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산업장관회의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 여부 논의
아시아나 회생불가’판단 되면 인수 가능하지만 '혈세투입' 논란
노선 조정 등 노조 반발 불가피에 경영권 분쟁 등 난제 수두룩

정부가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고 나섰으나 최종 결론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의 혈세 투입 논란, 독과점 문제, 노조 반발, 경영권 분쟁 등 난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방안이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전제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혈세 추가 투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회생 불가능한 회사를 살리고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혈세를 추가로 투입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로비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가 핵심 안건으로 꼽힌다. 한진그룹이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하면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산은이 사실상 재무적 투자자로 인수에 참여하는 구조인데,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한진칼은 그만큼 인수 부담을 덜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MRO(정비) 조직을 분리해 별도 법인을 만드는 방안도 나온다.

국내 1위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 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가시권에 접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2개의 대형 항공사를 두고 정부 지원을 이어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한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소진한 이후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은 바 있다. 대한항공도 지난 4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도 예고된 수순이다.

항공업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양대 항공사를 합치는 방안은 정부 내에서도 공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애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은 산은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도 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를 열고, 이후 인수의향서(LOI) 제출을 시작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특히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문제를 고리로 혈세 투입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공정위가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합병 등을 승인한 것과 같이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할 경우 대한항공과의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부가 회생 불가능한 회사로 판단한 기업을 위해 산은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셈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각을 세워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KCGI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의 한진칼 제3자 배정 증자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KCGI는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에 지원하면 될 것"이라며 "부채비율이 108%에 불과한 정상 기업 한진칼에 증자한다는 것은 명백히 조원태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우호 지분이 되기 위함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한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제3자 배정보다는 기존 대주주인 우리 주주연합이 책임경영의 차원에서 우선 참여하겠다"며 "우리는 지난 5월 이후 이런 의지를 여러 차례 회사에 전달했고 한진칼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청약에 1조원 이상 규모로 참여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발표는 이르면 이번주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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