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문 3분기 누적 매출 8조5910억원, 영업이익 3960억원
통합법인 출범 당시 약속했던 매출 목표의 절반 수준에 그쳐
5년 만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전 승리…'래미안의 귀환'은 의미

2020년 경자년 한 해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다. 남아 있는 시간이 한 달 남짓이다. 새해벽두 터진 코로나19로 건설업계 역시 그 어느 해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성적표'라는 냉엄한 현실이 있다. 3분기까지 발표된 실적을 바탕으로 시공능력평가순위 상위 건설사들의 올해 실적을 중간 점검 해보면서 향후 CEO(최고경영자)의 거취도 예상해본다. [편집자주]

삼성물산의 올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22조338억원으로 전년 동기(23조636억원) 대비 4.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007억원으로 10.8% 늘었다.

이 가운데 건설부문은 매출 8조5910억원, 영업이익은 396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3.6%, 영업이익은 2.0% 줄어든 것이다.

3분기만 보면 매출 3조170억원, 영업이익 12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9.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7% 감소했다.

코로나19 등의 비상상황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선방했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수익성 부분을 감안하면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최근 매출액 추이를 보면 2018년 12조1190억원, 2019년 11조652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018년 7730억원, 2019년 5400억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30.1% 감소한 것이다. 7년째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쑥스러운 성적표다.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이끌고 있는 이영호 사장은 2019년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각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수치를 보면 최소한 수익성 부분에서 만큼은 '적신호'가 켜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일감 확보도 부진하다. 지난해 신규 수주 실적은 10조7000억원으로 목표치의 91.5%를 달성하는게 그쳤고, 올해도 3분기까지 6조5400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신규 수주 목표가 11조1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목표달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내년 3월이면 취임 3년을 맞는 이영호 사장의 향후 거취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이면에는 이 같은 실적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행히 의미있는 일도 있었다. 삼성물산은 지난 4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이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한 것은 지난 2015년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원베일리) 재건축 수주 이후 무려 5년 만이다.

시공사 선정 총회에 앞서 열린 설명회에는 이영호 사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총력을 기울였고, 결과는 '래미안의 화려한 귀환'으로 이어졌다.

여세를 몰아 5월에는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3주구(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도 경쟁사인 대우건설을 따돌리고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공사비 8000억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로, 삼성은 서초 일대 2개 사업장에서만 단숨에 1조원이 넘는 수주실적을 기록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수도권 지역 정비사업에서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였다. 특히, 서초 우성3차와 과천 주공7-2단지 등 이른바, 인기 사업장을 잇달아 수주하면서 정비사업 강자로 군림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초 무지개아파트 수주전에서 GS건설에 지고 나서는 수주전에 나서지 않았다. 경쟁사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삼성물산은 침묵했다. 2014년 13조원에 다하던 주택수주액도 2016년말에는 10조원 수준으로 급감했고, 급기야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5년 만에 도시정비사업 시장에 다시 모습을 보였고, 수주전에서 승리하자 언론들은 '래미안의 귀환'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수주전 복귀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진다고 해도 정비사업은 '확실하게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분양시장 활황 속에 주택을 주력으로 하는 건설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물산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 복귀는 삼성의 주택사업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정비사업 수주시장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2020년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잇달아 승리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언론에서는 '래미안의 귀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 조합에 재건축 후 모습으로 제시한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래미안' 투시도. 삼성물산 제공
삼성물산은 2020년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와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 잇달아 승리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언론에서는 '래미안의 귀환'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사진은 삼성물산이 반포3주구 조합에 재건축 후 모습으로 제시한 '구반포 프레스티지 바이래미안' 투시도. 삼성물산 제공

◇ 이영호 사장, 물산-제일모직 합병작업 주도했지만 실적개선에는 실패

1959년생인 이영호 사장은 숭문고와 고려대를 거쳐 1985년 삼성SDI 전신인 삼성전관에 입사하면서 삼성에 몸을 담게됐다. 삼성 기업구조조정본부 상무와 전략기획실 상무, 과거 삼성그룹의 핵심 조직이었던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전무 등 삼성 내 핵심 요직을 거치면서 그룹 내부 사정에 누구보다 훤하다. 2011년 삼성물산 경영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5년 삼성물산 CFO(최고재무책임자) 시절에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8년 사장으로 취임했다.

현재의 삼성물산은 과거 제일모직과의 합병(2015년 9월 출범)을 통해 출범한 통합법인이다. 건설을 비롯해 상사, 패션, 리조트 등 자체사업과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자회사를 연결기준 실적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건설부문 비중이 30%가 넘는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은 합병의 시너지를 통해 2014년 33조6000억원이던 매출을 2020년 60조원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었다. 이 가운데 건설부문 매출은 2014년 16조2000억원에서 2020년 23조600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삼성물산의 전체 매출은 2017년 29조2790억원, 2018년 31조1556억원, 2019년 30조7615억원이다. 5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통합 당시 밝힌 목표치의 딱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2014년 매출액 보다도 적다.

영업이익은 2017년 8818억원에서 2018년 1조1039억원으로, '1조원 시대'를 열면서 부푼 꿈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8668억원으로 곤두박질쳤고, 2020년 올해도 2년 전의 영광 재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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