쿠팡 Inc)의 한국 자회사인 쿠팡과 계열사들이 한국법상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을 추가로 명시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제출했던 상장 신청서류에는 없던 내용이다. 

쿠팡은 이와 함께 한국 고용노동부가 쿠팡 플렉스와 쿠팡이츠 배달원을 노동자가 아니라 독립 계약자(개인사업자)로 판정했다는 내용은 '위험요소'에서 삭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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