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등에 경쟁 운영체제 탑재 방해 혐의
인앱 결제 강요·수수료 30% 인상 위법성 논란도
난처해진 구글…경쟁사 애플, 수수료 15%로 인하

IT 플랫폼과 생태계를 예의주시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을 잡기 위한 칼을 꺼냈다. 연합뉴스
IT 플랫폼과 생태계를 예의주시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을 잡기 위한 칼을 꺼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자신들의 행동 강령으로 내세웠던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던 구글의 유명한 문구가 퇴색하고 있다.

IT 플랫폼과 생태계를 예의주시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을 잡기 위한 칼을 꺼냈다. 공정위가 구글의 경쟁 운영체제(OS) 탑재 방해 혐의에 대한 제재에 착수한데 이어 수수료 인상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19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구글의 경쟁 OS 탑재 방해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구글 측에 발송했다.

구글이 심사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보내면 공정위는 다음해 상반기에 전원회의를 열고 검찰 고발이나 과징금 부과 등 최종적인 제재 수위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부터 구글이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자사 OS인 안드로이드를 먼저 탑재하도록 강요해 경쟁사를 배제하고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왔다.

이와 관련,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공정위가 2016년부터 구글을 직권조사했으나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이른 시일 안에 안건이 상정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구글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와 맺은 AFA가 논란의 대상이다. AFA란 제조사가 자사 제품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안드로이드 포크(수정개발)를 할 수 없게한 것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OS를 개발하더라도 자사 스마트폰에 이를 탑재할 수 없게 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구글이 OS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이를 제재의 대상으로 판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StatCounter)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 세계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가 차지한 점유율은 74.25%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구글 측은 심사보고서를 수령한 것이 맞다는 답변 외에는 별다른 입장은 없다.

또 구글이 국내 게임회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로 하여금 자사 애플리케이션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도 올해 안에 구글 측에 발송될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나 넷마블의 일부 유명 모바일 게임은 국내 이동통신사와 네이버가 설립한 원스토어 대신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에만 출시된 상태다.

이와 별개로 공정위는 구글이 다음해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에 인앱결제 등 구글 결제 방식을 의무화하고, 결제액의 30%에 해당하는 돈을 수수료로 물리는 것에 대해서도 위법성을 따져보고 있다.

이는 앱 개발사의 부담을 확대시킬 뿐더러 웹툰, 음원 등 주요 콘텐츠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수천만 이용자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아이콘. 연합뉴스
애플의 앱스토어 아이콘. 

또 구글은 앱 생태계의 경쟁사 격인 애플이 결제 수수료를 반값으로 낮추면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애플은 18일(현지시간) 다음해 1월 1일부터 중소 규모 개발사에 애플 앱스토어 유료 앱 및 인앱결제 수수료를 현행 30%에서 15%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중소 개발자들의 수익성을 보전하고, 더 많은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자사 스토어에서 비즈니스를 키울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올해 벌어들인 수익금이 100만 달러(약 11억원) 이하인 개발사 혹은 개발자는 15%의 앱스토어 수수료를 지불하면 된다. 기존에는 개발자 규모와 상관없이 기본 수수료율이 30%였다.

앱 개발자가 수수료 공제 후 수익금이 100만 달러 이상인 앱의 경우 앱스토어 수수료율 30%는 그대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등 대규모 사업자가 아닌 중소개발사들은 소비자가 1만원 어치의 콘텐츠를 구매했을 때 3000원에 해당되던 수수료를 이제는 1500원만 내면 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에픽게임즈의 인기게임 '포트나이트'의 앱스토어 퇴출을 계기로 애플·구글 앱스토어의 지나친 수수료율이 도마 위에 오르자 애플이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개책을 내놨다고 보고 있다.

구글은 경쟁사인 애플의 수수료 30% 정책을 두고, 수익성 강화와 안드로이드앱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논리로 다음해부터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애플이 도리어 수수료를 낮추면서 중소개발자들은 앱스토어로 진입하는 것이 수익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이에 구글은 업계를 달래기 위해 국내 앱 콘텐츠 개발사에 1억달러(약 117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투자하겠다고 밝혔기도 했으나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구글의 인앱결제를 반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구글의 일방적인 정책변경으로 인한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매출 감소는 단기적으로 적게 잡아도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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