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편집국 오세영 기자
스트레이트 편집국 오세영 기자

최근 '하이바이마마'라는 드라마를 꽤 재밌게 감상했다. 배우 김태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인데, 스토리보다 놀라웠던 건 그의 연기력이다. 더 이상 '진짜 예쁜데 연기력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지 않겠다 싶을 만큼 '엄마 연기'를 잘 해냈다. 5년만에 돌아온 배우 김태희는 '아쉬운 연기력'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진짜 엄마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으며 공백이 무색할 만큼 팬들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 꼬리표를 떼는 데 시급한 기업이 있다. 남양유업이다.

며칠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이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동의의결안을 찬성했다. 협력이익공유제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일정하게 나누는 제도다. 지난 2018년부터 문재인 정부가 꾸준히 법제화를 시도했지만 기업들의 반발에 부딪혀 미완의 국정과제로 남아있다.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 도입'이라는 명예를 쥐었지만 그에 걸맞는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남양유업이 지난날 죗값에 대해 벌을 받는 입장이지만, 대다수의 기업들이 꺼려하는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했다는 점은 이목을 끌만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는 '갑질을 저질러서 벌 받는거다' 혹은 '대리점 상생을 미리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획기적이거나 새롭지 않다'는 등의 시큰둥한 반응만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위 발표가 났던 지난 6일 저녁 '남양유업이 경쟁업체를 비방하는 글을 조작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까지 보도됐다. 1년 전부터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인데 보도되자 마자 여러 매체의 비판을 받으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좋은 취지로 기업 운영방식을 개선하려 나섰지만 모두가 눈을 흘긴다.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겠다는 소식에는 '그래서?'라는 반응이, 비방글 조작 사건 보도에는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남양유업은 어쩌다가 뭘해도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인 걸까.

먼저 반대의 예를 들어보자. 뭘 해도 인정받는 상황 말이다. 우리가 여전히 삼성을 1등 기업으로 맹신하거나 LG를 휴머니즘 기업으로 기억하는 경우다. 비록 삼성 스마트폰이 터지거나 LG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해도 '그래도 삼성(혹은 LG)인데...'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은 세계 1위를 나타냈으며, LG 역시 사회적 활동을 할 때마다 '역시 휴머니즘 기업'이라는 찬사가 뒤따른다.

문제는 '이미지'다. 소비자들이 남양유업에 대해 인지하는 이미지는 암울하다. '갑질' 혹은 '이물질'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는다.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하고도 과거 잔상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나 식음료업체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순간 불매운동과 실적 저하라는 원치 않는 상(?)을 받게 된다. '우리 아이가 먹어야 하는데' 부정적 꼬리표가 달린 기업의 제품을 사 줄 소비자가 있을까.

매출은 소비자가 제품을 소비해야 생긴다. 매출을 늘리고 싶다면 더 많은 소비자를 모으면 된다. 헌데 소비자들은 단순히 광고에 혹해서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광고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지만 지속적인 잔상을 남기지 못한다.

기업 이미지를 탈바꿈 하려면 오래도록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을 수 있도록 시간적·재정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부정적 꼬리표를 떼고 이미지를 개선해 소비자 신뢰를 먼저 회복하면 실적은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다.

남양유업은 올해 '실적개선'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시급한 건 '이미지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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