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소위 중대재해법 의결...공무원 처벌규정 '삭제'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50인 미만' 3년 유예
노동계 "구멍숭숭 후퇴" vs 경총, "처벌수위 과도"

법안정의당 의원들이 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안정의당 의원들이 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전성남 선임기자] 7일 오전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통과됐지만 애초 원안보다 상당 부분 수정돼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에서 모두 환영받지 못한 '어정쩡'한 법안 취급을 받게 됐다.  

이날 통과된 중대재해법에는 기업의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진 책임자에게 '1년 이상, 벌금 10억원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다수의 노동자가 부상하는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형 혹은 1억원 이하의 벌금형, 법인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 처해지도록 했다.

하지만 애초 발의안이었던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처벌 대상에서도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과 바닥 면적이 1천㎡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등도 제외됐다.

특히 공무원의 부실한 사업 인허가로 중대 재해이 발생할 경우 담당 공무원을 처벌하도록 한 조항도 삭제됐다. 공무원의 관련 업무 기피와 소극적 행정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한편 이날 중대재해법 법사소위 통과 소식을 들은 정의당은 통과 법안을 '기업살인 방조법'으로 비유하고 "전국 사업체 중 5인 미만이 79.8%, 50인 미만이 98.8%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알맹이 없는 중대재해법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처벌 대상인 경영 책임자에 대한 규정도 대표이사가 아닌 안전담당 이사 등 하급자와 하도급 관계 등으로 책임을 돌릴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대표는 이번 '법안 후퇴'에 대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부 수장들에게 책임을 물었다.김 대표는 KBS 라디오에 출연해 "박 장관에게 도대체 왜 이렇게 자꾸 후퇴시키려고 하는 건지, 본인의 뜻인지 한번 꼭 물어보고 싶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법안 적용대상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에 대해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 산재사고의 30~35%가 일어난다"며 정부가 노동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통과법안이 재계의 요구만 수용한 법안이라며 "이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있으나 마나"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영계대로 이번 중대재해법 통과에 대해 경영진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지나치게 과도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법안 처리를 "정치적 고려만을 우선시해 경영계가 요청한 사항을 대부분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총은 "벌칙 수준도 과도하며 선량한 관리자로 의무를 다한 경우에 대한 면책 규정도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처벌 규정을 담아 헌법과 형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통과된 중대재해법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오는 8일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놓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은 각자 다른 입장에서 이번 법안이 본회의라는 최종관문을 통과할 지 신경을 곤두세운 채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