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재 속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체재 강화
끝나지 않은 사법 리스크에 ESG·준법경영 강조
높은 실적에 따른 특별배당금. 상속세 마련 도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삼성전자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인 상황 속에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3인의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이들은 이번 주총에서 다시 사내이사직을 연임해 이재용 부회장이 빠진 비상경영 체제를 도맡게 된다.

삼성전자는 수년간 사법 리스크를 겪어왔던 만큼 이번 주총에서 준법경영을 다시 강조한다. 또 주총을 통해 막대한 금액의 특별배당금이 지급돼 오너 일가의 상속세 마련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사진 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이 지난해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부재 속 김기남·김현석·고동진 트로이카 체제 유지

이번 주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 속에 개최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빈 자리는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의 3인이 채운다.

이번 주총에서는 이들 3인의 임기가 이번달로 만료되는 만큼 사내이사 재선임건이 논의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가전‧핸드폰 사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 대표의 역할이 절실하다. 이들은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돼 안정적인 경영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사법리스크로 총수가 부재한 만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명성)와 준법경영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과 박재완 이사회 의장은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를 지원하고 연구개발(R&D) 노하우를 활용해 마스크, 진단키트, 백신용 주사기 제조업체들을 지원하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극복에도 앞장섰다"고 말했다.

준법 경영과 관련해서는 "외부 별도 독립 조직으로 설치된 준법감시위원회를 통해 회사 및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 중임 동시에 컴플라이언스팀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격상해 이사회의 중요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 다른 경영 공백에 대한 의견이나 대규모 신규 투자와 관련해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박병국, 김종훈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도 상정된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김선욱 사외이사의 재선임은 별도 안건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하고, 이 경우 최대주주는 최대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이와 함께 올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건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총회 모습. 연합뉴스

◇13조 규모의 특별배당, 오너 일가 상속세 마련에 큰 도움

이번 주총에서는 결산 배당 지급건도 논의된다. 삼성전자는 기존 결산 배당인 보통주 354원에 특별 배당금을 더해 주당 1932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당 총액은 13조1000억원에 이른다.

이번 특별배당은 삼성전자가 지난해에 높은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주주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매출 237조원, 영업이익 36조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30% 성장하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메모리는 서버·모바일 고용량 제품과 같은 차별화 제품 판매 확대로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했다.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극자외선(EUV) 공정 양산 확대 등 미래 성장 기반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또 "세트 사업에서는 첨단 기술을 탑재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혁신적인 폴더블폰 및 새로운 QLED TV와 비스포크 가전 등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리더십을 굳건히 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 623억달러로 글로벌 5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특별 배당의 공식적인 이유는 주주환원 정책이지만 재계에서는 총수 일가의 상속세 마련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총수 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특별배당에 더욱 관심이 커졌는데, 그 규모는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2억4927만3200주(4.18%)를, 우선주 61만9900주(0.08%)를 보유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4202만150주(0.70%)를, 홍라희 전 관장은 5415만3600주(0.91%)를 각각 보유 중이다.

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보통주로 받는 배당은 7462억원인데 이 배당금이 이재용 부회장 등 상속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총 1258억원(일반 595억원·특별 663억원)을, 홍 전 관장은 1620억원(일반 766억원·특별 854억원)을 배당금으로 받게 됐다.

특별 배당금 덕분에 삼성 일가 전체가 받는 배당금은 2019년(4900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배당금은 일가의 상속세 재원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의 주식 상속가액은 총 18조9633억원으로, 상속인들이 내야 할 주식분 상속세는 11조원대에 이른다.

◇‘동학개미’ 늘어난 삼성 소액주주, 온라인 주총 대거 참석

삼성전자는 올해 주주들이 직접 주총에 참석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를 병행하며 온라인 주총 생중계를 제공한다.

주주들은 별도로 마련된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중계 참여를 신청하고 안건별 질문도 사전 등록할 수 있다.

신청한 주주들은 주총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질문도 할 수 있다. 다만 현행법상 주총 당일인 17일 온라인 중계를 시청하면서 주총 안건에 대해 온라인으로 투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사전에 전자 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의결권 대리 행사를 신청해야 한다.

'동학개미 운동'으로 삼성전자 소액주주가 200만명을 넘은 만큼 이번 주총을 참여하는 주주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주수는 작년말 기준 총 215만4081명이다. 개인 소액주주는 214만5317명으로 전체의 99.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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