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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또다시 '롯데의 난'을 바라보며
[기자의 시선] 또다시 '롯데의 난'을 바라보며
  • 김세헌 기자(사회경제팀장)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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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롯데택배 전국 파업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는 모습.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롯데택배 전국 파업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는 모습.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ESG경영 즉, 환경(Environment)·사회적 책임(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을 경영의 최우선 기조로 앞세워 힘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단순히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CSR(사회적 책임,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CSR은 기업이 보편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의미하며, ESG는 이러한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기 위한 요소 혹은 이슈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기업에게 ESG 경영 이슈는 더욱 중요한 사항이 됐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여론과 함께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나아가 해외 주요 국가들이 ESG를 기업 평가의 척도로 삼으면서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는 추세다.

그러나 유통 대기업인 롯데는 예외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어 보인다.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그물망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의 연이은 '갑질' 행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는 최근 두 달 새에만 크고 작은 갑질 논란으로 고개를 들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하이마트는 납품 업체 종업원을 파견받아 자기 직원처럼 일을 시키는가 하면, 180억 원이 넘는 돈을 판매 장려금 명목으로 받아 직원 회식비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 2015년부터 3년여 동안 31개 납품업체로부터 모두 1만4000여 명의 종업원을 파견 받았는데 인건비는 모두 납품업체에 부담시켰다고 한다.

사실상 하이마트의 직원이나 다를바 없지만 이들에게 매장 내에서 자사 제품은 물론 경쟁 회사 제품까지 팔도록 했고, 심지어 판매 목표와 실적까지 관리했다.

제휴 카드 발급이나 상조 서비스 가입 같은 부가 업무를 시키는가 하면, 매장 청소나 주차장 관리 같은 업무에도 수시로 동원하는 데도 서슴치 않았다.

80개 납품업체로부터는 기본 계약서에 없는 180여 억 원을 판매 장려금 명목으로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액은 우수 판매 지점의 회식비나 우수 직원 시상 같은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판매 관리비로 쓰여졌다고 한다.

롯데마트의 '납품 갑질'을 신고한 뒤 5년 만에 빈털터리가 됐다는 한 중소기업 대표의 소식도 전해져 안타까움을 샀다.

유망 중소기업이었던 육가공업체 신화는 공익 신고 후 롯데마트로부터 온갖 음해와 회유,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 법정관리를 받는 처지에 내몰렸다.

신화는 지난 2012년부터 3년 동안 롯데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하면서 판촉비용 떠넘기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말 이를 근거로 롯데마트에 4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롯데 측은 공정위 과징금 부과 결정에 반발하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해 업계로부터 '적반하장'이라는 공분을 사기도 했다.

연 매출 680억원까지 올라가던 신화는 공익 신고 후 매출이 곤두박질쳤고, 지난 2016년부터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기업에 대한 보상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화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롯데마트 건으로 조정을 신청했고, 조정원은 롯데마트가 신화에 약 48억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롯데 측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았고, 해당 안건은 지난달 공정위로 자동 제소됐다.

롯데슈퍼는 납품업체에 할인 행사비용을 떠넘기고 업체 직원을 부당하게 파견받아 일을 시키다가 39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게 됐다.

콘트롤타워를 맡고 있는 롯데쇼핑은 2015년 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368건의 판촉행사를 열었다. 문제는 비용 부담에 관한 서면 약정 없이 33개 납품업자에게 108억원의 행사비를 부담케 한 것이다. 납품업체와 거래하면서 계약서를 지연 교부하거나 물건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하는 일도 벌어졌다.

롯데는 2015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311개 납품업자와 거래하면서 계약서를 거래 개시일까지 주지 않고 최장 212일까지 지연 교부했다. 또 납품업자로부터 직매입한 상품 8억2000만원어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반품했다.

해당 기간은 골목상권에 진출한 대규모 유통업체 사이 경쟁이 치열했고, 갑질당했다는 제보가 많아 공정위 조사가 한창인 시기였다. 롯데슈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골목상권에서 경쟁우위를 얻고자 납품업자에게 반품 및 판촉비용, 판매장려금, 기타 인건비 등을 떠넘긴 행위가 무성했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롯데택배 노동자들이 "더이상 못 참겠다"며 투쟁에 나선 배경에도 세간의 시선이 쏠렸다. 

올해 들어 10명이 넘는 택배 노동자가 과로나 생활고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열악한 작업 환경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롯데택배 일부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던 것이다. 택배 물량은 늘었는데 롯데택배 사측이 배송 수수료를 삭감해 기사들 임금이 줄었다는 게 파업의 이유였다. 

앞서 롯데택배는 택배연대노조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일부 지점에 택배 접수 중단조치를 내렸다가 철회하기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택배노조 기사들은 분류작업 거부를 선언하는 등 현장에서의 고충을 알리기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냈다. 이후 롯데택배 사측은 야간작업 중단이나 인원 충원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기사들과의 괴리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이러한 롯데의 갑질 행보는 롯데그룹 수장인 신동빈 회장의 경영행보와는 정반대라고 하겠다. 

신동빈 회장은 얼마 전 울산 석유화학공업단지 내 롯데정밀화학 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현장에서 임직원들에게 “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ESG 경쟁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사장단 평가에 ESG 성과를 반영하겠다"는 등 ESG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해왔다. 

언젠가부터 기업들은 착한 이미지를 팔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착한 기업, 하지만 이번 '롯데의 난'을 보며 "정말 보이는 것만큼 착할까" 하는 의문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는 ‘상생의 경영’을 외치면서 뒤로는 공급자를 쥐어짜는 기업들. 착한 일을 위해 수천억 원을 쓰면서 그 몇 배에 달하는 분식 회계와 횡령을 일삼는 경영자들, A+짜리 착한기업 리포트를 발행하면서 지역사회를 오염시키고 사람들의 안전에는 눈 감는 다국적 기업들, 투명경영을 주장하지만 기업 감사 앞에서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에 가담하는 임직원들….

혹자는 존경받는 기업이 착한 기업이라고 했다. 이에 앞으로 ESG경영 리포트를 보면 그 기업이 착한지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에 대한 막연한 믿음이 현실에서 어떻게 우리의 눈을 가리는지, 실체를 하나씩 드러나는 시점에서 ‘착한 척’에서 벗어나 진정 착한 방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이 기업 자신으로부터 나오길 희망해본다.

롯데그룹 경영진만의 '나홀로 살아남기', 그들의 갑질에 불매운동이 재점화 중이다. 롯데가 거듭나는 길은 '눈가리고 아옹'식 ESG 경영으로부터 환골탈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