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사장
김형 대우건설 사장

취임 2년을 앞두고 있는 김형 대우건설 사장이 위험지역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다음달(6월) 11일이면 취임 2주년을 맞는데요. 대우건설이 명운을 걸다시피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홍보대행사 인력을 동원해 자사에게 유리한 기사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이달 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여는 반포3주구는 대우건설과 삼성물산이 맞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김 사장은 지난 13일 '3주구' 조합을 찾아 "대우건설이 제안한 입찰조건들은 도시정비사업의 최고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반포3주구를 위해 오랜 시간동안 고민한 노력의 결과"라며 "입찰제안서와 계약서 내용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지요. 그 만큼 사업 수주의 간절함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 사장의 조합 방문 전후로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경쟁사인 삼성물산을 흠집내는 기사를 써줄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7일 오후. 네이버 등 주요 포털뉴스에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허위사실 유포 고소' 등의 비슷한 제목의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기사 내용은 대우건설이 삼성물산과 신반포1차(아크로리퍼바크) 조합장인 한 모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입찰방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소했다는 게 핵심이고, 관련된 기사중 상당수는 포털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 언론을 통해 8일까지 계속됐습니다.

통상 기사가 동시에 보도된다는 것은 누군가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7~8일 쏟아진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우건설 측에서 동원한 한 홍보대행사 주도로 섭외한 인터넷 언론을 중심으로 기사가 쏟아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인터넷 언론사에게는 많게는 100만원의 협찬비가 지원됐다는 구체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홍보실 쪽에서는 전혀 그런 사실이 없고 (반포3주구)사업부에서 홍보대행사를 통해 기사를 의뢰한 것인지는 아직은 확실치 않다. 설령 의뢰를 했다고 해도 홍보를 위한 것이지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은 아닐 것"이라면서 "일부 언론에서 협찬금 지원 조건도 있다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의 이상한 움직임은 3주구 수주전이 달아오르던 3월에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홍보대행사가 아닌 친분이 두터운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대상이었고, 삼성물산과 관련된 자료가 있으니 흠집을 내는 기사를 써주면 협찬을 하겠다는 것이었죠. 다만, 당시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보도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물이 누군지도 구체적으로 지목이 되고 있습니다.

어쨋든 대우건설의 이 같은 행태는 속된말로 '상도의'에도 한참 벗어난 것일 뿐만 아니라 일종의 '언론 매수'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대우건설의 이 같은 언론매수 행위를 김형 사장이 알았느냐, 몰랐느냐 하는 점입니다. 물론, 해당 사업부 담당자들이 실적을 위해 윗선 모르게 무리수를 뒀을 수도 있고, 김 사장이 전혀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단할 수는 없지만 만약, 김 사장이 부분적이지만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김형 사장이 13일 3주구 조합사무실 방문을 놓고, '색깔있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사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금품살포와 향응제공 등의 문제는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문제가 도를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지난 2017년 10월에는 한국주택협회 주도로 25개 건설사들이 모여 공정경쟁 실천을 다짐하는 자정결의대회를 열기도 했지요. 물론, 대우건설도 자정결의대회에 참석했습니다.

주택시장 일감 확보를 위한 수주는 건설사 입장에서 생명줄을 이어주는 절대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경쟁사끼리 수주전도 치열하게 치러야 합니다. 다만 치열한 경쟁 밑받탕에는 공정경쟁이 전제돼야 하고,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대우건설의 대주주는 산업은행입니다.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몇 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지난 2018년 초 중견건설사인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하려다가 해외현장 3000억원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가야 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은 많은 김형 사장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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