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양식광어에서 독성 살균제 3.6mg/kg, 3.7mg/kg 검출
식약처, 본보 탐사취재 보도 이후 잔류함량 허용기준 신설 서둘러
어류 1.0mg/kg, 일본과 수치는 같지만, 검사 대상 물질 전혀 달라
신설 기준, 대책・유예기간 없는 시행에 비난 퍼붓는 사료업계와 어민들
이번 사태는 식약처 ‘연구만 위한 행정’과 해수부 ‘탁상행정’의 합작물
전국 양식어가와 도산 위기 몰린 사료업계 퇴로 마련돼야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국내산 양식광어(넙치)에서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다량 검출된 사실이 본보 취재 결과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확대되는 가운데, 에톡시퀸의 잔류허용기준은 어느 정도이며, 기준치 설정 과정은 어땠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국내산 양식광어에서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잔류허용기준치를 3배 이상 초과한 3.6mg/kg, 3.7mg/kg이 검출됐다.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 재구성:김현숙
국내산 양식광어에서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잔류허용기준치를 3배 이상 초과한 3.6mg/kg, 3.7mg/kg이 검출됐다.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 재구성:김현숙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함유된 배합사료와 용기에 보관 중인 에톡시퀸 원물질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함유된 배합사료와 용기에 보관 중인 에톡시퀸 원물질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스트레이트뉴스 취재 결과, 국내 양식장에서 생산된 광어에서 기준치를 3배 이상 초과한 3.6mg/kg, 3.7mg/kg의 에톡시퀸이 각각 검출됐지만, 해당 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사태 발생 두 달 동안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 어떻게 만들어졌나?

지난 2월부터 중독성 양식연어에 대해 기획시리즈를 보도하던 당시, 본보는 에톡시퀸의 국내 잔류함량 허용기준이 없는 사실을 보도했지만, 주무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는 취재 내용에 반박, “에톡시퀸을 불검출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본보 기사를 ‘가짜뉴스’로 몰아세웠다.

그러나 후속취재와 소비자 제보 접수 결과, 다음과 같이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이 없음을 자인, 거짓임이 드러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제보자와 통화 중 그동안 에톡시퀸 잔류허용치가 없었음을 자인하는 녹취록(소비자 제보)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제보자와 통화 중 그동안 에톡시퀸 잔류허용치가 없었음을 자인하는 녹취록(소비자 제보)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본보의 ‘심층기획 특집기사 시리즈’가 계속되던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에톡시퀸을 불검출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잔류함량 허용기준을 신설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잔류함량 허용기준을 신설 또는 개정하려면 전문가 검토회의와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물 또는 화학 약품 전문가 회의를 구성했고, 그 회의에서 어류 1kg당 1.0mg이라는 전류허용 기준치가 제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제시된 기준안은 지난 4월 초부터 6월 초까지 두 달간 행정예고 기간을 거친 후, 6월 18일 ‘축산물위생심의위원회(잔류물질분과)’에서 의결되어 7월 3일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19-57호」로 신설 고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스트레이트뉴스/디자인:김현숙

이 기준에 따라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국내 양식장 두 곳을 대상으로 출하를 앞둔 양식광어 시료를 수거해 검사를 실시했고, 이때 광어 1kg당 각각 3.6mg, 3.7mg의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이 검출됐던 것이다.

본보 취재에서는 두 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에톡시퀸이 검출됐지만, 전국의 양식장에서 동일한 사료를 쓰고 있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부적합 사례가 더 있는지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해외의 에톡시퀸 잔류허용치는?

“세계적으로 에톡시퀸은 인간이 먹는 식품의 직접 첨가물로는 승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식품에서 에톡시퀸이 검출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먹는 식품에 대한 유럽연합(EU)의 기준이다. 즉, 유럽연합의 에톡시퀸 잔류허용 기준은 0mg/kg이다. 유럽연합은 2011년 아예 에톡시퀸 사용을 금지했을 정도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심각한 독성과 건강에 나쁜 물질들이 들어 있는 것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독일공영방송 RBB). 그리고 2020년부터 화학사료를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생선회(さしみ, sashimi)와 초밥(すし, sushi)의 본고장 일본의 어류에 대한 에톡시퀸 잔류허용치는 1.0mg/kg, 즉 생선 저민살 1kg당 1.0mg 이하다(일본 후생성). 신설된 우리나라의 잔류허용치와 동일하다.

