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송 마곡서 부동산 귀재다운 투자
'요지경' 동서울터미널 개발 본격화도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이호연 스트레이트 선임기자

유통재벌 신세계그룹이 서울 마곡지구에서 손도 안대고 5,600억원의 막대한 부동산 차익을 낸 데 이어 동서울터미널에서도 수천억원을 챙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세계가 삼송과 마곡 등지에서 보여준 부동산 투자 수법을 보면 일반인이 범접하지 못하는 상상 이상이다. 유통은 사실상 허울뿐이고, 부동산으로 성장해왔다는 지적을 받는 배경이다.

최근 한진중공업 소유 동서울터미널 부지가 신세계측에 매각되면서, 동서울터미널에서 30년간 장사를 해온 임차상인들은 쫓겨날 신세가 됐다.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들은 2019년 10월 25일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동서울터미널 개발계획에 따라 임대차 계약 기간 연장이 불가하다는 내용증명을 받고,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적 투쟁을 포함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진중공업과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들간의 분쟁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기로 하자.

동서울터미널 입주상인의 눈물

동서울 터미널 임차상인들은 터미널 개설 초기 당시 시세보다 훨씬 비싼 보증금을 부담하고 입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터미널 상가 입주 초기에 적자를 보면서도 30년간 장사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신축건물이 들어섰을 때 장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우선임차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동서울터미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020년 1월 13일 임대회사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2020년 1월 15일에는 동서울 터미널 토지 소유주인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개최했고,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비대위측은 한진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면서, 법대로 하자는 식의 ‘배 째라’ 식의 태도를 견지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동서울 터미널 임차상인들은 2019년 12월 23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면담자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고 박원순 시장은 광진구청에서 가진 2020년 예산 설명회 자리에서, 동서울터미널은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상생 재건축을 하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고, 당일 배석한 서울시 정무 보좌관에게 관련 부서와 함께 상생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했다.

고 박원순 시장은 비대위측에 현행 상가임대차임대차 보호법에는 신축 건물에서의 우선 임차권 보호를 받을 수 없지만, 노량진 수산시장 사례처럼 상가 우선 임차권을 보장받아 신축 건물에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입법활동까지 포함해 적극적인 투쟁을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진구청은 2020년 2월 18일 동서울터미널 임차상인들의 상생 재건축 촉구 민원과 관련해 서울시가 사전협의 절차에 공식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서울시는 2020년 2월 20일 한진중공업 앞으로 상생 재건축 촉구와 관련해 임차상인과 광진구청 요청에 대한 협력적 대안을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8년 6월 8일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및 협력사와 함께하는 '혁신성장 혁신소통 간담회'에 참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8년 6월 8일 하남시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및 협력사와 함께하는 '혁신성장 혁신소통 간담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사망한 이후 서울시나 한진중공업측은 무성의로 일관하면서, 고등법원 판결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정치인들과 여러 차례 만나 간청을 해봤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었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립서비스에 질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2020년 6월 18일 동부지방법원은 화해조서 무효 청구소송을 기각하고, 강제집행 개시 결정판결을 내렸다. 이에 비대위는 이틀 후인 6월 20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재판 결과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2020년 7월 1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강제집행을 예고했고, 2020년 7월 8일 이후 예고 없이 강제집행을 강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2020년 7월 15일 고등법원 합의부가 동부지방법원의 강제집행정지 결정을 내려 강제집행은 잠시나마 피할 수 있게 됐다.

금년 11월 6일부터 고등법원에서 명도소송이 열릴 것으로 일정이 잡혀있는데, 비대위측 임차상인들은 고등법원이 속전속결로 판결을 내리고, 즉시 강제집행을 할 것에 대비해 극단적 투쟁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비대위측은 서울시의회 모 의원이 시정감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동서울터미널, 헐값 매각 의혹

2019년 2월 필리핀 소재 수빅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당시 한진중공업은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이 -140%를 기록하면서 자본잠식에 빠졌다. 수빅조선소에 대한 한진중공업의 보증채무는 4억1000만달러(약 4600억원) 규모였다.

한진중공업은 2019년 3월 29일 주주총회에서 자본감소의 건을 승인하면서, 2019년 5월 2일 기준 기존 최대주주인 (주)한진중공업홀딩스와 계열주 보유주식은 전부 무상감자 처리됐다. 그리고, 한국산업은행 외 7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금융기관 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6,874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포기하고 제3자 배정방식으로 출자전환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2019년 5월 10일부터 한국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가 됐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한진중공업에 대한 지분율은 16.14%, 우리은행 10.84%, 농협 10.14%, 하나은행 8.9%, 국민은행 7.10%을 포함해 다수의 금융회사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10월 21일 한진중공업 이사회를 열어 한진중공업은 토지 36,704㎡와 건물 47,815㎡를 신세계 계열회사인 신세계동서울PFV에 동서울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4,02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승인했고, 다음 날 부동산 매각계약이 체결됐다.

