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챌린지] 코로나와 장기전, 사람·지역 중심 의료로 전환해야
[포스트 코로나 챌린지] 코로나와 장기전, 사람·지역 중심 의료로 전환해야
  •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betterman89@gmail.com)
  • 승인 2020.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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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코로나19는 진행형이지만 그동안의 경과를 돌아보면 가슴을 쓸어내리는 고비들이 몇차례 있었다. 특히 대구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갑자기 늘면서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위급한 다른 질환을 가진 환자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원을 떠돌다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었다.

감염병 대응 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생긴 사건이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모든 인력과 자원이 한 곳에 집중되어 기본적인 의료 체계를 흔들게 되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의료가 작동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사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언제라도 환자발생수가 급증하게 되면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기존의 의료 시스템도 개선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감염병에 대한 대응법은 1954년 2월, 전염병예방법으로 제정되었다가 2009년 감염병예방법으로 전면 개정되었다. 오늘과 같은 전염병에 대한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질병관리본부 출범과 감염병예방법이 2009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되면서부터다.

이 법은 감염병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고 예방 및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역학 조사 및 신속한 정보 공개, 통행 제한 및 주민 대피 등 현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가능하게 했고 이번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법률이 있다고 신종전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인력 상황을 보면 아직 너무나 부족하다. 2020년 1월 31일 기준으로 역학조사관은 모두 합쳐도 130명 남짓이며, 질병관리본부에서 근무하는 조사관 77명 중 전문성 있는 전문 임기제 인력은 32명, 경력이 있는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은 3명뿐이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에서 부족한 인원은 일반 공무원 중에서 교육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으며, 시도에서도 상당수를 공중보건의사들에 그 역할을 맡겨서 해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부족한 인력으로 지금까지 코로나19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고위험 감염병을 다루는 전문 병원 또한 시급하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전문 병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정부는 2017년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감염병원으로 지정했지만 예산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개원이 미뤄지고 있다.

이렇듯 감염병 전문병원이 전무한 까닭에 코로나 사태 이후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추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 오염 등의 문제로 바이러스의 변이와 전파 경로 및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에도 바이러스성 감염병은 반복적으로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할 전문병원을 설립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사회 전체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일례로 강의실 교육이나 회사 업무의 상당부분이 비대면 온라인 형태로 이루어지고 이는 한시적인 현상이라기 보다는 ‘뉴노말’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지속적인 변화의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또한 예고되고 있다.

또 기존에 막혀있던 원격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고 생활치료센터와 같은 새로운 개념의 의료가 운영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우리나라 의료 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가거나 수용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의 건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느냐 일 것이다. 또한 의료체계의 변화는 감염병 뿐 아니라 비감염병 관리체계 역시 발전시키는 방향이어야 한다.

따라서 감염병 대응 전략은 우리의 보건의료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 혹은 개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인구의 노령화에 대비하고 만성질환과 퇴행성질환에 대한 대응도 같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에도 반쪽짜리 개혁이 되고 결국 이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짐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보건관리 정책은 이제는 병원 중심이 아니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또 질병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돌보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환자의 건강 정보와 함께 다양한 생활환경과 습관을 모니터링하면서 환자들의 건강관리를 개인맞춤형으로 하게 된다면 당뇨병이나 심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뿐 아니라 치매나 우울증과 같은 질병의 발생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염병의 유행 시기에는 증상이나 질병을 모니터링함으로써 환자 개인 뿐 아니라 지역사회 차원에서 조기에 감염병을 발견하여 전염병 유행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니터링기반의 개인맞춤형 건강관리가 미래의 중요한 건강관리 방법이 되어야 한다.

이는 질병의 사회적 부담을 줄이는 효과 뿐 아니라 건강하고 활동적인 인구를 늘림으로써 사회적 생산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하여 의료를 어떻게 변화시켜가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예방을 위한 생활방역으로 여름철 유행병이 줄어들었다. 대구 달서구 본영어린이집에서 어린이가 선생님으로부터 손 씻기 법을 배우고 있다.
코로나19예방을 위한 생활방역으로 여름철 유행병이 줄어들었다. 대구 달서구 본영어린이집에서 어린이가 선생님으로부터 손 씻기 법을 배우고 있다.

 

이번에 우리가 코로나19를 잘 대처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일차의료기관이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의료기관 역할의 중복,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집중 현상, 지역별 의료 접근성 편차 등의 문제는 시급히 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나라는 국민건강보험법으로 정한 요양급여 이용 절차에 따라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의뢰서를 받아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아야 건강보험급여가 지급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현 체계는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의 역할 즉 진료 의뢰와 회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 후 상급종합병원으로 가기 위해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지만,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치료를 받기 위해 의원급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보다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는 것이다.

중증환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적절하지만, 경증질환을 가진 환자 역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함에도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서 치료받길 원하는 것이다. 이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환자들이 신뢰하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2018년 서울대병원에서 시행한 대국민-의사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에 비해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 특히 빅5병원의 상대적 신뢰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중에서 자신의 치료기관을 선택한다면 대부분 의원급 의료기관이 아니라 서울의 유명한 상급종합병원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의료 서비스 접근의 편차 또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 중 하나다. 한 지역의 의사 집중과 다른 지역의 의사 부족은 긴 이동이나 대기 시간 같은 접근의 불평등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수의 과부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의사분포는 지나치게 불균형적이다. 서울은 의사가 인구수 대비 너무 많고 지방은 그 수가 너무 적다. 인구 천 명당 의료기관종사 의사의 수를 시도별로 분류하면, 2017년 기준 전국적으로는 3.0명이었는데, 서울시는 4.4명, 경상북도는 2.1명으로 차이가 크다.

또한 응급, 외상, 심뇌혈관질환 등 생명과 밀접한 필수 중증 의료 분야에서 지역별 건강 수준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송체계 또한 비 수도권 지역에서는 상당히 미흡한 상황이다. 2017년에 발간한 보건의료실태조사에는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받지 못해 발생한 치료 가능한 사망률이 나타나 있는데, 시도 별로 보면 인구 10만 명 당 서울이 44.6명, 충북이 58.5명으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지역별 의료 접근성 편차에 따른 불평등은 통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상대적 신뢰도가 낮은 것과 함께 지역간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 편차로 인해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자기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없는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9년 9월,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했다.

단기 대책 5대 과제로는 첫째,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여건 마련. 둘째, 적정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도록 의료 내실화. 셋째,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치료 후 동네병의원으로 회송 활성화. 넷째, 환자의 적정 의료 이용 유도. 다섯째, 지역 의료 해결 능력 제고 및 신뢰 기반 구축 등을 내세웠다. 더불어 지역간 의료서비스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 공공-민간 협력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문제의식과 대처 방안은 나름 합리적이고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 대책 만으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다. 중장기적이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

홍윤철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가정의학, 예방의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 교수이면서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을 맡고 있다. 학생들에게 <인간, 사회, 그리고 의료>라는 학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며, <질병의 탄생>, <질병의 종식>이란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이는 <The Origin of Diseases>와 <The Changing Era of Diseases>로 번역되어 해외 출간되기도 했다. 국제학술지에 30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정회원, 세계보건기구 WHO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외부 필진의 칼럼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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