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와 단체교섭 본격 개시
정의선, 노조지부장과 노사관계 대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지난해 1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노동조합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노조 측과 상견례 겸 1차 본 교섭에 나섰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달 30일 노조 집행부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먼저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3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사측과 상견례 겸 1차 본 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공동교섭단 측 교섭위원으로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공동교섭단 교섭위원 11명이 참석했다. 사측에서는 최완우 전무를 포함한 교섭위원 11명과 나기홍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만남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무노조 원칙을 폐기하고, 노조 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힌 것의 실체적 움직임으로 이뤄졌다.

상견례에서는 단체교섭 관련 기본 원칙과 함께 교섭위원 활동시간 보장,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사무실 제공 등의 내용이 담긴 기본 합의서에 노사 교섭위원들이 각각 서명했다.

양측은 앞서 교섭위원 구성 및 교섭 일시, 장소, 방식, 조합 활동 보장 등을 두고 두 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한 바 있다.

나기홍 부사장은 모두발언에서 “이 자리는 삼성의 새로운 노사관계, 노사문화를 만들어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며 “노사 모두가 상호 이해하고 동반자의 중요성도 인식해가면서 상생과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만재 위원장은 “글로벌 기업을 만들기 위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지가 이어지기 위해 앞으로 삼성이 노동조합, 노동자들과 함께 힘을 모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 교섭은 오는 17일 개최 예정이다. 양측은 월 4회 정기교섭을 진행하고 필요시 실무교섭을 개최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앞서 노동계 측은 삼성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지난달 21일 민주노총과 삼성 노동조합 대표자회의가 공동개최한 ‘삼성그룹의 노동조합 탄압 실태 및 대응 토론회’ 참석자의 토론과정에서 나온 주장이다. 과거 노조를 탄압하거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휩싸인 임직원이 여전히 삼성그룹에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노조 측의 논거다.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 17일 만에 노조 집행부를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현대차그룹의 총수가 노조지도부와 공식 만남을 가진 것은 19년 만의 일이다.

현대차 노조의 긍정적인 '변화 바람'에 회사 측도 반응해 자동차 산업 격변기를 맞아 노사가 힘을 모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4일 현대차와 현대차지부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 영빈관에서 이상수 현대차지부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면담했다. 하언태·이원희 사장, 장재훈 부사장 등 현대차 경영진도 배석했다.

이상수 현대차지부장은 이날 자리를 마련해준 정의선 회장 등에게 감사인사를 전했으며, 1시간 반가량 이어진 오찬 자리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격의 없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정의선 회장은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직원의 만족이 회사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며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사간의 단체협약은 중요한 것"이라며 "조합원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방안을 노사가 함께 찾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이상수 지부장은 "품질 문제에 있어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이 지부장은 "현대차 발전의 원천인 울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4차 산업과 모빌리티 사업에 편성되는 신사업을 울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전기차로 인한 파워트레인(PT) 부문 사업 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전기차에 필요한 대체 산업을 외부 생산이 아닌 울산공장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조합원이 회사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올해 조합원은 코로나19를 극복하며 회사 발전에 적극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은 "5만 조합원에 대한 사기진작과 투자도 중요하다"며 "다음해 교섭에서 회사의 화답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이뤄진 이날 경영진과 노조 지부장간 면담은 회사의 미래발전을 위해 노사가 적극 소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협상에서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매년 임금 협상 과정에서 반복됐던 파업 없이 2년 연속 무분규 합의를 이끌어 냈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협상 타결과 함께 국내 공장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 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 선언을 통해 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부품 협력사를 지원하기 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그룹 차원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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