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로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차가 노동조합 측에 앞으로 두달간 임금 100%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협상에 진통을 겪은 쌍용자동차가 단기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을 차질없이 추진해 조기에 경영정상화의 기반을 마련해나갈 뜻을 피력했다.

앞서 정부가 우선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로 자금난을 겪는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마련했지만, 업체들은 연쇄 도산을 우려하며 조속한 자금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잠재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가 P플랜에 대해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쌍용차 회생 절차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하자 진화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쌍용차는 4일 "현재 원활한 P플랜 추진을 위해 마힌드라 그룹 및 잠재적 투자자와 P플랜 관련 절차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전회생계획안 등을 마련해 채권자 동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지난해 12월2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와 함께 회생절차 개시 여부 보류 결정 신청서(ARS 프로그램)를 접수했으며, 이달 28일까지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보류됐다. 

당초 회생절차 개시 보류 기간 마힌드라그룹과 신규 투자자와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채권자 등 이해관계 조정에 합의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취하할 계획이었지만 신규 투자자 등과의 협상이 지연되며 부득이 P플랜 진행을 검토하게 됐다.

P플랜은 채무자 회생·파산에 관한 법률 제223조에 규정된 사전계획안 제출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신규투자 또는 채무변제 가능성이 있을 때 채권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 회생절차 개시 전에 사전회생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함으로써 회생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회생절차 비용과 시간 등을 절약하고 빠른 기업 정상화를 촉진하는 절차다.

쌍용차는 특히 협력사와의 납품 대금 등과 관련한 협의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제품개선모델 출시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판매 물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쌍용차는 납품 대금 지급을 위해 1∼2월 임직원 급여 50%의 지급을 유예하기도 했다. 쌍용차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쌍용차 문제로 협력사와 금융기관 등에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며 "그동안 이어온 상생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당면한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의 협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300여곳의 중소 협력사로 구성된 쌍용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는 호소문을 통해 "쌍용차가 생산 재개를 통해 조기 회생을 하지 못한다면 열악한 경영상황에 처해 있는 중소 협력사는 연쇄 부도로 인해 대량 실업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쌍용차의 정상화에 대한 희망을 갖고 모든 협력사가 부품을 계속 공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질적인 지원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쌍용차는 협력사의 납품 거부에 따른 생산 부품 조달 차질로 3∼5일 평택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업 회생 신청 이후 대기업 부품업체의 납품 중단으로 이틀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쌍용차 예병태 대표이사
예병태(왼쪽) 쌍용차 사장 쌍용차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P플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비대위는 "협력사와 협력사 그리고 협력사와 쌍용차는 하나의 공동운명체로서 서로의 생존은 직결돼 있다"며 "약 4개월분의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300여곳의 중소 협력사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쌍용차의 회생 작업 차질로 협력사들이 줄도산의 위기에 빠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협력사의 원활한 부품 공급이 이뤄져야만 쌍용차의 정상적인 생산과 영업 활동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협력사의 채권 회수 역시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 부품 공급을 중단한 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부와 금융기관의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지원도 요청했다. 비대위는 "정부와 금융 관계기관의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높은 신용도와 담보 제공 조건은 이미 쌍용차의 회생 절차 신청으로 신용이 동반 하락한 중소 협력사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어 많은 협력사가 유동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쌍용차의 존립 여부는 300여곳의 협력사, 16만여명의 일자리와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며 "현재 쌍용차 상황은 정부의 지원과 부품을 공급하는 대기업 및 외국계 투자기업의 협조 없이 자력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루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을 거듭 요구했다.

쌍용차의 자본 잠식률은 작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108.3%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2017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쌍용차는 지난해에는 4235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 적자 규모가 2019년(2819억원) 대비 50.2% 늘었다. 쌍용차의 작년 매출은 2조9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제48조에 따라 쌍용차가 작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인 다음달 31일까지 자본금 전액 잠식 해소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내지 못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쌍용차는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간의 매각 협상이 끝내 결렬됨에 따라 P플랜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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