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칼럼] 다문화 이주민 공약, 머뭇 머뭇하다간 큰코 다친다
[통일로 칼럼] 다문화 이주민 공약, 머뭇 머뭇하다간 큰코 다친다
  • 이호연 선임기자 (leehoyon84@daum.net)
  • 승인 2020.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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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에 다문화가족이 원하는 건 포용 공약과 정책 제시
이호연 선임기자
이호연 선임기자

21대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다. 정치권은 표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북한 이탈주민은 물론 다문화 가족 구성원도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런데, 다문화 가족 구성원 수가 북한 이탈 주민수의 30배에 달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의 다문화 가족에 대한 현실감각은 무디기 짝이 없다.

우리나라의 고착화된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단기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다. 지난 14년간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185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 꼴찌수준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30만명으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에 불과한데, 이는 일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찾아보기 힘들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대체로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 국가는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아직도 근본적으로 만족스러운 해결책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나타난 부족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제도를 도입도 해보고, 이민정책도 펼쳐 봤지만 대체로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평가다.

낮설지 않은 다문화 이웃 '이주민'

최근 농촌 초등학교의 경우,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절반에 이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다문화 가구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6%에 해당하는 31만 9천 가구이고, 다문화 가구원 수는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 32만 1천명과 18세 이하 22만 1천명 등을 포함해 96만 4천명에 이르고 있다. 2019년 말 현재 다문화 혼인 건수 비중은 우리나라 전체의 7.9%, 출생비율은 5.2%에 달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질수록 상대적으로 다문화 가족의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월 4일 원금옥 주한베트남교민회장 겸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원옥금씨(상당 왼쪽)을 16번째 인재로 영입했다. 앞서 정의당은 이자스민 전의원을 지난해 11월 11일 영입, 심상정 대표와 유소하 원내대표, 이자스민 전의원(하단 중앙)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월 4일 원금옥 주한베트남교민회장 겸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원옥금씨(상당 왼쪽)을 16번째 인재로 영입했다. 앞서 정의당은 이자스민 전의원을 지난해 11월 11일 영입, 심상정 대표와 유소하 원내대표, 이자스민 전의원(하단 중앙)이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문화 가족의 뿌리는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1988년 통일교 재단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으로 마련한 다문화 합동결혼식을 행사를 시작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결혼 기피 추세가 늘어나면서, 외국인 여성의 결혼 이주 확장 추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아직도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이민정책이라는 화두를 공개적으로 꺼내기를 꺼리고 있다.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외국인 여성 결혼 이주는 이민정책의 출발점이 돼 버린 것이다.

다문화 정책 변화의 필요성

싫든 좋든 간에 우리는 다문화 가족 문제를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문화 가족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현실적으로 우리의 다문화 정책은 언어 교육 등의 정착지원 차원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다. 일선 현장에서 나타나는 높은 이혼율이나 가정폭력 또는 학교폭력 등의 문제도 상당 부분 시민단체와 협력해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엉성하게 널려있는 다문화 정책으로는 복잡다단한 다문화 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래를 보고 범정부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깊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해결하기 힘든 과제다.

다문화 가족이란 화두가 중요한 정치적 담론으로 본격적으로 부상한 것은 18대 국회 기간 중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당시 새누리당 소속 김혜성 국회의원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다문화가족정책연구포럼’을 구성해 다문화 담론이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김혜성 의원이 2011년 12월 29일자로 대표 발의해 개정된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 정책 변화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다. 개정법령에 따라 2018년 말 현재 217개의 지자체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설치됐고, 지자체에 다문화 업무 담당 공무원이 배치될 수 있었다. 그리고 통계법이 개정돼 2012년부터 매 3년 주기로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 통계가 작성되었다. 이런 변화가 다문화 가족 지원 정책 수립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 역할을 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 부족한 다문화 예산 문제 해결을 위해 기획재정부 복권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복권기금 중 상당 부분이 다문화 정책에 배정될 수 있었던 것도 중요한 변화다.

