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제정 후로도 연이은 인명사고 발생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서 포스코 등에 거센 비판 예상
최정우, 허리지병 이유로 불출석 통보..책임회피 논란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스코 제공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에서 연달아 인명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미흡한 안전대책을 세운 이들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이 시행되고 당장 국회가 산업재해 청문회를 통해 철강업체를 부르기로 한 상황에서 뒤늦게 사태 수습 및 안전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19일 국회와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명사고가 발생한 철강업체들이 사회적 책임과 안전관리 대책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1조원에 가까운 안전대책 강화를 발표했으나 협력업체 직원의 연이은 사망사고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포스코에서 작업 중 숨진 노동자는 19명에 달한다.

최정우 회장은 연달아 인명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16일 최근 발생한 포항제철소 원료부두 사고현장을 방문해 현장의 안전관리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최근 연이은 안전사고에 대해 유족들과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다만 최정우 회장의 사과문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정성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최정우 회장이 또 다시 사과문을 발표했으나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망사고, 반복되는 사과문”이라면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하고 설날도 지난 시점에서, 직접 유가족을 찾아뵙지도 않고 발표한 사과문에 애도의 진정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혁신적 계획도 없다. 지속해 땜빵처방, 형식적 재발방지 대책을 남발해 더 이상 발표할 계획이 없는 것”이라며 “작년 11월 24일 광양제철소 폭발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2월 2일 ‘향후 3년간 1조원 안전 투자’계획을 발표했지만, 역시 세부 추진계획은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압산소 취급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고압산소 취급 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노조의 비판 뿐만 아니라 집권여당 등 정치권의 비판도 거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계적 철강기업 포스코에서 산재 사고가 반복되는데도 안전조치를 취하기는커녕 무책임한 태도가 계속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5년간 노동자 42명이 숨지는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례가 수백 건 적발됐음에도 지난 10년 동안 포스코가 관련 이사회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며 "위법행위에 대한 이사회의 감시 의무 위반"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포스코는 이사회 전문위원회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18일 발표했다. 환경, 안전·보건, 지배구조 등 ESG 관련 주요 정책을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이사회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공개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정우 회장 본인은 지병을 이유로 오는 22일로 예정된 국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불출석을 통보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국회의원 등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은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에 지병으로 청문회에 출석하기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보냈다.

최정우 회장은 사유서에서 "평소 허리 지병이 있어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해 병원 진단을 받은 결과 2주간 안정가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권유로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다는 말을 드린다"며 "양해해준다면 장인화 대표이사 사장이 대신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방안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최정우 회장의 궁색한 변명에 곧바로 분노를 터트렸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최정우 회장이 멀쩡히 현장을 방문해 사죄의 말과 함께 사과한 것이 지난 16일”이라며 “유가족에게 보낸 사과의 말에 진정성이 조금이라도 담겼다면 이처럼 무책임하게 불참을 통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앞에서 대국민 사과하고 뒤로는 증인을 회피하려는 얕은 꼼수”라며 “최정우 회장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국회의 부름에 즉각 응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잇달아 구설수에 휩싸인 최정우 회장의 연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하고 있다. 최정우 회장의 연임 여부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된다.

김연극 동국제강 사장(가운데)이 18일 부산공장의 사고 현장을 찾아 직원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보고받고 있다. 김 사장은 이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사망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했다. 동국제강 제공
김연극 동국제강 사장(가운데)이 18일 부산공장의 사고 현장을 찾아 직원으로부터 사고 경위를 보고받고 있다. 김 사장은 이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사망사고 발생에 대해 사과했다. 동국제강 제공

한편 포스코 뿐만 아니라 최근 사망사고가 발생한 동국제강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발표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원청 사업장 명단에 동국제강 인천공장이 선정돼 안전성이 의심된 상황이다.

지난 16일 부산 남구 동국제강 원자재 제품창고서 일하던 50대 직원 A씨가 철강 코일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이에 동국제강은 지난 18일 부산공장의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고인과 유족에게 사과했다.

김연극 동국제강 사장은 이 자리에서 "절대로 발생하지 말아야 할 사고가 발생해 참담하고 죄송하다"면서 "비통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고, 모든 질책과 추궁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또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대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철저히 하겠다"며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외주, 협력사까지도 빠짐없이 안전 시스템을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동국제강은 18일 김연극 사장 주재로 사업장 안전담당 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경영 강화를 위한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사 측은 올해 환경·안전 부문 투자를 지난해 190억원보다 30% 늘어난 25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한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스마트안전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동국제강 사업장에선 최근 4년 사이 언론보도로 확인된 것만 4건의 사고가 났다.

한편 철강업계의 안전 투자 확대는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의 시행 탓도 있다.

지난 1월 제정된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은 내년부터 적용된다. 중대 재해 처벌법에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경영책임자에 1년 이상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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