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폐여부 논의…거래재개·개선기간부여·상장폐지 중 결정
거래재개 나면 내달 1일부터 매매…상폐면 코스닥위 등 절차 밟아
신라젠 주주들 "경영진교체 등 경영투명성 확보…거래재개 해달라"

신라젠 사무실
신라젠 사무실

 

한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면역 항암치료제 개발 기업 신라젠이 상장 폐지의 기로에 서게 됐다. 심사 결과에 따라 약 17만 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신라젠 주식이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16년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신라젠은 항암 후보물질 펙사벡의 임상 성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2017년 11월 주가가 15만원에 달하는 등 한동안 코스닥 시총 2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펙사벡의 임상 실패 등 악재로 지난해 주가가 7000원대까지 폭락했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30일 오후 신라젠의 상폐 여부에 대해 논의한다. 기심위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거래재개 ▲개선기간부여 ▲상장폐지 등 세가지다.

거래재개 결정이 내려지면 신라젠 주식의 거래는 새달 1일부터 재개된다. 개선기간이 부여되면 최장 12개월 내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 개선계획 이행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한 후 상장 여부를 재심의하게 된다. 

기심위에서 상장폐지로 결론나면 코스닥 시장위원회가 15일 이내 열려 다시 한번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한다.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도 상장폐지로 결정이 난다면 신라젠 측은 이의제기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한번 더 코스닥 시장위원회가 열린다.

2차 시장위에서도 상장폐지로 결정되면 신라젠은 정리매매 절차에 들어간다. 다만 신라젠이 이에 불복하는 소송에 나선다면 법원이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5월 4일부터 신라젠 주식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 문은상 당시 신라젠 대표를 비롯한 전·현직 경영진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등 횡령·배임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이후 6월 19일 신라젠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다음달 10일 신라젠이 거래소에 경영개획서를 제출했다. 거래소는 8월 6일 기심위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기심위는 신라젠의 신규 경영진 등 선임이 예정됐던 9월 주주총회 이후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추후 심의를 속개하기로 결정했었다.

지난 9월 신라젠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어 기술수출 전문가인 주상은 부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이달 말에는 경영진 교체 등을 통한 향후 경영 방안 등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서를 거래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신라젠 거래재개 촉구하는 소액주주들
신라젠 거래재개 촉구하는 소액주주들

 

지난해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 주주들은 16만8778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주식 비율은 상장 주식 중 87.7%에 달한다.

비영리법인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지난 19일 호소문을 내고 “거래정지 사유는 2013년부터 2016년 3월 상전 전의 혐의이고 상장일은 2016년 12월”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라젠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경영진 교체 등 회사 경영 투명성을 확보했다”며 “소액주주들은 암 정복을 향한 회사의 신약 임상연구 도전을 응원하며 신임 대표와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주주모임은 또 “신라젠 17만 개인투자자와 70만 가족 모두는 신라젠 주권매매 정상화를 촉구한다”며 “기업심사 위원님의 현명한 판단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이성호 주주모임 대표는 "신라젠 주권 거래정시 사유 발생행위 내용과 시점이 2013년부터 2016년 3월 상장 전 일어난 혐의이고 확정된 사실이 없음을 인지해 달라"며 "거래정지는 외부 투자자의 진입과 투자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사실상 상장폐지와 동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바이오신약으로 허가받은 건수는 단 두 건"이라며 "신라젠이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오랜 기간 투자한 주주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헤아려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개인투자자 보호단체인 한투연(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도 지난 27일 성명서를 내고 "신라젠이 상장되기 전에 발생한 대표자의 횡령, 배임을 문제 삼아 거래를 중지함으로써 그 사실을 알 수 없었던 17만명 소액주주들을 경제적 타살 일보 직전까지 몰고 가는 거래소는 그 엄청난 책임을 다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가"라며 "사실 관계와 과거 사례에 의해 상장 유지 결정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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