다문화 정책은 중장기 국가 전략 차원에서 통합적·거시적 접근을 통한 이민정책의 일환으로 다루어져야 옳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다문화 정책은 정착지원 또는 동화단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초기 다문화 가족에서 태어난 2세들은 이제 어엿한 성년이 되었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은 소중한 우리나라의 인적자산이다. 하지만, 아직도 다수의 국민들은 다문화 2세를 우리나라의 미래를 함께 이끌어갈 구성원으로 인식함에 어색하다. 부족한 군 병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다문화 정책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통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중요한 국가적 미래 담론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18대 국회 이후 현재까지 다문화 가족 관련 정책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 대해 깊은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이주민센터를 건립 중이나 정부와 국회 차원에  미래 지향적인 이주민 정책이 긴요한 실정이라고 다문화가족은 강조한다. 사진은 전국 최초 이주민센터를 연 아산시의 기념식.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이주민센터를 건립 중이나 정부와 국회 차원에 미래 지향적인 이주민 정책이 긴요한 실정이라고 다문화가족은 강조한다. 사진은 전국 최초 이주민센터를 연 아산시의 기념식.

21대 총선, 특정인 영입 능사아냐

미래통합당(구 새누리당)은 19대 국회에서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을 다문화 분야 비례대표로 영입했으나 전시성 활용에 그쳤다. 그는 결국 이주민과 소수자의 권리 신장을 내세운 정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미래통합당의 다문화 정책의 실패가 입증된 셈이 됐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다문화가족 관련한 인재영입 등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다문화 정책이 공백상태로 남아있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베트남 출신 원금옥을 영입했고, 정의당은 이자스민을 다문화가족 관련 인재로 영입했다.

정치권의 다문화가족 관련 향후 이주민 정책은 과거의 인적 네트워크 열세나 출신국 편향적인 의정활동 등의 단편적이고도 중구난방하는 모습에서 탈피, 국가 미래 대계를 재수립하는 차원에서 종합적이고도 거시적인 틀에서 마련해야 마땅하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실시한 4·15 총선 종로구 여론조사. 정치 1번지인 종로구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간의 맞대결에서 이 후보가 앞선 모양새다. @스트레이트뉴스
스트레이트뉴스가 실시한 4·15 총선 종로구 여론조사. 정치 1번지인 종로구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 간의 맞대결에서 이 후보가 앞선 모양새다. 이들이 속한 여야는 그동안 다문화 이주민에 대한 정책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

다문화 가족 구성원을 인재로 영입한 것은 정치적 상징성은 기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다문화 가족 당사자로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고 해서, 문제해결을 위해 법령 개정이나 예산 확보 등의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주민 정책, 낮설 이유 없다

정치권은 21대 총선에 즈음,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민자 대상의 관련 제도와 정책을 통합을 골자로 한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를 만드는 구체적 공약 제시에 나서야 한다.

북한 이탈주민 수는 3만 3천명으로 다문화 가족 수의 3.4%에 불과하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은 서울 강남 예비후보로 태영호 전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를 공천했다. 물론,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을 위한 정치적 활용도에서 그를 높이 평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주민 정책차원에서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상대적으로 다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낮게 평가했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다문화 가족 상호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의사소통 속도는 일반 국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정치적 판단 기준도 비교적 단순한 편이기 때문에 표 응집력도 강하다.

코앞에 다가온 4·15 총선을 계기로 정치권이 다문화 가족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는 특정인 영입 이외에 그다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전혀 낮설지 않은 이주민. 그들은 험하게 걸어온 길을 북돋아 주는 동시에 앞으로 어깨동무하고 포용하는 정책을 내놓은 정당에게 손을 들어줄 것이다.

100만 이주민 시대에 전혀 낮설지 않는 다문화가족. 그들을 위한 공약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유권자에게 낮설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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