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트로이카' 체제 유지 등 안정적 인사
성과주의 기반 통해 젊은 인재 등용해 '세대교체'
이 부회장 경영행보 재판판결 이후 구체화될 듯

'국정농단'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국정농단' 재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삼성전자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소폭의 사장단 인사를 택했다. 반면 실적주의에 따라 실적을 낸 임원에 대해서는 인사 폭을 확대하고 젊은 인재를 적극 기용하는 세대교체도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성과주의 원칙과 ‘뉴삼성’으로 전환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겪고 있는 ‘사법리스크’와 코로나19 대유행 등이 영향을 끼쳐 CEO(최고경영자)급 사장단 인사에서는 무리한 교체가 아닌 안정적 선택이 나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정기 사장단 인사에 이어 지난 4일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포함되지 않았던 것과 ‘삼성전자 트로이카’ 체제의 유임이다.

앞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로 삼성전자 회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번 인사 발표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건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그는 부회장 직만 8년 넘게 맡게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회장직에 오르면서 삼성·현대차·SK·LG등 4대 그룹 중에서 이재용 부회장만 유일하게 회장이 아닌 총수로 남게 됐다.

삼성전자가 2021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2021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장단 인사에서는 김기남·김현석·고동진 등 대표이사 3인을 모두 유임했다. 이재승 소비자가전(CE)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과 이정배 반도체(DS)부문 메모리사업부 DRAM개발실장, 최시영 DS부문 글로벌인프라총괄 메모리제조기술센터장 등 3명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대표이사를 모두 유임하고 코로나19 시국 속에서도 성과를 낸 반도체와 가전 부문에서는 보상의 개념으로 승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장단 외에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승진 인사가 이뤄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부사장 31명과 전무 55명, 상무 111명 등 총 214명을 승진시켰다. 이는 2017년(221명) 이후 3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대표적인 발탁승진 임원은 부사장 승진자인 이기수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 이준희 네트워크사업부 선행개발그룹장이다.

올해 승진폭이 커진 것은 코로나19 상황에도 3분기에 67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도 12조3500억원으로 2년 만에 최대를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이룬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철저한 성과주의 원칙 속에 실적 개선을 감안해 승진 인사폭을 크게 확대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코로나19 속에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생활가전 부문에서 승진자가 많이 나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다양성·포용성 확대 기조도 유지됐다. 삼성전자에서 여성 승진자는 전무 5명, 상무 8명이었고 연령대는 40대가 주류였다. 신규 여성 임원은 지난해보다 3명 늘었다.

이번 삼성전자와 계열사 인사는 10월 말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 완전히 홀로선 이재용 부회장이 처음 단행하는 인사라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번 인사는 사장단 전면 교체 등 큰 파격은 없었으나 사장단 이하급에서는 실적을 낸 인물과 부문에서는 보상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성과주의 원칙과 ‘뉴삼성’ 전환이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농단' 재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국정농단' 재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러나 현재 겪고 있는 ‘사법리스크’와 ‘코로나19’ 유행 등이 영향을 끼쳐 CEO(최고경영자)급 사장단 인사에서는 무리한 교체가 아닌 안정적 선택이 나왔다는 평가다.

특히 사법리스크가 갈수록 강화된다는 점이 큰 부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 출석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활동에 관한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를 확인한다. 준감위 활동에 대한 재판부의 평가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 준법위에 대한 실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구성된 전문심리위원 3인의 평가 의견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들은 그간 재판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 준법위가 얼마만큼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지 등 활동성과를 평가해왔다.

준법위는 출범 후 삼성 주요 계열사들의 준법 경영을 강화하고 노사문제와 경영권 승계 등에서 삼성의 준법 경영 준수 부문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시민단체는 준감위의 실효성이 낮고 결국 이재용 부회장의 감형을 위한 조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재판부가 삼성 준감위의 운영 실태를 평가해 양형에 반영하는 것을 반대했다. 준감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감형 사유가 될 수 있는 가능성만으로 삼성 특혜로 볼 수 있고 재판부의 심리절차 및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다.

특검도 준법감시위 운영의 실효성에 대해 반발하며 ‘재벌 봐주기’적 성향이 크다고 비판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사법리스크가 강해지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도 회장 취임에 서두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고 이건희 회장의 49재가 끝나지 않았고 국정농단 재판 파기환송심 선고도 다음해 1월로 예상된다. 여러 문제가 해결된 다음해 1월 이후에나 회장 취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는 이유다.

한 재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어 이번 삼성전자 인사에서 과감한 선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 판결이 내려진 이후부터는 삼성전자에서도 변화의 폭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