당초 동서울 터미널 부지는 1989년 6월 9일 한진중공업(당시 한일개발주식회사)이 매입해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터미널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에 탐문 결과, 동서울터미널 부지는 약 11,103평으로 평당 매각가격은 약 3,600만원이지만, 대규모 개발과 관련한 개발이익은 부동산 매각금액에 반영되지 않아 저가매각 의혹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세계측 공시자료에 따르면, 부동산개발 시행사인 신세계동서울PFV 지분 중 85%는 신세계 프라퍼티, 10%는 한진중공업이, 그리고, 5%를 산업은행이 출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산업은행이 헐값으로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사진 : 저스틴리)
산업은행이 헐값으로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 (사진 : 저스틴리)

한진중공업은 신세계동서울PFV에 1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325억원을 출자했는데, 개발예상이익 3천억원의 10%에 해당하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추가적으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저가매각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신세계동서울 PFV 설립과 관련된 당사자들은 동일한 계약서를 공시함에 있어 서로 다른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회계감사보고서 상에는 복합시설물의 실 착공일에 한진중공업이 소유한 신세계동서울PFV의 지분 10%는 발행가액으로 양수하는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반면 한진중공업 회계감사보고서 주석에는 ‘동 주식은 당사자간 합의한 날에 공동출자자 등에게 발행가액으로 양도하고 공동출자자 등은 이를 양수 할 수 있다‘라고 달리 공시하고 있다.

주식양도 일자를 이마트는 ‘실 착공일’로, 한진중공업은 ‘당사자가 합의한 날’로 달리 공시했다. 그리고, 매매당사자를 이마트는 자사가, 한진중공업은 공동출자자 등으로 공시했다. 양사의 공시내용이 다른 이유가 궁금하다.

신세계측 공시내용이 사실이라면, 한진중공업은 한 푼의 개발이익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산업은행측은 계약서나 이사회 보고자료 등의 제출 요구를 거부한 상태인데, 철저한 사실규명이 필요할 것이다.

유통재벌, 수도권 택지에서 황금 알 땅 품어

지난 3월 25일 이마트는 서울 강서구 마곡도시개발사업 업무용지를 태영건설-메리츠종금증권 컨소시엄에 8,158억원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토지는 2013년 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2,400억여원에 매입했던 것인데, 7년 동안 나대지로 보유하고 있다가 무려 5,800억원의 매각차익을 본 것이다. 취득원가의 3.4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팔아 천문학적 양도차익을 챙긴 것이다. 이는 지난해 신세계그룹 전체의 영업이익 4,678억원을 1,000억원 웃도는 수준이다. 한해 그룹 전체 6조 매출에서 거둬들인 영업이익보다 많은 투자수익을 한 건의 땅을 팔아 챙긴 셈이다.

유통재벌은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신도시 내 노른자위 자리 땅을 헐값으로 집중 매집했다. 이마트도 고양 삼송 등 택지 지구 내 자족시설 용지에 대형마트 부지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했다.

자족시설 용지란 신도시가 베드타운화 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지구 내에서 자족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들의 건축이 가능한 지역이다.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는 도시형 공장, 벤처기업집적시설, 소프트웨어진흥시설 등의 특정 용도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 토지조성원가로 특혜 분양을 받았다.

당시 고양시는 LH공사는 국토부의 난색에도 불구하고, 관련 규정을 바꿔 자족시설 용지내에 대형마트의 입점을 처음 허용했다. 이후 대형마트의 택지지구 내 자족시설 입점은 줄을 이었다. 최근 하남시에 입점한 외국기업 코스트코까지도 이런 특혜를 받았다.

대형마트가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보다 골목상권 소상공인 일자리 말살효과가 더 큰 것이 분명한데, 땅값을 저가로 분양받는 특혜까지 준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질 않는다.

유통재벌은 본업인 유통보다 부동산에서 배를 채워왔다. 특히 신세계는 해외 경영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탐욕의 부동산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재벌로 성장한 우물안의 개구리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행정입법 개정을 통해 유통재벌들에게 노른자위 땅을 헐값으로 매각하고 황금알을 쥘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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