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장외발매소시스템으로는 다중 운집 따른 폐해 불가피
온라인 베팅으로 전환해 장외발매소는 문화공간으로 바꿔야
일본도 온라인 발매 허용 후 장외발매소 부작용 문제 사라져
"디지털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온라인 발매는 시대적 흐름"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가 일상화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 종식이 늦어지면서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움직임도 산업계는 물론, 일상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경마산업계는 여전히 대면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외발매소이다. 장외 발매소는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고착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장외발매소는 직접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베팅할 수 있도록 현장중계가 가능하게 만든 시설. 이 곳에서 화상을 통해 경마중계를 시청하고 마권을 구입해 베팅하기도 한다. 흔히 화상경마장으로 불리는 곳이다.

◇ 장외발매소 둘러싼 부작용은 '구조적 문제'

경마 이용자가 마권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33곳이다. 경마가 진행되는 서울과 제주·부산경남 경마공원 등 렛츠런파크 3곳과 장외발매소 30곳이다.

경마 매출을 보면 2019년 기준 총 7조3672억원 가운데 장외발매소가 5조1705억원으로 전체의 70.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경마공원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장외발매소로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마 매출을 보면 2019년 기준 총 7조3672억원 가운데 장외발매소가 5조1705억원으로 전체의 70.3%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경마공원보다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은 장외발매소로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 경마 입장객 중 본장(경마공원)은 36.6%(464만명), 장외 63.4%(800만명)다. 장외 비중이 거의 2배에 육박한다. 또 판매지별 경마매출 비중을 보면 2019년 기준 서울 20.2%, 제주와 부산경남이 각각 4.9%와 4.7%이다. 나머지 70.3%가 장외발매소에서 발생한 매출이다.

그러다보니 장외발매소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잡음이 잇따르고 있다. 일시에 몰려는 입장객들로 인한 교통체증과 불법주차, 장내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관중으로 인해 불미스런 일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음주를 하는 입장객들도 적지 않고, 음주로 인한 소란도 있다.

하지만 경마팬 입장에서 마권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경마장을 직접 가지 않은 이상 장외발매소를 갈 수밖에 없다. 마권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경주가 열리는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외발매소 관련 민원이 태생적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디지털 시대에 경마산업 행정은 여전히 아날로그"

한 경마팬은 "온라인을 통해 시청하고 베팅할 수는 시대이고, 하물며 스포츠토토나 복권도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냐"며 "경마만 온라인 구입을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디지털시대인데 경마산업 행정은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국마사회장학관. 지금은 농업인 자녀들의 기숙사로 쓰이고 있지만 2015년 5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년 7개월 동안 장외발매소로 운영됐었다.
농업인 자녀들의 기숙사로 쓰이고 있는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국마사회장학관.
 

서울 용산에 있는 한국마사회 장학관. 1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지난해 2월부터 농업인 자녀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마사회장학관은 장외발매소 중의 하나였다. 지하 7층~지상 18층(연면적 1만8212㎡) 규모로, 당초 2013년 5월 개장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반대로 운영규모 축소와 지역 친화사업 시행 등을 전제로 2년 뒤인 2015년 5월 문을 열었지만, 이후에도 교육환경 저해 등을 우려한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1년 7개월 후인 2017년 12월 결국 시설이 폐쇄됐다.

그러다 용산구와 마사회가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공동협약을 맺으면서, 리모델링을 통해 지금의 장학관으로 변신했다. 화합과 상생의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 건물은 14~17층은 장학관으로, 10층과 18층은 장학관 부대시설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의됐지만 본회의 상정까지는 가지 못했던 '한국마사회법' 개정안. 개정안의 핵심은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것으로 "온라인 발매가 허용되면 장외발매소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면서 불법경마도 합법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였지만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는데도 실패했다.

장외발매소 운영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 일본은 2002년 온라인 발매 허용…장외발매소는 문화공간으로

마사회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지난 1998년 장외발매소와 온라인 매출 비중은 63%대 27%로 장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마권 시스템을 도입(2002년) 한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2018년 기준 장외 매출이 26.3%를 차지한 반면, 온라인은 68.8%에 달한다.

일본도 경마매출에서 장외발매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2002년 온라인 발매 허용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2018년 기준 장외 비중은 26.3%로 떨어진 반면, 온라인 비중은 68.8%로 높아졌다.
일본도 경마매출에서 장외발매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2002년 온라인 발매 허용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2018년 기준 장외 비중은 26.3%로 떨어진 반면, 온라인 비중은 68.8%로 높아졌다.

장외발매소에도 변화가 생겼다. 장외발매소가 마권 판매가 아닌 주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면서 과거 장외발매소가 만들어 내던 문제들도 사라진 것이다.

시대흐름에 맞게 정책을 수정해 경마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면서, 장외발매소를 경마팬은 물론 지역주민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것이다.

윤민중 경북대 교수는 "지역주민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도심 장외발매소를 외곽으로 옮기고, 그 곳을 테마공원화 한다면 지역주민들도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말과 가까이 하다보면 경마에 대한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뀌면서 궁극적으로 경마산업, 나아가 말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시대에 도입된 장외발매소가 많은 사람들을 일시에 한 곳에 모이게 하면서 각종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마권 발행 도입은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마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고 특히, 코로나19로 언택트가 일상화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와 디지털 시대, 온라인 거래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라인 베팅 허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장외발매소의 복합문화공간 전환은 지금까지 나타났던 각종 문제와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라며 "정부와 정치권도 원론적인 얘기만 하지말고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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