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주도 김태한·이영호 전격 퇴진
국정농단 재판 이재용, 준법위 실효성 검증해야
시민사회 "기소된 임직원, 파면 등 징계 내려야"
합병주도 임원 사퇴로 준법위 실효성 강화 노린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커져가는 가운데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가 동반 퇴진했다. 두 인물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논란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기소된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논란이 된 임원진을 교체해 준법 의지 강화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감형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존림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같은날 삼성물산도 정기인사를 통해 오세철 부사장을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내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는 퇴임하게 됐다.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출범 때부터 10년 가까이 이끌어온 인물이다. 임기를 약 2년 앞두고 조기퇴진한 것으로,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위탁생산사업을 주도해왔다. 김태한 사장의 주도 하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은 연이은 상승세를 기록하며 올해 1~3분기 매출이 7894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3% 증가한 수치다.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은 취임 3년 만에 물러났다. 당초 이영호 사장은 레미안의 수익을 대폭 끌어올리고 코로나19 사태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해 연임이 유력시됐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올해 건설부문과 매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1%, 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임이 유력했던 만큼 업계에서는 이영호 사장이 갑작스럽게 퇴진하게 됐다는 평이다.

두 인물의 동반 퇴진은 실적과 무관하게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겪고 있는 사법리스크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한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관련돼 증거인멸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영호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 과정에서 부정거래 행위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삼성그룹 승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을 때 삼성물산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었다.

여기에 삼성 계열사 노동조합 파괴 공작 혐의로 재판 중인 정금철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 8일 퇴임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는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거나 검찰에 기소된 삼성그룹 임직원이 여전히 근무 중이라는 점을 줄곧 지적해왔다. 노동계에서는 최소한 기소된 임직원만이라도 징계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도리어 삼성그룹이 징계 대상인 임직원을 승진시키거나 포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도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과 연루된 임직원들이 모두 직책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렇듯 삼성그룹은 불법 승계 의혹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으로 기소된 임원들에 대한 조치가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는 단순히 비판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이 시민사회 소통과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설치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활동이 미흡하다는 평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준감위의 활동성과 실효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감형 요소에 해당되는 만큼 논란이 된 임원의 재직 여부는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태한 사장과 이영호 사장의 동반 퇴진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를 고려해 최대한 양형을 줄이기 위해 내려진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준감위의 실효성을 두고 전문심리위원의 의견도 엇갈린 상태다. 최근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는 긍정적 변화라고 반박했다. 다만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유보적 결론을 내렸다.

특히 홍순탁 회계사는 16개 항목으로 구분해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한 결과 13개 항목에서 ‘상당히 미흡’, 3개 항목에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준법감시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준법감시위가 모니터링(감시) 체계를 수립하지 않았다"며 "최고경영자의 법률 위반 리스크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돼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오는 30일에 결심공판을 연다. 최종 선고는 2021년 1월에서 2월 사이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삼성 준감위의 실효성을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요소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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