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 주장을 인정하는 최종 심결을 내렸다. 사진은 11일 서울 LG와 SK 본사 건물 모습. 연합뉴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 측 주장을 인정하는 최종 심결을 내렸다. 사진은 11일 서울 LG와 SK 본사 건물 모습.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LG측의 완승으로 끝났다.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2월 14일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Default Judgment) 예비 결정을 내린 지 1년 만에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LG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에서 이긴 LG에너지솔루션은 앞으로 SK와의 배상금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반면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되고 수입금지조치 등 중징계까지 받게 된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LG와의 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미국 ITC는 11일 SK이노베이션의 LG측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미국 내에 배터리 팩과 셀, 모듈, 부품, 소재 등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전 제품에 대해 10년간의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미ITC는 LG가 영업비밀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범주를 예외 없이 모두 인정해줬다.

다만 ITC는 SK의 공급업체인 포드와 폭스바겐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은 각각 4년, 2년간 수입을 허용하는 유예 조치도 함께 내렸다.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하면서 자국 내에서 완성차를 생산하는 포드와 폭스바겐에 대해서는 유예기간 내 다른 대체 업체를 찾도록 배려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함에 따라 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ITC 결정으로 지지부진하던 양사의 배상금 합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SK 입장에선 수입금지를 풀고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배터리 생산을 계속해서 정상화하려면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광범위한 영역에서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 피해가 있었다는 주장이 인정됐다"며 "SK의 증거 인멸 등에 기반한 조기 패소 예비 결정이 그대로 최종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또 "이번 결정은 30여 년간 수십조원의 투자로 쌓아온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정당하게 보호받게 됐다는 큰 의미가 있다"며 "배터리 산업에서 특허뿐만 아니라 영업비밀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해 국내 업체 기술력 보호와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중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을 향해서는 "이제라도 소송 상황을 왜곡해온 행위를 멈추고 ITC 최종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하라"며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ITC가 앞서 만장일치로 자사 조기 패소에 대해 전면 재검토 결정을 한 이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소명했다"며 "그러나 ITC가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해 실체적 판단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쉽다"며 밝혔다.

영업비밀 사실이 제대로 가려진 것이 아니라, 절차상의 문제점 때문에 패소했다는 게 SK의 주장이다.

SK측은 그러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길 기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지 정하는 심의 기간은 앞으로 60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대통령 검토 등 앞으로 남은 절차를 통해 ITC 결정을 바로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ITC 결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등 정해진 절차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 진실을 가리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ITC 소송에서 이긴 LG측이 배상금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면서 배상금 액수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까지 LG는 2조5000억∼3조원 가량의 배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SK측은 자회사(SKIET)의 상장 지분 일부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적게는 1000억원대, 많게는 5000억∼6000억원대를 제시했다는 소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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