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주총에서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게 됐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연기금(연금을 지급하는 원천이 되는 기금)은 어디일까. 1위는 일본의 후생연금, 2위는 노르웨이 국부펀드. 그 다음이 자산 약 752조원 규모의 우리나라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도 펀드의 성격을 띄고 있는 만큼 조성된 재원으로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한다. 그것도 기금이 무려 750조원에 달하는 만큼 국민연금의 투자 방향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말 그대로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최근 투자 조건으로 중요시 여기는 지표가 기업의 ESG경영 현황이다. ESG란 환경(Environment)·사회적 책임(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기업을 평가해 투자하는 것이 ESG투자다.

국민연금은 공공자금을 투자하는 데 사회적인 책임을 고려하도록 ESG 고려규정을 마련하면서 ESG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주식 자산의 약 25%에만 ESG 관점을 적용했으나 이제는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9%(약 450조원)로 확대할 예정이기도 하다.

환경 부분에서는 탄소배출량 대기오염물질배출량, 사회 부분에서는 급여수준 고용수준 협력업체 지원여부, 지배구조에서는 감사위원회 사외이사비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여부 등이 세부지표에 포함돼있다.

국민연금이 단순히 수익률 등 재무적 요소만이 아니라 ESG를 투자 기준으로 추가하면서 국내 주식 시장의 돈의 흐름도 ESG투자로 흘러가는 추세다.

국민연금이 ESG투자에 나서는 것은 단순히 ‘착한 투자’의 의미만 띄는 것은 아니다. 재무적 요소만 고려하는 것보다 업계에서는 ESG 항목까지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부터 논란이 된 탄소배출 규제, 악덕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매 운동, 치명적인 오너 리스크 등으로 기업 가치가 추락했던 사례를 보면 이미 ESG는 기업 투자의 중요 요소였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으로 여러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위험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데, 장기 투자를 주로 택하는 국민연금의 입장에서 ESG경영을 펼치는 기업은 지속가능성이 더욱 높아 투자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이러한 추세는 글로벌 연기금, 자산 운용사와도 궤를 같이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운용 자산의 30% 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스웨덴 공적 연기금 제2국가연금펀드(AP2)도 2018년부터 운용 자산의 약 30%를 ESG 투자에 할애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올해 1월 ESG 요인을 자산 운용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에 글로벌 연기금, 자산 운용사는 이미 ESG 투자를 택했다. 이제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 대상을 선택할 때 수익률을 더욱 높이기 위해 기업의 ESG현황을 적극 점검하고, ESG개선까지 적극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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