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로 출발한 합법 사행산업 7종의 연간 총매출은 22조
불법도박, 연간 83~100조로 합법 사행산업의 5배 육박
불법 경마 13조, 합법 경마 규제 틈타 '독버섯'처럼 증식

영국에서 귀족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로 출발한 경마,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 경마선진국에서는 이미 국민레저스포츠로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경마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국민의 반감을 사면서 출발한 데다 ‘시행은 하되 장려는 하지 않았던’ 정부 정책 탓에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강하다. 

경마는 정말 도박일 뿐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합법 사행산업 7종 중 가장 큰 세수 확보원으로 공공재정 조성에 일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건전한 여가문화를 제공한다. 사회와 문화의식이 발전하고 힐링(healing) 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감에 따라 차츰 공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온라인 마권발매’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론은 둘로 갈려 있다. 지금도 문제가 많은데 온라인까지 허용하면 ‘도박공화국’이 된다는 쪽과 온라인 마권발매야말로 급팽창 중인 온라인 불법도박시장을 잡을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는 쪽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국내외 합법 사행산업의 규모와 우리 국민이 경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불법도박의 규모와 실태, 한국마사회의 사회공헌 정도 등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마사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마권발매가 시의적절한지 여부를 독자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특집 기획기사 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주>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최소 106조 원, 최대 122조 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베팅산업시장, 그중 불법도박은 최소 83조7,822억 원, 최대 100조 원이다. 22조3,904억 원에 불과한 합법 사행산업 7종 매출의 5배에 육박한다. 불법이 이처럼 합법을 압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합법 사행산업 7종 매출규모 22조3,904억 원

현재 우리 정부가 인정하는 합법 사행산업은 카지노(casino), 경마(horse racing), 경륜(cycle racing), 경정(motorboat racing), 복권(lotto), 체육진흥투표권(toto), 소싸움(bullfighting) 등 7종이다(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2조 제1호).

합법 사행산업의 원조는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로 출발한 경마다. 해방 후 경륜과 복권,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추가됐고, 정부와 지자체가 사행산업을 조세・기금 확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유효한 수단으로 인식하면서 2000년대 들어 강원랜드(2000년), 스포츠토토(2001년), 경정과 로또(2002년) 등이 더해졌다.

국내 사행산업 7종의 사업자와 주무부처(자료: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국내 사행산업 7종의 사업자와 주무부처(자료: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합법 사행산업 7종의 영업장은 카지노 17개소(내국인 1, 외국인 전용 16), 경마 33개소(본장 3, 장외발매소 30), 경륜 23개소(본장 3, 장외발매소 20), 경정 18개소(본장 1, 장외발매소 17), 소싸움 1개소 등 총 92개소가 지역별로 분포돼 있다.

이들 7개 합법 사행산업의 2018년 매출 총합은 22조3,904억 원이다. 이 금액이 사실상 우리나라 합법 사행산업의 전체 시장규모인 셈이다.

국내 합법 사행산업 7종의 매출규모(자료: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2018)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국내 합법 사행산업 7종의 매출규모(자료: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2018)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합법의 5배 육박하는 100조 불법도박시장

불법도박에는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로또), 체육진흥투표권(토토), 소싸움 등 합법 사행산업 7종에 ‘반하는’ 각종 사행행위와 불법 하우스 도박, 불법 경견, 투견, 투계 등이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국내 불법도박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2008년 1차 조사 당시 53조7,000억 원이던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2012년 2차 조사에서 75조1,000억 원으로, 2015년 3차 조사에서는 83조7,822억 원으로 불어났다.

최근에는 2019년 이미 100조 원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가파른 상승세와 3차 조사 이후 4년이 경과됐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추정이다. 불법도박의 규모가 22조3,904억 원인 합법 사행산업의 5배에 육박하는 셈이다.

매출 규모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경마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마사회가 지난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자체 조사한 결과, 국내 불법 경마시장의 규모는 13조5,246억 원(최소 13조1,163억 원에서 최대 13조9,330억 원)으로 추산됐다. 한국마사회 그해 총매출 7조7,459억 원의 두 배에 근접하는 수치다.

