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경마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 4조6763억원
경마 개최 불확실성에 업계 종사자 시름 깊어져
청와대·국회 등에 온라인 마권 허용 요구 탄원서
농식품부·사감위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

"연말까지 무고객 경마가 지속될 경우 경마 매출은 6조4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이에 따른 납부 세금도 1조원 넘게 줄 것이다. 연말까지 5700억원 수준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돼 축산발전금 납입도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 7월 29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 출석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의 말이다.

한 마디로 코로나19로 경마산업 기반 자체가 붕괴될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온라인 마권 발매 도입이 절실하다는 게 김 회장 발언의 요지이다.

마사회의 지난해 매출은 7조3572억원. 그리고 올해 매출은 9760억원으로, 경마가 중단되기 전인 지난 1월과 2월에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다. 만약, 지금처럼 무고객 경마가 진행된다면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13% 수준에 그친다. 8월부터 일반고객 20% 입장을 허용한다고 해도 예상되는 매출은 1조6225억원에 불과하다. 이 역시 지난해와 비교하면 22% 수준이다.  

김 회장의 말처럼 '신의 직장'이라던 마사회가 경마 중단에 따른 매출이 손실로 구조조정 위기에 몰릴 정도로 벼랑 끝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조35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한국마사회가 올해 기록한 매출은 9760억원이다. 8월부터 일반고객 20% 입장을 허용한다고 해도 예상되는 매출은 지난해의 22% 수준인 1조6225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7조35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던 한국마사회가 올해 기록한 매출은 9760억원이다. 8월부터 일반고객 20% 입장을 허용한다고 해도 예상되는 매출은 지난해의 22% 수준인 1조6225억원에 불과하다.

마사회는 지난 2월 23일부터 7월 26일까지 경마를 중단했다. 이 기간 발생한 매출손실은 4조676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세수감소액 7483억원, 출산발전기금 감소액 974억원, 마주와 조교사 등 경마종사자 손실액 718억원, 생산농가등 기타 관련자 피해액 321억원, 경마지원직과 자회사직원 임금감소액 86억원 등을 더하면 총 피해·손실액은 5조6372억원에 이른다.

◇ 비상경영체제 돌입한 마사회 유보금으로 버텨

6월 19일부터 무관중 경마를 시행 중이지만 관객이 없기 때문에 경마매출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마사회는 유보금으로 버티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곳간'이 바닥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말산업 종사자들이 연합회를 구성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관계당국에 탄원서를 보내는 것도 경마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손 놓고 있다가는 모두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마권 발매를 통해서라도 위기는 넘겨야 할 것 아니냐" 하는 하소연이다.

고사위기의 경마산업을 살려달라며 최근 탄원서를 제출한 말관련 단체들은 "경마 중단 5개월 넘게 모든 시스템이 멈춰진 상황이지만 '경마=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 때문에 경마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소연도 못하고 정부의 조치만을 애타게 기다려 왔다"며 "경륜, 경정 시행과 시기를 맞추어 경마를 재개하라는 정부의 방침은 경마 유관자들의 생존은 포기하라는 야속함마저 느껴진다"고 호소했다.

경마와 승마 등 말관련 산업 단체들이 경마 관중 입장 허용과 언택트 시행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최근 청와대와 국회 등 관련기관에 보냈다. 김병홍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표가 탄원서를 보여주고 있다.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제공.
경마와 승마 등 말관련 산업 단체들이 경마 관중 입장 허용과 언택트 시행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최근 청와대와 국회 등 관련기관에 보냈다. 김병홍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표가 탄원서를 보여주고 있다. 경마를 좋아하는 사람들 제공.

이어 "경륜이나 경정과 다르게 경마는 복합산업의 결정체"라며 "정원 20% 수준의 제한적 고객 입장을 해서라도 경마의 조속한 시행을 허가해줄 것과 언택트 경마시행을 위한 온라인마권 발매 입법을 서둘러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 농식품부 "필요성 공감하지만 준비 아직 안 돼"

하지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온라인 발권 발매에 대해 아직까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지난 7월 열렸던 경마산업 정상화 좌담회에 나온 농식품부 관계자는 "온라인 마권 발매에 대해 반대하는 게 아니고 입장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다만, (온라인 마권 발매를 위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말산업 종사자들은 "산업이 다 죽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며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나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들은 하나 둘씩 고쳐나가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오영훈 의원은 "제주도의 경우 지난해 기준 레저세 761억원, 지방교육세 251억원 등 약 1000억원 정도가 마사회를 통해 발생했다"며 "경마중단으로 말 생산농가들의 어려움도 있지만 제주도 자체도 세수 확보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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