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99%·이용률 31%로 당초 예상치 웃돌아
상업운전 3년 동안 연평균 250억원 매출 올려
설계·시공·운영 100% 토종 기술·자본으로 건설
우려했던 해양생태계 파괴나 어획량 감소도 없어

'한국판 뉴딜'이 나온지 두 달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뉴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린 뉴딜과 관련된 후속 정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그린 뉴딜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저탄소 경제를 선도하는 등 에너지 정책 대전환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을 이끌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오늘과 내일, 그리고 미래발전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 서쪽으로 50분 가까이 달렸을까. 협제해수욕장을 지나자 바람개비(풍차)가 눈앞으로 들어왔다.

조그맣던 풍차는 판포리에 이르자 거대한 모습으로 다가왔고, 거대한 바람개비들은 바다에 우뚝 서서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금등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두모방파제로 진입하고 나서야 한 시간에 가까운 여정을 마칠 수 있었다.

자동차에서 내리자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풍차를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쉼 없이 돌아가는 풍차였지만 생각했던 소음은 들리지 않았고, 강태공들이 방파제를 따라서 낚시에 여념이 없었다.

제주시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공유수면(바다)에 설치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를 바라보는 두모방파제 풍경이다. 8만1062㎡ 면적에 대형 풍차 10기가 설치돼 있는데, 풍차와 육지와의 거리는 짧게는 500m에서 가장 먼 곳이 1200m 정도다. 풍차 높이 80m, 날개 길이는 44m이다.

한경면 두모방파제에서 바라본 탐라해상풍력발전. 오른쪽 끝에 보이는 섬이 비양도이다.
한경면 두모방파제에서 바라본 탐라해상풍력발전. 오른쪽 끝에 보이는 섬이 비양도이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은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이다. 지난 2006년 8월 발전사업허가와 개발사업시행 승인이 났고, 2011년 6월 탐라해상풍력발전 특수목적법인(SPC)이 설립됐다. 2015년 4월 공사에 들어가 2년 5개월만인 2017년 9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지난 2019년 두산중공업 지분을 남동발전이 인수하면서 지금은 남동발전의 자회사로 편입돼 있다.

탐라해상풍력이 돌아가면서 우리나라도 세계 9번째 해상풍력 보유국으로 발돋움했고, 미래 청정에너지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인 해상풍력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 해상풍력 설계부터 시공·운영·자금조달까지 100% 국산

발전기 1기당 최대 출력이 3MW(메가와트)이니 탐라해상발전은 총 30MW급이다. 최대 출력을 위해서는 초속 13m의 바람이 필요하다. 제주도는 예로부터 '바람 많은 섬'이다. 육지에서는 잔잔한 것처럼 보였던 바람이 방파제에 이르니 좀 더 강해보였다. 기분 탓도 있겠지만 육지보다는 바닷가에서 바람이 더 강하다는 게 이 곳 주민의 말이다.

두모방파제 입구에 마련돼 있는 탐라해상풍력발전(주) 사무실.
두모방파제 입구에 마련돼 있는 탐라해상풍력발전(주) 사무실.

그래서인지 탐라해상풍력은 가동 실적이 목표치를 넘어서고 있다. 김동명 탐라해상풍력발전 본부장은 "당초 계획은 가동률 95% 수준이었지만 실제 가동에 들어간 결과 99% 이상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용률 역시 28.9%를 예상했지만 평균 31%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또 "연평균 25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해상풍력발전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된다면 상업운전 13년이면 사업비도 전액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탐라 해상풍력의 연간 발전량은 총 8만5000㎿h(메가와트시)로 약 2만40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며, 연간 4만톤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도 있다.

특히, 탐라해상풍력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이라는 점과 100% 토종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됐기 때문이다.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해 발전기 설계와 제작·설치 등 전 공정을 100% 국내 기술로 일궈냈다. 필요한 자금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금융지원을 통해 조달했다.

◇ 해양생태계 파괴·어획량 감소 우려 딛고 '효자' 역할

하지만 탐라해상풍발전단지도 개발 초기에는 해양생태계 파괴와 소음, 전자파로 인한 피해 등을 우려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사업승인이 나오고 난 뒤에도 9년이 지나서야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을 정도로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풍차 날개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소음과 바다 지중에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발생할지도 모를 어획량 감소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음 유발 정도가 40dB(데시빌) 정도로 주거지역의 사업장이나 공장 소음 규제 기준보다 낮다는 점과 바다 밑 구조물이 오히려 인공어초 역할을 해 어획량 증대에도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 등을 제시하며 꾸준히 주민들을 설득하고 나서야 가능했다. 물론, 발전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지역 발전기금으로 지원하는 등 상생모델도 제시했다.

그 결과 지금은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대상으로 바뀌었다. 두모리에 살고 있다는 오창수 씨는 "마을에 풍력발전이 들어온다고 해서 우려를 많이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두모방파제에 주차돼 있는 자동차와 뒤로 보이는 풍력발전기. 승용차는 낚시객들이 타고 온 차들이다.
두모방파제에 주차돼 있는 자동차와 뒤로 보이는 풍력발전기. 승용차는 낚시객들이 타고 온 차들이다.

두모방파제에서 눈길을 왼쪽으로 돌리면 또 다른 해상풍력단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한경면 신창과 용수리 바닷가에 조성된 한경풍력발전이다. 한경풍력발전은 21MW급이며 한국남부발전이 운영하고 있다.

한경면 2곳에서의 성공적인 해상풍력발전 소식은 이웃 동네에도 전해지며 그 동안의 우려를 씻고 미래 청정에너지를 담당할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만금개발공사를 비롯해 여수시의회, 한전KDN, 기후변화 리더십 아카데미,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단, 전남 해남주민회 등 관계자들이 탐라해상풍력발전(주)을 잇따라 방문하는 등 벤치마킹 대상도 되고 있다.

김미영 제주특별자치도 저탄소정책과장은 "탐라해상 등 한경면 지역에서의 해상풍력발전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해상풍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며 "여건이 비슷한 인근 지역에서도 해상풍력 설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인근 한림읍 수원리에도 한경면 지역의 해상풍력(51MW) 보다 배에 가까운 100M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또 대정읍 동일리(100MW)와 구좌읍 한동·평대(105MW), 구좌읍 월정·행원(125MW), 표선면 표선·하천·세화2리(135MW)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이다.

김 과장은 "대정과 한동·평대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사업은 환경단체와 반발과 주민 간 이견으로 잠시 주춤하고 있다"며 "하지만 꾸준한 소통과 협의가 진행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빠른 시일 내에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일원 바다에 조성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확대 사진 바다에 흰 점으로 보이는 것이 해양풍력발전을 위해 설치된 10기의 풍차다. 네이버지도 갈무리 후 재작업.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일원 바다에 조성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확대 사진 바다에 흰 점으로 보이는 것이 해양풍력발전을 위해 설치된 10기의 풍차다. 네이버지도 갈무리 후 재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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