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행위는 ‘우연에 의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행위’
인간 사행심 이용하는 사행산업, 공익적 목적 아래 국가가 규제
국가가 사행산업 나선 배경에 ‘도박=인간의 본질적 속성’ 주장 있어
전 세계 사행산업 650조 규모, 그 중 불법도박 520조(80%) 추산
카지노·사행성 게임·스포츠도박으로 3원화 돼 불법도박 급성장 중
온라인 불법도박에 합법화로 대응하는 세계 각국, 한국은 거리 멀어

영국에서 귀족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로 출발한 경마,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등 경마선진국에서는 이미 국민 레저스포츠로 자리를 잡았지만, 한국경마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국민의 반감을 사면서 출발한 데다 '시행은 하되 장려는 하지 않는' 정부 정책 탓에 부정적인 인식이 매우 강하다.

경마는 정말 도박일 뿐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합법 사행산업 7종 중 가장 큰 세수 확보원으로 공공재정 조성에 일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건전한 여가문화를 제공한다. 사회와 문화의식이 발전하고 힐링(healing) 활동에 대한 수요가 늘어감에 따라 차츰 공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온라인 마권발매’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론은 둘로 갈려 있다. 지금도 문제가 많은데 온라인까지 허용하면 ‘도박공화국’이 된다는 쪽과 온라인 마권 발매야말로 급팽창 중인 온라인 불법도박시장을 잡을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는 쪽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국내외 합법 사행산업의 규모와 우리 국민이 경마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불법 경마도박의 실태, 한국마사회의 사회공헌 정도 등에 대해 살펴보고, 온라인 마권발매가 시의적절한 지를 독자 여러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획기사 시리즈를 준비했다.<편집자주>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우연에 의해 이득을 취하는 사행행위, 국가는 도박을 원천 차단하는 대신 일부 종목을 사행산업으로 합법화해 관리한다. 그 배경에 ‘도박은 인간의 본질적 속성’이라는 진단이 있다. 전 세계 사행산업과 불법도박의 규모는 얼마인지, 급성장 중인 온라인 불법도박에 세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사행행위와 사행산업

사행행위는 법적으로 ‘다수인으로부터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모아 우연적 방법에 의하여 득실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제2조 제1항).

다시 말해서, 사행행위란 우연에 의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행위다. 능력과는 관계없다. 이른바 ‘짤짤이’와 ‘고스톱’, 카지노의 각종 게임들, 복권(로또)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렇다면 설날에 ‘1점당 100원’을 걸고 가족이 벌이는 고스톱판은 사행행위일까? 아니다. 게임 상대와 관계없이, 우연성이 있는 게임이라 해도 베팅 금액이 적다면 사행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1점당 100만 원이라면 모를까, 100원 정도는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서 나누는 힐링(Healing) 행위다.

그런데 ‘사행’이라는 용어 뒤에 ‘산업’이라는 말이 붙으면 애매해진다. 사행산업이란 ‘우연에 의해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를 하는 산업’을 말한다. 인간의 사행심을 이용하는 산업인 셈이다.

사행산업,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일까? 그렇지 않다. 특정한 공익적 목적 아래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산업이라서 국가의 감독과 규제를 받는다. 설령 수십 조 원을 가진 부자라도 개인이 허가 없이 하면 잡혀간다. 모든 국가에서 그렇다.

㈜강원랜드의 내국인 카지노 외경(자료:강원랜드) ⓒ스트레이트뉴스

예를 들어, ‘정선 카지노’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들이 있다. ‘도박중독’, ‘사채 빚’, ‘가정파탄에 이은 가족해체’, ‘범죄 증가’, ‘자살’ 같은 것들이다. 거기에 ‘실업증대’, ‘사회적 비용 증대’, ‘성장잠재력 약화’, ‘지하경제 비중 증가’와 같은 전문 용어들이 따라붙는다.

사행산업은 속성상 ‘과도한 몰입’과 ‘중독 위험’을 안고 있다. 내버려두면 엉망진창이 된다. 당연히 누군가의 감독과 통제가 필요하다. 이것이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도박 원천 차단 대신 사행산업 출현한 이유

사행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민들에게 물었다.

“사행이라는 거, 이거 이름부터 기분 나쁘고요, 모두 다 잡아넣어도 신통찮을 판인데 왜 국가가 나서서 정선 카지노를 하고, 경마를 하고 싸이클을 하고 그러죠?” -정유인(31, 서울 광진구)-

“온 세상이 도박 천지다. 어쩌려고 나라가 이런 도박을 합법화시켜서... 정선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죽어나갔는지 알고 있나? 지역발전은 무슨 놈의 지역발전! 그놈의 돈 때문에 사북, 고한의 민심만 쑥대밭이 됐다.” -김인근(63, 태백 황지동)-

도박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은 거의 ‘극혐’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도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신 카지노를 비롯해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스포츠토토, 소싸움 등을 사행산업으로 지정해 감독하고 통제한다. 왜 그럴까?

