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靑국민청원 등 "개성공단서 마스크 생산하자"
국제사회 고강도 대북제재 지속.. 북한 화답도 미지수
4년이상 방치, 시설점검 등 상당시간 필요.. 정부 '신중'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주최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을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이 발언시 윤소하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건네주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주최 '개성공단 마스크 생산을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이 발언시 윤소하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건네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한 마스크 대란 속에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하자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면서, 그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4년 넘게 중단됐던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면 상당 기간 시설 점검도 해야 하는 등 쉽게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지난 5일 한 지역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개성공단 업체 한 곳은 월 100만 장의 위생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고, 50여개 사는 면마스크 제조, 64개사는 위생 방호복 제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내 수요뿐 아니라 세계적 수요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글도 등장해 주목받았다. '코로나19 방역장비(마스크 등)의 개성공단 생산 제안'이라는 제목의 이 제안에는 12일 오전 9시 30분 기준 1만1130명이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나서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한 마스크 부족 현상 해결' 제안은 더욱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전세계가 마스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문제 등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개성공단을 활용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다만 현재로선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와 북한의 냉랭한 대남 정책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이같은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최대 난관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꼽힌다. 코로나19 방역물자 생산이라는 인도적 목적을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다.

지난 2016년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 여파로 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이후 대북제재는 더욱 강화됐다. 개성공단 생산품목인 섬유·기계류·전자 기기는 수출금지 대상으로 지정됐고, 북한으로서의 대량 현금(벌크캐시) 이전도 강력하게 통제된다.

또한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한다고 해도 '국가 봉쇄' 수준의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취하고 있는 북한이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은 지난 1월 말 중국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하고 전면 통제른 선포했다. 특히 남한 내에서 코로나 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남측과 협의를 거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마저도 잠정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노동자를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보내 일을 하도록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아울러 남북관계에 소극적인 북한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의 방북 제안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냉담한 상황도 가능성을 낮게 하고 있다.

1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마스크를 쓴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12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마스크를 쓴 채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다.

 

일각에선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되면 국내 마스크 부족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성공단 기업 127곳 가운데 마스크 전문생산업체는 한 곳뿐인데, 이 업체의 마스크 생산량이 월 100만 장이라고 하더라도 하루 생산량은 3∼4만 장 수준에 그친다. 이는 정부가 공급받는 공적 마스크 하루 총생산량(약 1천만장)의 0.003∼0.004% 수준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봉제에 종사했던 3만 명의 개성공단 근로자가 마스크를 만들면 하루에 800만~900만 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방역마스크를 원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설비 상태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현지 마스크 생산의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정부에서는 당장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전력 공급, 현지 기업의 시설 점검 등의 마치고 생산에 들어가려면 대략 1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마스크 생산이 조기에 이뤄져야만 수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성공단 재가동을 통한 마스크 생산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가동이 이뤄지더라도 방역마스크 생산을 위해서는 필터 등 부자재를 외국에서 사들여 개성으로 들여가야 하고 생산된 마스크를 다시 남쪽으로 가져오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하는데, 당장 마스크가 필요한 수요자에게 공급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재가동 주장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그 제안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동감한다"면서도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실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도 원단과 봉제공장을 총동원해 마스크 생산 총력전에 나서고, 경제난까지 가중되고 있는 만큼 전향적으로 고려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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