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도중 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눈을 감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018년 2월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서 3년만에 총수 부재 사태가 삼성에서 일어났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18일 삼성은 2017년 총수 부재 상황을 떠올리며 당혹스런 분위기다.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없는 1년6개월 동안 구축된 시스템으로 회사 경영이 진행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구속으로 지난해 5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내놓은 '뉴삼성' 선언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대국민 사과에서 4세 경영권 승계 포기와 무노조 경영 철회, 준법경영 강화, 신사업 추진 등을 골자로 뉴삼성 이행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동력을 잃거나 지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구속된 2017년 2월에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과거 삼성의 경영 구조는 총수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 계열사 전문경영까지 삼각 체제로 운영됐다.

그러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미래전략실은 해체됐다. 신설된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계열사 간 조율이 필요한 사안을 지원했다.

일단 이재용 부회장이 다시 구속되면서 삼성은 한동안 계열사별 운영 체제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TF가 총수 구속으로 어수선한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사업지원 TF가 과거 논란이 됐던 미래전략실과 사실상 같은 역할을 하는 상황이기에, 외부에서 사업지원 TF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탓에 사업지원 TF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총수가 부재된 상황에서 CEO가 대규모 투자계획과 중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후 중단됐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눈에 띄는 인수·합병(M&A)이 없다.

재계에서도 국내 1위 기업의 총수 부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치열한 기술 경쟁 속에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로 인해 경쟁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수립했으나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의 TSMC에 뒤지고, 팹리스 시장에서는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일본 소니 등 글로벌 기업들에 밀려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을 포함한 국내외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나 유망 기업 인수합병도 한동안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우려에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집행유예로 선처가 필요하다는 탄원 의견이 잇달았으나 이날 재구속으로 무위에 그쳤다.

다만 삼성이 총수 한 명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이미 갖췄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는 시선도 상당하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됐던 2017년에 삼성은 반도체 호황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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