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에 나타난 자본주의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풍요로워졌다. 그러나 자본가들의 무한 이윤획득에 의해 세계 경제는 불균등하고 불공정해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강대국의 힘이 거세지면서 각종 모순적 요소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알기 위해선 현대 경제의 중요한 쟁점들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그 쟁점들의 핵심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과 논쟁을 우리가 알아야 할까? 몰라도 무방한 것들이 있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경제학 논쟁이 경제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 정책은 보통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나라의 운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경제의 주요 요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지 선임기자 현재욱의 저작인 「보이지 않는 경제학(2018)」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보이지 않는 경제학

 

해리 아트만의 여행기는 가상의 이야기다. 상상의 시공간 속에서 전직 펀드 매니저는 3개월 동안 동서 2,000킬로미터의 사막을 횡단했다. 해피엔딩을 위해, 여행의 동반자였던 낙타는 해리를 집으로 초대했던 유목민 형제가 돌보는 것으로 마무리하자.

무엇을 알아가는 과정도 실제 여행 못지않게 흥미로운 여정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도대체 어떤 곳인지 몹시 궁금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세상 물정에 조금 눈이 트인 것이다.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조리한 곳이었다. 가상의 부를 한껏 부풀리는 거대한 구조가 있고, 거기서 만들어진 가상의 부는 어느 순간 화폐로 치환되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실제의 부로 바뀐다. 그 과정에서 노동은 생산에 기여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 구매력이 없는 수요는 무시되고, 자원은 낭비되고 있다. 경제학은 사람을 배제하고 숫자에만 매달린다.

금융자본은 과거와 현재의 노동 성과를 훔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노동까지 증권화해서 가상의 부를 부풀린다. 2007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도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이자수익을 증권으로 만들어 사고팔다가 사달이 난 것이다.

땅속에 묻힌 금, 고속도로 통행료, 인세, 저작권, 특허권 등 장차 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이 증권으로 바뀌어 시장에서 거래된다. 나중에는 노인들이 받아야 할 연금까지 파생증권으로 만들어져 시장에 나올지 모른다.

나는 한국은행에 상위 10퍼센트와 하위 10퍼센트를 뺀 ‘중위 80퍼센트 GDP’를 계산해 보라고 권고하고 싶다. 그것이 우리의 참모습을 파악하는 데 더 유용한 지표 아니겠는가. 인구가 100명인 마을의 총 소득이 쌀 100가마인데 한 사람이 50가마를 차지한다면, 그 마을은 사실상 매우 가난한 마을이다.

경제는 어려운 학문이 아니다.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알려는 열망과 호기심을 품고 공부하면 정부의 그릇된 정책을 비판할 능력이 생긴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내가 쉽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내 공부가 부족한 탓이다.

가상의 부가 요동치는 증권시장의 정체를 알고 난 후부터, 내가 먹는 음식과 사용하는 물건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달고도 상큼한 사과의 맛, 부드럽게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 솜씨 좋은 요리사가 빚어내는 쫀득한 면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구수한 냄새……. 이런 것들을 증권으로 치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깊은 만족감,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맛볼 수 있는 실물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부의 원천이다. 부자 될 생각만 하지 말고, 진정한 부를 즐기기 바란다.<끝>

※ 이 연재는 스트레이트뉴스가 저자(현재욱)와 출판사(인물과사상사)의 동의로 게재한 글입니다.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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