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스트레이트뉴스]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1대에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을 비롯해 수백 개의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된다. 최근 자동차의 친환경화·전장화가 가속하면서 전장 시스템의 채택 비중이 늘어 차량당 반도체 소요량도 늘고 있는 추세다. 

차량용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단기 원가 상승과 함께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10% 상승하게 되면 자동차 내 생산 원가는 약 0.18% 상승하게 되고, 영업이익이 1%가량 감소할 수 있다.

우선 폭스바겐그룹은 반도체 부족으로 중국과 북미, 유럽 내 1분기 생산에 10만대가량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아우디는 이달 고급 모델 생산을 연기하고 직원 1만명이 휴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드는 최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공장 문을 닫은 데 이어 독일 자를루이 공장의 가동을 다음달 19일까지 중단할 계획이다.

크라이슬러 역시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지프를 생산하는 멕시코 공장의 재가동 시기를 연기한 바 있다. 도요타와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은 반도체 업체의 화재까지 덮치자 일시 감산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반도체 부족이 뚜렷해졌다. 텔레 워크가 확산하면서 PC에 사용하는 전원관리용 반도체가 우선 부족해졌고 중국 자동차 시장의 회복하면서 차량용 반도체도 공급 부족을 겪었다. 미국이 중국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를 제재하면서 반도체 부족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고 PC나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위주로 생산에 집중한 데 따른 것이란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후 하반기에 완성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자 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축적과 생산 증가에 나서고 있으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생산시설 부족 현상이 커져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빠르게 늘릴 수 없어 일시적인 수급 불일치가 나타났다.

다만 국내 주요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현재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공급 부족을 겪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 울산2공장 생산라인.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1∼2개월분 확보했다. 차량 생산에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공급선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GM도 아직은 정상 조업 중이지만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GM 본사 차원에서 대만과 접촉하는 등 대응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는 대만 측에 반도체 생산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용 반도체를 중심이 공급이 부족해지자 미국·일본·독일 등 각국 정부가 대만 당국에 반도체 증산 등에 협력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25일 보도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담당하는 행정기관인 경제부는 이미 주요 반도체 기업에 증산 등을 요청했으며 전 세계 반도체 수탁 생산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TSMC나 업계 4위인 UMC 등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확대를 서두르도록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의 요청에도 반도체 생산량이 조기에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이윤이 적고 수요가 줄면 가격이 금세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증산을 위해 투자를 늘렸다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주요 반도체 업체가 최근 자동차 업계에 반도체 가격 10∼20% 인상을 타진했지만 공급 부족이 조기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