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선] 아직 죽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기자의 시선] 아직 죽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 김세헌 기자(사회경제팀장)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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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점심때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이 끝내 숨을 거뒀다.

이들 형제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으나 사고 당일에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 집에서 스스로 점심을 해결하려다 참변을 당했다.

이번 인천 라면 화재 사건은 취약계층 자녀를 위한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참사라는 점에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형제는 엄마로부터 방임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은 물론 구청·아동보호전문기관·경찰·법원·학교 등이 모두 알고 있었지만, 보호자가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거부해 안전망 밖에서 방치되다가 참변을 당했다.

방임 학대를 받는 정황을 포착해도 보호자가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구속력이 없다. 이로 인해 형제는 우리 사회 안전망 밖에서 방치되다가 악몽같은 현실에 처했다.

형제의 불행이 다시 재발하지 않으려면 취약계층 돌봄 사각지대를 없애고, 현재의 돌봄 시스템이 실질적이면서도 강력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매뉴얼을 정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4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맞아 죽거나 방치된 채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1~2주에 한 번꼴로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끔찍한 사건 앞에서 쉽게 비난할 대상만을 찾을 뿐, 우리의 문제로 성찰하며 대책을 고민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금세 잊어버리기 일쑤다.

가해자가 확인된 아동 학대 사망에서 가해자는 친모나 친부, 친부 또는 친모가 공범인 경우가 상당하다. 아동 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이 친부모인 것이다.

한때 학대 사망 아동 중에는 "아빠와 같이 있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어른들에게 알렸음에도 학대받다 결국 사망한 경우도 있어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학대로 사망한 아이들 가정의 절반 가까이가 가정불화를 겪었고, 그 이면에는 실직이나 경제적 궁핍 등의 원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과거 부모의 극심한 방임 아래 수년 동안 방 안에 갇혀 지내다 열세 살 나이에 생후 5~6개월 수준인 7.5킬로그램의 몸무게로 숨진 아이도 있었다. 

올해 6월에는 천안에서 9세 남아가 가로 50, 세로 71.5, 폭 29㎝인 여행용 가방에 감금당한 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에는 빈곤과 가정불화, 양육자의 우울증에 더해 방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 수준도 일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믿을 수 없이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이들의 사연을 접하고, 부실한 대책과 절망스런 현실을 마주하기란 분명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괴롭다고 외면하며 관심 갖지 않는다면 아직 죽지 않은 아이들을 구할 길이 없을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을 복기하고, 재발 방지와 대책 마련에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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