미국 듀크대 연구팀 실험 결과, 원숭이도 도박을 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지난 2005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원숭이 실험을 실시했다. 원숭이 우리에 두 개의 불빛을 두고, 첫 번째 불빛에 반응하면 일정한 양의 음료를 제공하고, 두 번째 불빛에 반응하면 아주 많거나 아주 적은 양의 음료를 제공했다.

첫 번째 불빛은 안정을, 두 번째 불빛은 이른바 복불복(福不福), 즉 도박을 의미한다. 실험이 진행될수록 두 번째 불빛을 선택하는 원숭이가 많아졌다. 2014년, 미국의 신경생물학자 마이클 플랫(Michael Platt)의 연구와 하버드, 프린스턴 등 미국 명문대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jtbc의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2016.07)

jtbc의 토크 프로그램 ’썰전’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와 유시민 작가도 “본인에게 행운이 찾아올 가능성은 과대평가하고, 불행이 찾아올 가능성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도박을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내버려둘 경우 어차피 창궐할 도박이다. 누군가의 감독과 통제가 없다면 이용자 스스로가 도박의 본질적 속성인 ‘과도한 몰입’과 ‘중독의 위험’으로부터 빠져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것이 전 세계 상당수 국가가 도박을 원천 차단하는 대신 사행산업으로 합법화한 이유다.

최근에는 사회가 발전하고 사행산업에 대한 통제가 일정 부분 가능해짐에 따라 도박의 부정성에 여가 및 레저 활동의 기회 제공, 조세 확충, 지역경제 활성화와 같은 순기능적 가치가 추가되면서 사행산업의 건전한 발전이 모색되고 있다.

◆650조 세계 사행산업 중 80%가 불법도박, 문제는 온라인

조사기관마다 수치가 다르지만, 국제스포츠공정센터(ICSS)가 추산한 전 세계 베팅산업의 규모는 최대 5,580억 달러(한화 약 650조 원)에 달한다. 올해 처음 500조 원을 돌파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을 압도한다.

국제스포츠공정센터는 전체 베팅산업 중 80%인 4,464억 달러(약 520조 원)를 불법으로 추산한다. 홍콩 유일의 국가 공인 운영자인 홍콩쟈키클럽(HKJC)이 추산한 불법 베팅산업의 규모는 그보다 많은 5,000억 달러(약 582조 원)이다. 그중 3,500억 달러(약 407조 원)가량이 도박 문화에 친숙한 아시아권에 집중돼 있다.

전 세계 베팅산업의 규모는 최소 5,000억 달러(약 584조 원), 최대 5,580억 달러(약 650조 원)로 추산된다(자료:global betting & gaming consultants)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최근 10년간 문제는 온라인 불법도박이 카지노, 사행성 게임, 스포츠도박으로 3원화 되어 있고, 익명성과 접근의 용이성, 장소 미제약과 같은 장점에 힘입어 엄청난 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점이다. 이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2019년 기준 합법 온라인(online) 도박시장의 규모는 550억 달러(약 64조530억 원)에 달한다(Marketline / 홍콩정보기술회사 GINAR, Global Online Gambling Market Research 2018). 이는 불법 온라인 도박시장의 규모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온라인 불법도박, 세계는 합법화로 대응, 한국은?

세계 각국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불법도박에 ‘합법화’로 대응하고 있다. 코스타리카(Costa Rica)와 퀴라소(Curaçao) 등 카리브해 일부 연안국들은 온라인 도박을 경제개발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도박 허가를 쉽게 내준다. 세금도 적고 규제도 거의 없다. 관점이 그렇다 보니 불법도박에 따른 사회문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이런 지역과 지브롤터(Gibraltar), 몰타(Malta) 등 몇몇 세금우대지역을 제외하면, 전 세계 약 85개국이 온라인 도박을 합법화 해 불법도박을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온라인 불법도박이 만연하자, 2005년 선진국 중 최초로 온라인 도박을 합법화 한 영국을 필두로, 오히려 ‘합법화를 통한 관리’로 선회했다.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복권(로또),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온라인 도박 합법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 틈을 타고 2008년 53조7,000억 원이던 국내 불법도박의 규모는 2012년 75조1,000억 원, 2015년 83조7,000억 원으로 한껏 몸집을 불렸다(사행성감독통합위원회 불법도박 1,2,3차 실태조사). 2019년에는 불법도박 규모를 100조 원 이상으로 추정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후속기사에서는 매출과 공익성, 사회환원 분야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경마(horse racing)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합법 사행산업의 종류와 매출 규모, 불법도박의 규모 등 제반 현황과 불법에 빠지는 이유 등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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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기사 ▶ [스트레이트특집-온라인마권] ②합법 멈춘 사이 100조 넘어선 국내 불법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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