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할 예정인 OZ6932편의 결항 안내문구가 나오고 있다.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할 예정인 OZ6932편의 결항 안내문구가 나오고 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양상이다. 그간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팬데믹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나선 것.

WHO는 전 세계적으로 무려 100개국에서 환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맹렬한 확산세가 멈출 줄 모르는 상황을 지켜보며 더는 '대유행' 선언을 유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셈이다.

중국과 그 인접국으로만 영향이 미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이제 아시아 전역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주, 오세아니아 등 전방위로 확산됐다.

특히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른 곡선을 그리고 있어 정점을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리카 등 의료 낙후 지역은 진단 능력 미비로 아예 현황을 파악할 수조차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별 국가로는 이탈리아와 이란에서 지난달 말부터 확진자와 사망자가 최고로 급증하고 있다. 9일 오후 6시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917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대비 1797명(24.3%) 증가한 것으로, 사흘 연속 1000명대 증가세다.

누적 사망자는 전날 대비 97명(26.5%) 증가한 463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중동 유행의 '진원지' 이란의 누적 확진자는 7161명, 사망자는 237명이다. 중국의 누적 확진자 수는 8만 904명, 한국은 7478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수는 중국 3123명, 한국 54명이다.

미국과 일본의 환자 발표는 검사 규모가 적어 실제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실제 감염자수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으리라는 게 일본 민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CNN이 지난 5일 보도했다. 오는 7월 도쿄올림픽에 피해가 갈까 우려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검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거침없는 확산에 각국은 진단 키트는 물론이고 필수 방호장비와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다.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확진자가 90명을 넘은 11일 오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구로 콜센터 코로나19 확진자가 90명을 넘은 11일 오전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잇단 국경봉쇄와 이동 제한으로 항공·관광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고, 연일 비관적인 경제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세계 증시가 일제히 대폭락해 최악의 '블랙 먼데이'로 기록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까지도 코로나19와 관련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경고할 뿐 팬데믹을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CNN방송이 이날 "오늘부터 CNN이 현재의 코로나19 발병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팬데믹이란 용어를 쓸 것"이라고 밝히는 등 많은 전염병 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세계가 이미 팬데믹에 진입했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날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0%로 낮췄다고 발표했다. 세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을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1월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으로 중국 내 기업활동의 원상 복귀가 예상보다 느리고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광범위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이날 코로나19로 올해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최대 15%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0.5∼1.5% 둔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응해 FDI도 5%에서 최대 15%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관측이다.

각국이 코로나19 진압에 안간힘을 쓰면서 국경 봉쇄는 물론이고, 자국 내 이동 제한 조치 등도 속속 취해지면서 글로벌 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바이러스의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결국 '전국 이동제한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6000만명의 이탈리아 국민은 업무·건강 등의 이유를 제외하곤 거주지역에서도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민 예방수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민 예방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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