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만 가는 이커머스 시장, 유통 대기업 큰 관심
롯데온·SSG닷컴, 큰 투자에도 성장은 더뎌 고심
핵심은 몸값, “이베이 측 5조, 투자업계 3조 예상”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오면서 롯데와 신세계, 양사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오면서 롯데와 신세계, 양사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커머스 시장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두드러진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가 매물로 나오면서 롯데와 신세계, 양사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후보로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언급되고 있다. 이는 두 그룹이 처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양사 모두 과거에 11번가, 티몬 등 이커머스 기업의 인수를 검토할 정도로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롯데는 자사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을 야심차게 출범시켰으나 소비자의 큰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롯데온은 총 3조원을 투자했으나 타사에 비해 느린 배송, 불편한 고객센터, 미흡한 시스템 등으로 아쉬운 점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온의 도약이 미흡한 상황에서 이커머스 입지가 탄탄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이커머스 시장 선두로 떠오를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에 롯데의 오프라인 인프라가 합쳐진다면 큰 시너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신동빈 회장은 이커머스에 더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롯데 최고경영자(CEO) 포럼’에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를 초청했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이 포럼에 참석해 이커머스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신세계도 롯데 못지않게 이커머스 시장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계도 그룹의 통합쇼핑몰 SSG닷컴을 선보인 후 지난해부터는 몸집 키우기를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SSG닷컴에서 이마트의 오픈마켓을 선보여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자 노력하고 있다.

SSG닷컴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지난해 기준 거래액은 아직 4조원 수준에 그쳤다. 외부 판매자를 활용한 오픈마켓을 활용할 경우 카테고리와 품목 수를 늘릴 수 있어 소비자를 더욱 모을 수 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이뤄지면 오픈마켓 전환이 더욱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4월 개최한 '롯데온 전략 설명회'
롯데쇼핑이 지난해 4월 개최한 '롯데온 전략 설명회'

다만 문제는 양사가 무려 5조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할 여력이 있느냐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1조7654억원 정도다. 이마트는 같은 시기를 기준으로 9413억원을 보유했다. 현금만으로 M&A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당장 쓸 수 있는 금액이 크지 않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게다가 이베이코리아가 유통의 핵심요건 중 하나인 물류센터나 물류 인프라를 갖추진 못한 만큼 인수 후에도 추가 투자가 필요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가 지나칠 정도로 몸값이 뻥튀기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당초 투자업계는 이베이코리아에 책정했던 3조원의 몸값을 책정했다. 그러나 이베이측이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 5조원과는 무려 2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옥션과 G마켓은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실제로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매출 1조954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대비 각각 12%, 27% 성장했다.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췄다.

다만 이커머스업계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베이코리아 수익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9년 거래액 기준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쇼핑, 쿠팡에 이어 3위 사업자로 내려앉았고 영업이익률도 2010년 기준 20%에서 5.7%로 떨어졌다.

이베이코리아의 이익률이 꾸준히 떨어지는 가운데 투자업계는 5조원 규모의 몸값은 다소 무리가 아니냐는 주장을 내놓는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지분까지 끼워서 5조원의 몸값을 고수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카카오뱅크 설립 초기 자본금 3000억 원에서 4%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가 과거에 이커머스 투자를 포기하고 자사 사업 키우기에 나섰던 만큼 이번에도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인 것은 맞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서 점차 점유율을 잃고 있다”면서 “롯데가 롯데온, 신세계가 SSG닷컴에 키우기에 나선 상황에서 높은 몸값을 지불하면서 까지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온라인 채널을 키워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기 보다는 차라리 직접 키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롯데와 신세계 모두 이베이코리아 인수설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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