국내 불법도박 규모 변화 추이(2008, 2012, 2015)(자료: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국내 불법도박 규모 변화 추이(2008, 2012, 2015)(자료: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불법도박을 즐기다 단속에 걸리면 처벌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불법으로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불법의 편리성・수용성・비대면성・익명성, 합법 압도해

가장 큰 이유는 불법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합법에 비해 월등하기 때문이다. 후속기사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합법 사행산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세 및 기금 조성에 큰 역할을 한다. 세금을 많이 낸다는 의미다. 사회 환원에 힘쓰는 등 공익성도 강조된다.

그러나 불법은 그럴 필요가 없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다. 경마의 경우만 해도, 불법경마로 인한 조세 손실액이 2조1,639억 원(최소 2조986억 원에서 최대 2조2,293억 원)에 달한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6). 당연히 고배당에 적중했을 때, 고율의 소득세 추가공제도 없다.

세금을 내지 않으니 환급률이 합법에 비해 매우 높다. 90% 수준이다. 환급률은 총 마권 구매액 중 이용자가 다시 돌려받는 비율을 말한다. 이용자를 유혹하는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또한 합법 사행산업에는 베팅 상한선이 설정돼 있어 1회/1일 제한 금액 이상은 베팅할 수 없지만, 불법에는 베팅 상한선이 없다. 심지어 적중하지 못한 이용자에게 이른바 ‘개평(위로금)’까지 제공한다.

‘베팅의 편리성’ 측면에서도 합법은 불법을 이길 수 없다. 경마의 사례를 살펴보자. 베팅을 하려면, 즉 마권을 구입하려면, 과천과 제주, 부산에 위치한 본장이나 장외발매소를 반드시 찾아가야 한다.

일단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간 후에 창구가 열리면 길게 줄을 선다. 전자발매기 앞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체되면 마권 구입에 실패할 수도 있다. 조바심이 난다. 실제로 구매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구입한 마권이 적중해 배당금을 받을 때도 줄을 서야 한다. 타인의 시선이 불편하다.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된 운영자들(자료:casino.org by Katie Barlowe)(2015.11.03) ⓒ스트레이트뉴스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하다 경찰에 적발된 운영자들(자료:casino.org by Katie Barlowe)(2015.11.03) ⓒ스트레이트뉴스

불법경마는 어떨까? 입장료도 없고, 줄을 서서 조바심을 낼 필요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불법경마 베팅은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저 자신의 공간에 ‘치맥’을 놓고 앉아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경주 실황을 보고 베팅하면 그만이다. 배당금은 이미 개설해 놓은 계좌로 곧바로 입금된다. 적중하지 않아도 최소한 ‘개평(위로금)’은 받는다.

그렇다고 불법경마 이용자들이 마냥 마음이 편한 것만은 아니다. 단속에 걸릴 경우, 처벌은 물론이고 계좌에 들어 있는 돈까지 모두 압수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법의 편리성이 단속에 대한 두려움을 압도한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법원의 판결도 한몫한다. 불법경마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다.

온라인 불법도박은 이처럼 조세포탈과 높은 환급률, 베팅의 편리성, 무제한 베팅, 위로금 제공, 가벼운 처벌 외에 접근의 용이성, 수용성, 비대면성, 익명성이 매우 높아 합법 사행산업 이용객들을 불법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불법의 유혹은 경마공원 안팎과 온라인상에 넘쳐난다. 불법도박으로 유인하는 이메일을 받아보지 않은 국민이 없을 정도다. 이 정도면 거의 범람 수준이다. 그런 탓에 ‘온라인 도박 3종 세트’로 불리는 온라인 카지노, 온라인 웹보드, 온라인 릴게임을 비롯, 각종 온라인 불법도박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 베팅산업 규모가 최대 5,580억 달러(약 650조 원)로 추산되는 가운데, 그중 불법도박은 약 520조 원을 차지한다. 국내 베팅산업 규모는 최소 106조 원, 최대 122조 원이고, 그중 최소 83조7,822억 원, 최대 100조 원이 불법도박으로 추산된다. 합법이 멈춘 사이, 불법은 온라인을 타고 날아올랐다.

불법도박이 합법 사행산업을 압도하는 현상의 배경에는 종목별로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후속기사에서는 국내 7대 사행산업 중 매출과 공익성, 사회 환원 분야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경마(horse racing) 종목의 과거와 오늘, 전반적인 현황, 당면한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bizlink@straightn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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