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4월 자동차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가 국내 완성차 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4월 수출 전망에 따르면 이달 자동차 수출은 12만658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43% 감소할 전망이다.

중국을 뺀 해외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셧다운'(일시 휴업) 상태에 처한 상태다. 현대차는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 5개국과 인도, 멕시코의 모든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도 영업 중인 곳이 절반이 안된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든 7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 물량의 61%가 외국으로 나간 점 등을 감안할 때 수출 길이 좁아지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피해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완성차 수출은 작년 동기대비 17.6% 감소했다.

아울러 9000여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완성차 업체보다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수출감소에 따른 영향과 해외 완성차 업체 납품 차질까지 겹치면서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는 현실이다.

매출이 수조원대인 대형 타이어 업체들도 공장을 세우고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상황인 만큼 규모가 훨씬 작은 2∼3차 부품업체들은 더 힘들어진 전망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부품전문업체들은 코로나19로 지난 2월부터 완성차 공장 가동중단이 이어지며 매출이 급감했다. 상당수 부품업체들이 유동성 악화에 대비해 임금 지불 유예와 삭감을 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연 1조원 이상 회사채 발행이 필요한 실정이다. 올해 만기인 금융권 대출도 2조4000억원에 달한다. 1차 부품업체가 납품대금으로 발행하는 기업어음(매출채권)은 연 7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업계는 어음 인수, 대출금 만기연장, 세금 감면 등의 정부 지원이 없으면 하반기에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 생산액(2015년 기준, 통계청·한국은행)은 190조원으로 제조업의 12%를 차지한다. 부가가치는 53조원(제조업의 9.4%), 수출은 656억달러(총 수출의 12.1%) 수준이다. 판매, 정비, 주유 등 전후방 산업의 간접고용까지 감안하면 총 고용인원이 178만명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업체 연쇄도산과 자동차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 유동성 33조원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장 가동을 위한 운영자금 마련, 금융기관 대출 만기연장, 수출금융 등에 필요한 자금이다. 

연합회는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산업별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야 하며,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개소세 인하를 최소 연말까지로 연장하고 취득세 인하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완성차업체에서부터 부품업체까지 한 곳이라도 유동성이 바닥나면 산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 특성으로 인해 미국·유럽 각국은 무제한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과 신차 효과에 힘입어 3월 자동차 생산, 내수, 수출은 모두 증가했다. 다만 지난달 자동차 수출물량은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지로 확산하기 이전 주문 물량이 많아 4월 이후에도 이 같은 호조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수출은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기 이전 주문 물량을 생산·선적하면서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최근 미국·유럽지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달부터 수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