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픽]
4대그룹, 일제히 내년 사업계획 돌입
코로나19·글로벌시장 변수 예의주시
경영 위기 속 미래 먹거리·기회 모색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빠르게 다음해 사업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빠르게 다음해 사업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연말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 개편을 마무리하고 빠르게 다음해 사업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재계에는 현재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공정경제3법' 등 기업을 제재하는 법안도 시행을 앞둬 위기감이 커졌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4대그룹은 높아지는 위기 속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고 새로운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달 초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마친 후 15일부터 사흘간 온라인으로 다음해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 중이다.

삼성은 매년 국내·외 사장과 임원급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부문별 사업 업황을 점검하고, 다음해 사업전략을 구상한다.

지난 15일 모바일(IM) 부문에 이어 16일에는 소비자가전(CE) 부문, 17일에는 반도체 부품(DS)과 전사 부문에서 토론이 이어진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다음해 경영 화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 초격차 경쟁력 유지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첫날 모바일 부문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음해 초 출시할 '갤럭시21'를 비롯해 폴더블·플립폰 등 전략 스마트폰들의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코로나 '집콕' 수요 증가로 수혜를 본 소비자가전 부문은 QLED TV의 글로벌 판매 확대와 다음해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마이크로 LED TV 대중화 방안, 가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스포크 시리즈의 공급망 확충 계획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이 기대되는 D램 등 반도체 수급전략과 다음해 하반기에 최초로 극자외선(EUV) 장비로 양산될 차세대 D램 'DDR5', '더블스택' 기술이 처음 적용될 차세대 V낸드 생산과 출시 전략 등 '초격차' 유지 방안을 챙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 대한 투자와 신규 고객 확보 방안, 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사업 강화 방안 등도 논의 대상이다.

특히 다음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언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의 본격 가동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계 인사들이 정부 신년합동인사회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계 인사들이 정부 신년합동인사회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뉴스

현대차그룹은 15일 사장단과 임원을 교체한 후 글로벌시장 상황과 대내외 경영환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다음해 사업전략을 확정할 계획이다.

코로나19와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등 리스크(위험)를 안고 있는 현대차는 전기차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다음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선언했던 만큼 자사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해 전기차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다음해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첫 양산 전기차로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를, 기아차는 'CV'(프로젝트명)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정의선 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추진하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수소연료, 로보틱스 사업의 초석 다지기에 나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번 임원 인사에서 UAM, 수소연료, 로보틱스 사업을 이끌 차세대 리더를 대거 승진시키며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지난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만나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SK·현대차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지난 7월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만나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SK·현대차 제공

SK그룹은 다음해에도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기반을 닦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SK그룹은 제주도에서 개최한 CEO 세미나에서 다음해 경영 전략을 논의했으며, 현재 각 계열사가 이를 토대로 다음해 사업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다음해부터 ESG 경영의 일환으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사업에도 본격 진출한다. SK㈜가 이달 신설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통해 사업 추진에 나선다.

또 ESG 경영을 기반으로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관계자에게 미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와 공감을 쌓는 이른바 ‘파이낸셜스토리’도 본격 추진된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매출 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갖춘 기업이 앞으로 투자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SK텔레콤과 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중간 지주사 전환도 다음해 중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LG그룹은 지난 10월부터 한 달간 진행한 사업보고회를 통해 가장 먼저 다음해 사업계획의 큰 그림을 완성했다. 핵심은 미래 사업 준비와 성장동력 다변화다.

지난 7일 그룹 차원의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LG AI Research)'을 출범하고, 세계적인 AI 석학이자 구글 출신의 이홍락 미시건대 교수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LG전자는 사내 CSO(Chief Strategy Office)부문 산하에 '북미이노베이션센터'를 신설하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부국장을 역임한 이석우 전무를 센터장으로 영입하며 미래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구본준 고문이 다음해부터 LG상사와 LG하우시스 등 5개 계열사를 계열분리해 독립하는 이슈가 있다. 이 계열 분리를 성공적으로 마쳐 ‘구광모 체제’를 더욱 명확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4대 그룹은 최근 기업 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불구하고 재확산세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고 있고 다음해에도 이로 인한 경제 충격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을 경제 정책 변화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계속되는 미중 갈등 속에 환경·노동친화 정책 변화 등이 우리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국내에서는 기업 규제를 강화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이 시행되고,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까지 추진되면서 재계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다음해 사업계획을 통한 밑그림은 그려놓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단기 사업전략을 통해 위기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의 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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