그러나 수치는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르다. 일본의 기준은 에톡시퀸 ‘원물질’만 대상인 반면, 우리나라의 기준은 에톡시퀸 ‘원물질’에 ‘다이머(대사물질, 불순물 등)’까지 포함돼 있어서다.

일본과 한국의 에톡시퀸 잔류물질 허용기준 차이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일본과 한국의 에톡시퀸 잔류물질 허용기준 차이 ⓒ스트레이트뉴스/그래픽:김현숙

에톡시퀸이 어류의 체내에 흡수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원물질은 10~20%만 남고, 나머지 80~90%가량은 대사물질로 전환된다. 일본의 기준치는 원물질 10~20%만 검사 대상이고, 한국의 기준치는 원물질과 대사물질, 불순물 모두가 검사 대상이다. 기준의 강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유럽연합 다음이다.

전문가 그룹 및 사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해양수산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돌린다.

먼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해, 국민 건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도 에톡시퀸 ‘원물질’에 대해서만 허용기준을 설정한 데 반해, 우리는 에톡시퀸에 에톡시퀸 다이머(대사물질)와 불순물까지 포함한 탓에 기준치가 턱없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일본과의 비교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유해평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다. 유럽에서 에톡시퀸이 인간에 대해서 발암성이라든지 이게 문제가 됐던 성분이라서 관리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0년 동안 정책적으로 배합사료 사용을 장려해 온 해양수산부는 더 큰 비난에 직면했다. 본보가 올해 2월부터 에톡시퀸 관련 내용을 지속 보도해왔지만 아무런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잔류함량 허용기준을 신설하는 과정에 행정예고 기간을 두었지만,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독성 논란이 증폭 중인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허용 기준치에 4배 가까이 검출되면서 영문도 모르고 양식 광어(넙치)의 출하를 중지당한 양식장. @스트레이트뉴스​
유독성 논란이 증폭 중인 독성 살균제 에톡시퀸(Ethoxyquin)이 허용 기준치에 4배 가까이 검출되면서 영문도 모르고 양식 광어(넙치)의 출하를 중지당한 양식장. @스트레이트뉴스​

“저희가 행정예고를 하면 국내 의견수렴을 하게 돼 있어서, 의견이 있으면 저희가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전문가 검토를 받습니다. 그래서 의견이 타당하다면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그렇지 않다면 원안 고시대로 추진됩니다. 이 사안이 문제가 된다면 그때 의견을 주셨어야 하지만, 행정예고 기간 동안 제기된 의견은 없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살균제 광어사태, 책임 소재는?

본보의 양식연어 유해성을 고발 기사가 보도된 직후,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독성학 연구 권위자는 “에톡시퀸의 유해성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가 제기된 지는 오래이고, 지금도 한창”이라며 “스트레이트뉴스의 심층 취재는 늦은 감이 있으나, 국민 먹거리 안전과 알 권리 차원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 철옹성 같은 식약처를 움직이게 했다. 식약처의 ‘에톡시퀸 잔류허용기준 신설’은 만시지탄이나 국민 지킴이의 본래 자세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양식 생산자들과 사료업계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기준도 없이 불검출 관리만 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예전에 비해 과도한 기준을 유예기간 또는 어민들과 사료업계가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시행해 이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취재 결과, 국내 양식산업과 어촌양식정책을 총괄하는 해양수산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기준 설정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동안 핵심 당사자인 (사)한국양어사료협회와 단 한 차례 좌담회 형식의 자리만 마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수협중앙회를 비롯한 생산자단체들도 논의 테이블에 초대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유해물질 정보 취득시 식품위해평가에 따라 잔류물질의 유해물질기준을 세우는 등 국민 먹거리 관련 제반 정책을 총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사료업계의 대책이 전무하고, 10여 년 동안 정부의 배합사료 장려정책만 믿고 따라온 전국 양식어민들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초강력 기준을 설정한 것이 ‘연구만을 위한 행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살균제 광어사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만을 위한 행정’과 해양수산부의 ‘탁상행정’이 합작으로 빚어낸 결과물이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사료를 생산해 온 사료업체들과 그 사료를 사용해 온 전국의 양식 어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된서리를 맞았다.

전국의 양식어가는 현재 사료를 쓸 수도, 쓰지 않을 수도 없는 입장이다. 대체할 사료가 없기 때문이다. 사료업계는 사료업계대로, 에톡시퀸이 함유되지 않은 어분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의 양식어가와 도산 위기에 몰린 사료업계를 위해 시급히 퇴로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책임 소재 규명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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