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오세영 기자
편집국 오세영 기자

"이 시국에 할인 행사를 한다고?"

대형 백화점이 봄 정기 세일행사를 한다는데 즐겁지가 않다. 행사 때문에 마냥 신나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 행사장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혀 이뤄지지 않을테고, 당연히 '코로나19' 감염 우려만 높아지기 마련이다. 혹시라도 행사장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기업 이미지와 정기세일을 강행한 행보에 대한 사회적 지탄 등도 감수해야 한다. 백화점은 왜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할인행사를 진행할까.

'협력업체와의 상생.'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이 이번 봄 정기세일 행사를 진행하면서 내세운 이유다. 코로나19로 사회적 활동이 위축돼 경제활동까지 얼어붙었으니 할인행사를 진행해 소비심리를 자극하겠다는 거다. 입점업체들이 떠안은 재고 소진에 대한 부담을 소비활성화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래서인지 마일리지, 쿠폰, 이벤트 등 소비자들을 현혹할 수단이 다양하다.

정말로 백화점은 협력업체 상생을 위해 할인행사를 감행할까. 말은 상생이지만 행동은 상생이 아닌 '언행불일치'다. 그 이유는 백화점과 입점업체의 계약이 특약매입 방식으로 맺어졌기 때문이다. 특약매입이란 입점 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한 뒤 판매 수수료를 제외한 상품판매대금을 입점 업체에게 지급하는 형태의 거래다. 대신 백화점이 외상 매입한 제품 가운데 판매되지 않은 물건을 반품할 수 있다는 조건이 따른다. 우리나라 주요 백화점의 약 72%에 달하는 매출이 특약매입으로 발생한다.

소비자에게 팔지 못한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마련한 방법이 '할인행사'다. 그러나 할인행사는 최선의 해결 방안이 아니다. 행사가 끝나면 입점업체의 부담은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품을 할인해서 판매할 경우 정상 판매가와 차이나는 금액 대부분을 입점 업체가 책임져 왔다. 예를 들어 정상 판매가 1만원인 제품을 8000원에 팔았다면, 할인된 2000원 가운데 70%에 달하는 1400원 정도를 입점 업체가 판촉비로 부담해야 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할인된 금액의 50%까지 유통업체가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지침을 개정했지만, '코로나 블루' 영향이 경제적 위기까지 이어지는 만큼 입점 업체들에게는 판촉비 자체가 짐이다. 백화점이 진정 상생을 바란다면 단순히 장터를 열어주는 개념에서 넘어선 행보를 보여야 한다.

소비심리를 자극해 주는 게 능사인가. 할인행사만으로는 다 같이 잘 살 수가 없다. 백화점이 진정으로 상생을 취하려면 다 같이 어려운 지금 만큼은 매입 방식을 바꿔야 한다. 입점 업체의 물건을 직접 사들이는 직매입 방식으로 판매와 재고에 대한 책임을 나눠 가지면 된다. '재고가 남으니 할인행사로 얼른 물건 팝시다'가 아닌 '십시일반으로 위험과 책임을 나눠 다 같이 힘냅시다'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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